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가와 그림을 설명하는 내용이 재밌고 쉬워서 하루만에 독파하였다. 모두 4장으로 구성되는데, 여기는 1장과 2장의 내용을 정리해보았다. 모두 17명의 화가가 소개되었다.
1. 그들의 삶이 곧 감동이고, 반전이더라
그림으로 살인죄마저 용서받은 역대급 화가
카라바조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윗> 1610
살인을 저지른 거지. 그것도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될 지체 높은 가문의 자식을 죽인 거야. 이전의 죄들은 카라바조의 재능을 아끼는 후원자들이 어떻게든 덮어주었지만 이번엔 도저히 손을 쓸 수가 없단다. 로마에서는 카라바조를 당장 사형시키라고 명령했고, 죽기 싫었던 카라바조는 평생 도망자 신세로 살게 되었어. 이탈리아 남부를 계속 떠돌다가 더 아래쪽의 지중해 몰타섬까지 도망을 쳤지...... 그림을 팔아 번 돈으로 교황청에 로비를 펼치는가 하면 수차례에 걸쳐 속죄의 그림을 세상에 선보이며 어떻게든 사면을 받기 위해 애썼어. 이때 남긴 대표적인 작품이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윗>이야. 이 그림에서 다윗은 젊은 시절 자신의 얼굴로, 골리앗은 지금의 늙고 병든 얼굴로 그려서 순수했던 카라바조가 타락한 카라바조를 처단하는 모습을 담아냈지. 마음 깊이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있다는 걸 보여주듯 말이야. 이런 카라바조의 진심이 통했던 건지 아니면 악마도 울고 갈 그의 재능 덕분이었는지 결국 카라바조는 교황청의 사면을 받고 도망자 신세에서 벗어나게 돼. 그런데 그는 끝내 로마로 되돌아가지 못하고 허망하게 죽고 말았단다. 정확한 사망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사면 소식을 전달받지 못한 한 병사에게 붙잡혀서 죽임을 당했다는 이야기도, 극심한 열병에 시달리다가 세상을 떠났다는 후문도 전해지고 있지.

천재 화가를 파산시킨 치명적인 역작
램브란트 <야경> 1642
민병대의 모습을 그린 야경이라는 작품이 탄생했어. 가로 길이만 따져봐도 4미터가 훌쩍 넘는 대작이었지. 이전보다 더욱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담아내다보니 누군가는 우스꽝스럽게, 또 누군가는 어둠에 가려진 채로 그려졌어. 심지어 민병대원이 아닌데도 작품 속에 함께 그려진 사람도 있대. 맨 오른쪽에 고개를 빼꼼 내밀고서 북을 치는 남자, 그림 중앙에 그려진 금발의 소녀가 바로 그들이지. 게다가 베레모를 쓴 자신의 모습도 슬쩍 그려 넣었단다. 큰맘 먹고 비싼 돈을 지불했는데 자기들의 얼굴은 영 마음에 안 들게 그려놓고 돈도 안 낸 사람들을 끼워 넣다니. 이 그림을 본 민병대 사람들은 분노했어. 조국의 독립투쟁을 이끄는 명망높은 이들이 단단히 화가 나버린 거야.

두 눈이 멀어도 그 빛만은 그리고 싶었지
모네 <수련, 일몰> 1926
나이 든 모네는 백내장에 걸려 시력을 거의 잃고 말았어. 백내장은 눈에 비친 세상을 온통 불그스름하고 흐릿하게 만드는데, 그래서 모네의 수련 연작을 보면 초창기와는 다르게 점점 붉고 노란빛이 강해지면서 형체가 희미해지는 걸 볼 수 있지. 모네는 생애 마지막까지 이 연작을 완성하기 위해 무려 세 차례에 걸친 눈 수술을 받았어. 그럼에도 사실상 실명 상태였던 눈은 회복되지 못했고 그는 이전에 바라본 연못의 기억에 의지해서 그림을 그려 나갔대. 그렇게 모네가 모든 걸 쏟아부은 작품이 바로 여덟 점의 수련 연작이야. 가로폭을 합하면 거의 100m에 달하는 거대한 작품이란다.

