** 산행일자: 2007.02.24
** 산행지: 한북정맥 3-1구간: 광덕고개 - 국망봉
** 산행로: 광덕고개 - 백운산(904.4M) - 도마치봉 - 신로봉 - 국망봉(1,168.1M) - 휴양림입구
** 산행시간: 총363분 (산행 323분 + 휴식 40분)
** 안내산행 (자이안트 60명 편승)
07:20 군자역 (09:40 포천 도착)
09:45 광덕고개
10:40 백운산 (휴식 5분)
11:42 도마치봉
12:00 헬기장 (중식 25분)
12:52 신로봉
14:00 국망봉 (휴식 10분)
15:48 자연휴양림
17:20 포천 (19:40 천호역 도착)
백운산 - 국망봉 종주산행 안내에 한껏 기대기 부풀었다. 백운산은 100대명산이요 국망봉은 인기명산이니 한번 산행에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격이다. "한국의 산하" 소개에 따르면 백운산은 수려한 계곡미를 가지고 있으며 광덕산, 국망봉, 박달봉 등과 같은 높은 봉우리들과 무리를 이뤄 계곡·단애(斷崖) 등 독특한 경관을 가지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100대 명산에 선정되었다. 국망봉은 한북정맥의 최고봉이며 경기도에선 화악산, 명지산에 이어 제3의 고봉이다. 국망봉엔 궁예의 전설이 스며있다. 도마치봉은 궁예가 도망친다는데서, 국망봉은 봉우리에 올라 잃은 나라를 바라본다는데서, 그리고 강씨봉은 궁예의 둘째부인이 직언을 하여 강씨봉으로 귀양갔다는 유래가 있다. 아무튼 역사의 전설도 깃들고 해발도 높고, 정상에서의 조망도 뛰어난 국망봉은 100대명산에 포함되지 않고 백운산이 포함된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더구나 산도 아닌 봉이니 그 차별이 너무나 심하지 않는가. 인생 역시 그러한 경우가 많겠지만... 오래 전 보았던 연극의 제목이 "춤은 셋이서"이었다. 둘이 춤을 춘다면 맞을 것 같은데, 셋이 추기 때문에 뭔가 사건의 전개가 이어지는 것이다. 인생의 과정이 부조리할 수도 있지만, 그래서 재미도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안내산행에선 다루기 힘든 좋은 코스의 종주산행이라 신청자가 많아 봉고 1대가 추가되었다. 산행거리가 15Km이니 거리가 만만치 않고, 국망봉은 육산이라 험하지는 않지만 적설기때 정상에서 하산하는 코스는 가파른 경사로 대단히 위험하여 땅바닥에 온몸을 깔고 내려가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소개된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부산을 떨곤 5:40분에 집을 나서 지하철 1번 갈아타고 군자역에 도착하였다. 2시간 정도 소요후 카라멜 고개라 통칭되는 광덕고개에 도착하였다. 좌측은 광덕산으로 우측은 백운산 코스이다. 또한 이 고개는 강원도와 경기도의 경계이며 강원도의 상징 반달곰 상이 큰 모습으로 우뚝 서있다. 도착하자마자 단체 사진 1장 남기곤 부리나케 산행을 시작한다. 종주코스인줄 알고 참가한 산꾼들이니 나 역시 마음을 다잡고 뒤처지지 않아야겠다.
광덕고개
안내산행의 단체이지만 지인이 없으니 단독산행이나 마찬가지이다. 말을 삼가할 것도 없이 조용히 걷기만 하면 된다. 광덕고개가 이미 해발 600M를 넘는다고 하니 300여M 정도만 오르면 백운산이다. 1시간 소요되니 급경사도 아니고 산행 초반부에 제 페이스만 잘 지키면 오늘 종주산행도 큰 문제가 없으리라. 아직은 찬 공기를 깊게 들이마시며 산행의 기쁨을 심중에 담아두고 싶다. 좁은 등로의 흙길과 간혹 만나는 얼음길을 주의하며 여러 봉우리를 오르내려 1시간 채 못되어 백운산 정상. 별도의 정상석 없이 백운봉 이정목을 만났다. 산악회에서 아침 간식으로 나눠준 떡을 먹으며 에너지 보충....
백운산 정상에서
아래 사진 왼편의 정상, 흰색 시설물이 설치된 산이 광덕산이라는데 광덕고개에서 좌측으로 오른다. 우린 우측으로 올라 남으로 진행한 셈이고.
광덕산을 조망
백운산에서 1시간 못미쳐 도마치봉이다. 궁예가 도망친다는데서 유래했다는데... 여기서 오늘의 목적지인 국망봉이 조망된다. 길고도 긴 눈 덮인 하얀 능선을 따라 오른다는데 아득해 보인다. 여기서부턴 조망도 뛰어나다. 우선 우측으로 멋진 암봉 형태의 가리산이 산뜻하다. 두개의 봉우리 형태인데 암릉이 험준해 보인다.
도마치봉 정상
도마치봉에서 국망봉을 배경으로
가리산
도마치봉에서 신로봉까지의 긴 능선은 90여분이 소요된다. 하지만 한북정맥 능선의 푸근한 등로와 장쾌한 조망으로 인하여 발걸음이 너무나도 가벼워진다. 방화선따라 능선이 전개되고 억새의 연한 갈색과 눈 덮인 흰색이 번갈아 조화롭게 이어진다. 경기의 최고봉들이 사방에서 조망되니, 제1봉인 화악산이 좌측으로, 제2봉인 명지산이 정면으로 명성산이 우측에서 조망된다. 산들의 물결이 밀려오듯 전개되니 여기
풀밭에 누워 한껏 하늘을 보고 싶다. 은행 지점장 지인이 보내주는 아침 메일, 걷기란 제목의 글을 옮겨본다.
