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 자연과의 대화 자연에 말을 걸다, 자연이 말을 걸다 / 생의 순환을 바라보며 |
시를 창작하는게 지난하겠지만 지나친 뻥도 칠 줄 알아야하나. 노랑제비꽃 하나를 피우기 위해 지구가 통째로 필요하다나~~ 시인의 허풍이 귀엽게 느껴지기도. 하긴 어린아이가 되어야 창작의 샘이 마르지 않을 듯.
132쪽: 김훈 <자전거 여행> =>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이 노래는 말을 걸 수 없는 자연을 향해 기어이 말을 걸어야 하는 인간의 슬픔과 그리움의 노래로 나에게는 들린다."
137쪽: 나무에게 그 조명은 그저 인공 빛이고 자연의 시간 질서를 깨뜨리는 부자연스러운 것이에요. 얼마나 정신이 없겠어요.
144쪽: 관계에서 상처를 받는 데도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상대에게 마음을 줬을 때 우리는 비로소 상처받습니다.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누군가에게 어떤 노력을 했을 때 내 바람과 다른 반응이 돌아오면 상처받죠.
155쪽: 2024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해양장을 했습니다. 해양장은 화장한 유골 가루를 바다에 뿌려 고인을 보내 드리는 장례 방식입니다.
이문재 <광화문, 겨울, 불꽃, 나무>
해가 졌는데도 어두워지지 않는다
겨울 저물녘 광화문 네거리
맨몸으로 돌아가 있는 가로수들이
일제히 불을 켠다 나뭇가지에
수만 개 꼬마전구들이 들러붙어 있다
불현듯 불꽃나무! 하며 손뼉을 칠 뻔했다
어둠도 이젠 병균 같은 것일까
밤을 끄고 휘황하게 낮을 켜놓은 권력들
내륙 한가운데에 서 있는
해군 장군의 동상도 잠들지 못하고
문 닫은 세종문화회관도 두 눈 뜨고 있다
엽록소를 버리고 쉬는 겨울나무들
한밤중에 이상한 광합성을 하고 있다
광화문은 광화문(光化門)
뿌리로 내려가 있던 겨울나무들이
저녁마다 황급히 올라오고
겨울이 교란당하고 있는 것이다
밤에도 잠들지 못하는 사람들
광화문 겨울나무들
다가오는 봄이 심상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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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지는 동백꽃을 보며>
내가 다만 인정하기 주저하고 있을 뿐
내 인생도 꽃잎이 지고 열매 역시
시원치 않음을 나는 안다
담 밑에 개나리 환장하게 피는데
내 인생의 봄날은 이미 가고 있음을 안다
몸은 바쁘고 걸쳐 놓은 가지 많았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거두어 들인것 없고
마음먹은 만큼 이 땅을
아름답게 하지도 못 하였다.
겨울바람 속에서 먼저 피났다는 걸
기억해 주는 것만 으로도 고맙고
나를 앞질러가는 시간과 강물
뒤쫓아 오는 온갖 꽃의 새순들과
나뭇가지마다 용솟음치는 많은 꽃의 봉오리들로
오래오래 이 세상이 환해지기를 바랄 뿐이다
선연하게도 붉던 꽃잎 툭 툭 지는 봄날에
도종환 <꽃나무>
꽃나무라고 늘 꽃 달고 있는 건 아니다
삼백예순닷새 중 꽃 피우고 있는 날보다
빈 가지로 있는 날이 훨씬 더 많다
행운목처럼 한 생에 겨우 몇번
꽃을 피우는 것들도 있다
겨울 안개를 들판 끝으로 쓸어내는
나무들을 바라보다
나무는 빈 가지만으로도 아름답고
나무 그 자체로 존귀한 것임을 생각한다
우리가 가까운 숲처럼 벗이 되어주고
먼 산처럼 배경 되어주면
꽃 다시 피고 잎 무성해지겠지만
꼭 그런 가능성만으로 나무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빈 몸 빈 줄기만으로도 나무는 아름다운 것이다
혼자만 버림받은 듯 바람 앞에 섰다고 엄살떨지 않고
꽃 피던 날의 기억으로 허세부리지 않고
담담할 수 있어서 담백할 수 있어서
나무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것이다
꽃나무라고 늘 꽃 달고 있는 게 아니라서
모든 나무들이 다 꽃 피우고 있는 게 아니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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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 <문병 - 남한강> 중에서
아무것에도
익숙해지지 않아야
울지 않을 수 있다
해서 水面은
새의 발자국을
기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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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칠환 <하루살이>
촉대 앞에 점점이 스러진
한 무리의 燒身供養
내 몸에 병 없기를
팔순 동물들이 간절히
백팔 번 조아릴 제
저들이 바친 건
하루뿐인 가난한 생애였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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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끝별 <가지가 담을 넘을 때>
이를테면 수양의 늘어진 가지가 담을 넘을 때
그건 수양 가지만의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얼굴 한번 못 마주친 애먼 뿌리와
잠시 살 붙였다 적막히 손을 터는 꽃과 잎이
혼연일체 믿어주지 않았다면
가지 혼자서는 한없이 떨기만 했을 것이다
한 닷새 내리고 내리던 고집 센 비가 아니었으면
밤새 정분만 쌓던 도리 없는 폭설이 아니었으면
담을 넘는다는 게
가지에게는 그리 신명 나는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가지의 마음을 머뭇 세우고
담 밖을 가둬두는
저 금단의 담이 아니었으면
담의 몸을 가로지르고 담의 정수리를 타 넘어
담을 열 수 있다는 걸
수양의 늘어진 가지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목련 가지라든가 감나무 가지라든가
줄장미 줄기라든가 담쟁이 줄기라든가
가지가 담을 넘을 때 가지에게 담은
무명에 획을 긋는
도박이자 도반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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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카혼터스의 사운드 트랙 <Colors of the Wind>
You think I'm an ignorant savage
And you've been so many places
I guess it must be so
But still, I cannot see
If the savage one is me
How can there be so much that you don't know?