모두가 아는 르누아르의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
르누아르 <다섯 명의 목욕하는 사람들> 1918
르누아르의 그림 속에서는 언제나 미소가 떠나질 않았지만, 노년의 그는 마냥 웃음을 지을 수는 없었어. 나이가 들어 손가락이 뒤틀리는 류마티스 관절염에 걸리게 되었거든. 손가락 마디마디가 심하게 붓고 구부러져서 붓을 쥐는 것조차 힘들어했지. 붓을 들어 올리는 행위 자체가 엄청난 고통이었을 거야. 그럼에도 르누아르는 그림에 대한 열정만큼은 결코 버리지 못했어. 다 비틀어진 손가락 사이에 붓을 넣고 붕대로 꽁꽁 묶은 다음 캠퍼스에 붓을 툭툭 찍듯이 그림을 그려나갔단다. 정교하고 섬세하던 지난 날과는 다르게 이젠 붓 터치가 더 투박하고 거칠어졌어. 비록 사람들에게는 젊은 시절 그림만큼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그의 일생을 아는 이들에게는 그 어떤 그림보다 큰 감동을 주지.

세기의 명작에 자꾸만 등장하는 이상한 나무의 정체
고흐 <별이 빛나는 밤> 1889
(고흐가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 사이프러스 나무들은 여전히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내가 바라보는 그대로의 사이프러스 나무를 표현한 이가 아직 없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사이프러스 나무는 선과 비율이 마치 이집트의 오벨리스크처럼 아름답다. 그리고 그 녹색은, 정말 특별한 기품이 있다.

평범한 직장인이 그림에 빠지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고갱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누구이고 어디로 가는가> 1897
고갱은 맨 오른쪽에 놓인 아기부터 가장 왼쪽의 머리를 쥐어싸맨 노인에 이르기까지 한 사람이 태어나 자라고 늙어가는 과정을 한 폭의 그림으로 담아냈어. 우여곡절 끝에 이 거대한 작품을 완성하고 예정대로 자살을 시도했지만 그건 실패로 돌아갔단다. 하지만 끝내 심장마비가 찾아와 54세의 나이로 타이티 섬에서 홀로 쓸쓸히 생을 마감하게 되었어. 죽을 때까지 그는 유럽에서도 타이티에서도 그 어느 곳에도 제대로 속하지 못했던 외로운 이방인이었지.

죽음보다 고통스러운 삶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프리다 칼로 <상처 입은 사슴> 1946
그녀의 얼굴을 한 사슴이 온몸에 화살을 맞은 채로 주저앉아 있지. 언제 또 날카로운 화살이 날아올지 모르는데 이곳에서 빠져나갈 구멍도 마땅히 없어 보여. 사방은 빽빽한 나무들로 둘러싸였고 뒤로는 폭풍우가 바람에 몰아치고 있으니 말이야. 그런데 이런 외롭고 위험한 상황에서도 그녀의 표정은 어쩐지 무심한 듯 의연해 보이지 않니? 형형한 눈빛에서 어떤 고통이 오든 기꺼이 버텨내겠다는 강인한 의지가 비치는 것 같아.

세상에서 가장 절박했던 화판
이중섭 <게와 물고기가 있는 가족>
몇푼 안되는 돈으로 더 많은 그림을 남기기 위해 담배를 감싸고 있는 은박지를 활용하기도 했어. 은지화들은 그가 제대로 그림을 그리기 전에 간단히 구성해 보는 밑그림으로 쓰이거나 또는 그 자체로 오묘한 매력을 지닌 하나의 작품이 되었지. 이 은종이 그림들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한 가지 특징은 거의 항상 아이들이 등장했다는 거야. 그 당시 가족을 향한 그의 그리움이 얼마나 절절했는지가 배어나오고 있지. 이렇게 애틋한 그의 은지화들은 오늘날 뉴욕 현대미술관에 세 작품이 연구소장 되어 있을 정도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단다.