걷 기
루소는 걷는 동안 사색에 잠기고
걷기를 멈추면 생각이 멈춘다고 했습니다.
걷는다는 것은 영적인 행위입니다.
걷는 가운데 자신의 생활을 돌아보고
자신과 둘러싼 사람들을 생각하기도 하며
자신의 삶의 지향점을 생각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도시에서 걷기는 힘든 일입니다.
바쁜 하루에 걷기는 사치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일정한 시간을 내어서 걷기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걷기는 단순히 건강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걷기를 통해 마음이 정화되고
마음을 가난하게 하고 단순하게 합니다.
또한 걷기는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합니다.
걸으면 생각이 맑아진다는 것은 과학적인 사실입니다.
걸으면 뇌혈류량을 증가시켜 기억과 집중력을 좋아지게 합니다.
우선 혼자 걸어보십시오.
핸드폰, 라디오 같은 모든 방해 수단을 물리치고
침묵의 걷기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체험해보십시오,
닫힌 공간이 아닌
열린 공간인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곳을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그런 시간을 갖는다면
뜻밖의 기적을 맞이할 것입니다.
명지산 조망
국망봉을 향한 등로
신로봉을 앞두고 간식을 들었다. 지난 번 고대산 산행에서 뵈었던 박선생님의 조언에 따라 준비해온 주먹밥으로 간단하게 중식을 대신하였다. 굴 몇개와 포카리스웨트로 에너지 보충. 이제 정상이 눈 앞에 다가왔지만 아직 1시간 이상은 진행해야할 듯. 등로를 따르다보니 신로봉을 우회하게 되었다. 100여미터를 다시 오르긴 힘들어 그저 지나온 신로봉을 조망했다.
신로봉
이제 국망봉 막바지. 아이젠을 차면서 안전산행을 다짐한다. 아이제을 착용하니 훨씬 눈길 오르기가 편하다. 진작에 찰걸... 힘껏 오르니 정상이라 탁 트인 조망에 감탄을 연발하고... 화악산, 명지산, 명성산, 운악산, 지나온 길고도 긴 능선... 눈이 시리도록 정겨운 조망이다. 등로를 걸으며 명상에 잠기지도 못했고, 루소가 언급한 철학적 수준까진 오르지 못했어도 눈과 귀를 맑게하고 가슴을 벅찬 감동으로 메운 조망과 전경에 감사할 따름이다. 정상은 또 다른 아쉬움을 제공한다. 한없이 등로를 이어가고픈 마음이지 하산이 기다린다. 60여명의 산행객중 현재 10여명이 정상에 도달했다. 앞으로 10여분 더 정상에 도달 예정이고 나머지 40여분들은 신로봉에서 바로 하산을 계획한다.
국망봉
국망봉 정상에서...
경기 제1고봉 화악산
경기 제2 고봉 명지산
이어지는 능선
정상 바로 아래에서 부터 시작되는 급경사 된비알. 엎드려 기어간다고 했지만 밧줄이 연속으로 이어지니 두 손으로 밧줄을 다잡고 아이젠으로 무장하여 조심스레 내려간다. 유격훈련을 방불케한다. 혹시 도중에 팔뚝이나 다리에 쥐가 나지 않을까 우려될 정도이다. 장갑을 끼었지만 밧줄이 장갑을 뚫고 찌르는듯한 느낌도 전해진다. 한 밧줄에 여러 명이 함께 붙잡는 위험한 순간들이 연속된다. 땀이 비오듯 쏟아지고 온 근육이 긴장된 상태이다. 아차하면 대형사고로 번질 수 있는 그런 순간들의 연속이다. 이러한 모습을 사진으로 남길만한 여유 조차도 전혀없다. 너무도 긴 순간들을 보낸 후 이정목 하나에서 잠시 숨을 돌린다. 국망봉 0.3Km. 그렇다면 300미터나 되는 급경사 구간을 밧줄로 내려왔단 말인가? 밧줄은 앞으로도 2백여미터 더 이어지지만 경사는 많이 수그러졌다. 하긴 광덕고개에서 4시간이상을 올라왔는데 1시간반만에 들머리보다 더 낮은 지대로 하산하니 급경사일 수 밖에 없겟지만... 지난 번 때 박선생이 산행시 중요한 장비가 3가지인데 등산화, 스틱 그리고 장갑을 말하였다. 오늘 장갑이 왜 중요한지를 새삼 경험하였다. 그리고 밧줄 잡는 법도 익혀야 할 필요가 있고...
급경사 후 이정목
고진감래. 고생 끝에 단맛이라.... 장쾌한 능선과 조망, 그리고 호된 된비알. 이후부터는 느긋하게 하산이다. 이제 무엇이 두려우랴하면서. 사방댐을 지나 명서 왼쪽엔 계곡이 펼쳐지고 곧이어 휴양림 매표소이다. 누가 이곳을 휴양림이라고 느긋하게 산행왔다간 혼줄이 나겠다는 생각이 절로난다. 중간에 대피소가 있는데, 수년전 설명절 때 일가족이 차례후 느긋하게 이곳에서 산행하다가 참변을 당한 후 설치되었다.
계곡
산행날머리 휴양림 입구
하산후 주차장 공터에 앉아 미역국과 막걸리로 하산주를 들었다. 어찌나 맛있든지 밥은 별관심이 없었고 미역국을 가득 두 그릇이나 비웠다. 막걸리도 거의 한병을 비웠고.... 1시간이상 후미를 기다린 후 출발하였으나 도로 정체로 서울 도착이 늦어 대학원 동기모임엔 불참하고 바로 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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