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희의 영미시 산책] <51> 계절은 이렇게 깊어가는데
중년 남자가 단골 찻집에 혼자 앉아 있습니다. 문득 그 생기발랄하던 찻집 아가씨의 동작이 조금 느려지고 얼굴에는 삶의 그림자가 드리웠다는 걸 느낍니다. 그녀도 자신과 같이 중년이 된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고도 슬픕니다.
▲ 에즈라 파운드 (1885~1972)
삶을 열두 달로 나눈다면 8월은 언제쯤일까요. 서른다섯? 마흔? 6, 7월, 청춘의 야망은 이제 가슴 속에 추억으로 담은 채 조금씩 순명을 배워 가는 나이입니다. 삶의 무게를 업고 위태롭게 줄타기를 하는 때입니다. 자꾸 커지는 세상에 나는 끝없이 작아지고, 밤에 문득 눈을 뜨면 앞으로 살아내야 할 삶이 무섭습니다. 그러나 이제 자아탐색의 치열한 여름을 보내고 세상을, 그리고 남을 조금씩 이해하는 성숙의 가을이 시작됩니다.
The Tea Shop
Ezra Pound
The girl in the tea shop
Is not so beautiful as she was,
The August has worn against her
The glow of youth that she spread about us
As she brought us our muffins
Will be spread about us no longer.
She also will turn middle-aged.
찻집
에즈라 파운드
찻집의 저 아가씨
예전처럼 그렇게 예쁘지 않네.
팔월이 그녀 곁으로 지나갔네.
우리에게 머핀을 갖다줄 때
주변에 풍겨주었던 그 젊음의 빛도
이젠 더 이상 풍겨줄 수 없겠지.
그녀도 중년이 될 거야.
(장영희 서강대 교수·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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