2. 그림을 보다 보니 시대가 보이더구나
슬픈 생쥐들을 위한 작은 시
에드가 드가 <별, 무대 위의 무희> 1878
무대 위에서 아름다운 동작을 취하는 한 발레리나 뒤로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사내가 한 명 보이지? 얼굴을 가려있지만 왠지 음흉한 미소를 띠고 있을 것만 같은 그의 정체는 후원자야. 드가가 살던 시절엔 발레리나들이 작은 생쥐들이라 불렸어. 19세기 프랑스에서 가난한 어린 소녀들은 단순히 무용에 대한 열망보다도 당장의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발레단에 들어갔었거든.

알고 보면 파리 상류층들에게 꽤나 위험했던 그림
조르주 쇠라 <그랑드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 1886
높이 2m, 너비 3m가 넘는 거대한 캔버스에 파리 근교에 위치한 그랑드자트 섬의 풍경이 생생하게 펼쳐져 있어. 이 걸작을 완성시키기 위해 쇠라는 넓디넓은 화폭에 지름 1mm의 모래알만 한 작은 색점들을 하나씩 찍어나갔지(점묘법). 어찌나 고된 작업이었는지, 이 그림 하나에만 꼬박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대. .... 끈에 묶은 원숭이, 홀로 낚시하는 여자는 모두 매춘부를 암시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어.

그 유명한 명화가 하마터면 찢어질 뻔했다고?
마네 <풀밭 위의 점심식사> 1863
깊은 숲속 풀밭에서 식사를 즐기는 두 남자와 벌거벗은 채로 화면 밖을 응시하는 한 여자가 앉아 있어. 당시 부르조아 남성들은 이렇게 매춘 여성과 풀밭으로 나들이 가는 것을 즐겼대. 마네는 바로 그 장면을 포착한 거야. 아무도 다루지 않은 현실인 만큼 자신에게 쏟아질 화단의 박수갈채를 기대하며 그림을 그려나갔지. 하지만 예상은 단단히 빗나가고 이 작품은 살롱전 심사에서부터 단칼에 거절당하고 말거든. ... 여자의 뱃살이 볼록 나온게 너무 현실적이고 평범해 보여서 당시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이상적인 여성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거든.

늙은 유령들이 하객이 된 기묘한 결혼식
푸키레프 <부당한 결혼> 1862
19세기 러시아에서는 그림 속 신부처럼 어린 여자가 남은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서 늙고 돈 많은 남자에게 팔려가는 일이 비일비재했어. 신부의 가족은 이런 결혼으로 형편이 나아졌을지 모르지만 그 대가로 소녀들은 자유와 청춘을 모두 빼앗겼지. 당시 러시아 화가들이 남긴 작품을 보면 이런 계약결혼을 앞두고 절망에 빠진 소녀들의 모습이 자주 등장한단다.

그림 한 장으로 추락해버린 사교계의 여왕
사전트 <마담 X> 1884
이 작품은 살롱전에 걸리자 마자 엄청난 비난에 휩싸이게 되었단다. 문제는 그림 속 그녀의 흘러내린 어깨 끈이었어. 손가락에는 결혼 반지를 끼고 어깨를 훤히 드러내고 있는 모습은 당시 보수적이던 파리 상류층에겐 받아들이기 힘든 모습이었지. 사전트가 모델의 신상을 보호하고자 이름은 따로 밝히지 않았지만, 사교계 인사라면 누구나 이 그림의 주인공이 고트로 부인이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어. 사전트의 야심찬 꿈은 산산조각 났고, 고트로 부인의 명성은 바닥으로 추락했지....... 결국 사전트는 논란이 된 어깨 끈을 수정할 수 밖에 없었어.

100년 동안 그림에서 지워져야만 했던 남자
자크 야망 <벨리자르와 프레이의 아이들> 1837
미국 뉴올리언스 미술관은 이 그림을 경매에 내놓기로 결정했고 한 골동품 상인이 경매에서 이 그림을 6000 달러에 사들였어. 상인은 이 그림에서 옅은 그림자로 사라져 있던 남자아이를 복구해 내고 다시 경매에 그림을 더 높은 가격으로 내놓았지...... 이 흑인 아이의 이름이 벨리자르인데 당시 아주 귀하고 특별한 대우를 받았다고 봐도 무방한 거야. 하지만 벨리자르를 데려온 주인인 프레이가 세상을 떠나자 남은 가족들은 벨리자르를 대농장에 팔아버렸어. 그리고 이 그림에서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인 양 깜쪽같이 지워진거야.
| 복원 전의 그림 | 복원 후의 그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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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침묵할 때, 흑백이 외쳤다
피카소 <게르니카> 1937
제2차 세계대전을 코앞에 둔 1937년 4월 26일, 나치 독일군 폭격기들이 스페인의 조그만 마을 게르니카의 하늘을 뒤덮었어. 전쟁을 준비하던 나치가 자신들의 최신 무기와 전술을 시험하겠다고 이 마을을 무자비한 실험장으로 삼았거든. 무려 25 대의 폭격기가 3시간이 넘게 50톤에 달하는 폭탄을 쉬지 않고 쏟아부었지. 평화로웠던 게르니카는 이 폭격으로 끔찍하게 박살이 났어. 마을 전체가 불길에 휩싸였고 마을사람 3명 중 1명이 목숨을 잃었지. 그리고 이 잔혹한 학살에 누구보다도 분노했던 한 화가가 있었단다. 바로 스페인이 낳은 위대한 화가 파블로 피카소였지................ 건물 삼층 높이에 해당하는 한 눈에 담기 조차 버거운 어마어마한 크기의 이 그림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색깔이야. 피카소는 오직 흑색, 회색, 흰색의 무채색만을 사용했어. 그래서인지 마치 그 날의 참상을 전한 흑백 신문처럼 보이기도 하지. 일그러지고, 뒤틀리고, 온통 으스러진 형상으로 가득 찬 이 초대형 그림 속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면 더욱 가슴 아픈 모습들을 만날 수 있어.

확대할수록 수상한 디테일이 보이는 그림?
피터르 브뤼헐 <바벨탑> 1563
이 바벨탑, 어딘가 우리가 잘 아는 건축물과 닮지 않았니? 맞아, 지금까지도 남아있는 고대 로마의 콜로세움과 무척 닮아 있지. 이건 브뤼헐의 의도적인 선택이었을 거야. 거대한 원형 경기장인 콜로세움을 위시하여 영원할 것만 같았던 로마제국이 몰락했던 것처럼, 그 거대했던 바벨탑 역시도 성경의 한 페이지로 사라져 버렸으니 말이야............ 그런데 이 작품의 진정한 묘미는 아주 가까이 들여다봐야만 제대로 느낄 수 있단다....... 바지를 내리고 앉아 뻔뻔하게 용변을 보는 사람도 있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빨래를 너는 사람들, 또 자기가 맡은 일에 열심인 사람들도 보이지. 브뤼헐은 이렇게 개미보다도 작은 사람들을 작품 곳곳에 셀 수 없이 많이 그려넣었어. 정말이지 감탄이 절로 나오는 상상력이지.

지나치게 아름다워서 이상한 의심을 받은 화가
르 브룅 <밀짚모자를 쓴 자화상> 1782
타고난 실력이 어찌나 대단했는지 르 브룅은 고작 14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초상화 주문을 받기 시작했어. 이 수입이 꽤나 쏠쏠해서 나중에는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대신해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질 정도였지. 그렇게 유명세를 타던 어느 날 그녀가 스스로를 그린 자화상이 세상에 공개되자 프랑스 사람들은 의문을 품기 시작했대. 저렇게나 예쁜데 어떻게 그림까지 잘 그릴 수 있냐면서. 분명히 그녀의 연인인 다른 남자가 이 그림을 대신 그려줬을 거라며 의심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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