Ypu don't know
You think you own whatever land you land on
The Earth is just a dead thing you can claim
But I know every rock and tree and creature
Has a life, has a spirit, has a name
You think the only people who are people
Are the people who look and think like you
But if you walk the footsteps of a stranger
you'll learn things you never knew, you never knew
Have you ever heard the wolf cry to the blue corn moon?
Or asked the grinning bobcat why he grinned?
Can you sing with all the voices of the mountain?
Can you paint with all the colors of the wind?
Can you paint with all the colors of the wind?
Come run the hidden pine trails of the forest
Come taste the sun sweet berries of the Earth
Come roll in all the riches all around you
And for once, never wonder what they're worth
The rainstorm and the river are my brothers
The heron and the otter are my friends
And we are all connected to each other
In a circle, in a hoop that never ends
How high does the sycamore grow?
If you cut it down, then you'll never know
And you'll never hear the wolf cry to the blue corn moon
For whether we are white or copper skinned
We need to sing with all the voices of the mountain
We need to paint with all the colors of the wind
You can own the Earth and still
All you'll own is Earth until
You can paint with all the colors of the w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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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당신의 무덤가에>
당신의 무덤가에 패랭이꽃 두고 오면
당신은 구름으로 시루봉 넘어 날 따라오고
당신의 무덤 앞에 소지 한 장 올리고 오면
당신은 초저녁별을 들고 내 뒤를 따라오고
당신의 무덤가에 노래 한 줄 남기고 오면
당신은 풀벌레 울음으로 문간까지 따라오고
당신의 무덤 위에 눈물 한 올 던지고 오면
당신은 빗줄기 되어 속살에 젖어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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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재 <지구의 가을>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리고
육신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깨달음을 이루고자 공양을 받습니다*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지
나는 두려워 헤아리지 못합니다
마음의 눈 크게 뜨면 뜰수록
이 눈부신 음식들
육신을 지탱하는 독으로 보입니다
하루 세 번 식탁을 마주할 때마다
내 몸 속에 들어와 고이는
인간의 성분을 헤아려보는데
어머니 지구가 굳이 우리 인간만을
편애해야 할 까닭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우주를 먹고 자란 쌀 한 톨이
내 몸을 거쳐 다시 우주로 돌아가는
커다란 원이 보입니다
내 몸과 마음 깨끗해야
저 쌀 한 톨 제자리로 돌아갈 터인데
저 커다란 원이 내 몸에 들어와
툭툭 끊기고 있습니다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린다 해도
이 음식으로 이룩한 깨달음은
결코 깨달음이 아닙니다
* 지리산 실상사 공양간(식당) 배식대 앞에 붙어 있는 공양게송이다. 인용하면서 '보리'를 '깨달음'이라고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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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주 <인연설화조(因緣說話調)>
언제던가 나는 한 송이의 모란꽃으로 피어 있었다
한 예쁜 처녀가 옆에서 나와 마주보고 살았다
그 뒤 어느날
모란 꽃잎은 떨어져 누워 매말라서 재가 되었다가
곧 흙하고 한세상이 되었다.
그게 이내 처녀도 죽어서 그 언저리의 흙 속에 묻혔다.
그것이 또 억수의 비가와서 모란꽃이 사위어 된 흙 위의 재들을 강물로 내려가던 때,
땅 속에 괴어 있던 처녀의 피도 따라서 강으로 흘렀다.
그래, 그 모란꽃 사윈 재가 강물에서 어느 물고기의 배로 들어가
그 혈육에 자리했을 때,
처녀의 피가 흘러가서 된 물살은 그 고기 가까이서 출렁이게 되고,
그 고기를, 그 좋아서 뛰던 고기를 어느 하늘가의 물새가 와 채어 먹은 뒤엔
처녀도 이내 햇볕을 따라 하늘로 날아올라서
그 새의 날개 곁을 스쳐다니는 구름이 되었다.
그러나 그 새는 그 뒤 또 어느날
사냥꾼이 쏜 화살에 맞아서
구름이 아무리 하늘에 머물게 할래야 머물지 못하고 땅에 떨어지기에
어쩔 수 없이 구름은 또 소나기 마음을 내 소나기로 쏟아져서
그 죽은 샐 사간 집 뜰에 퍼부었다.
그랬더니, 그 집 두 양주가 그 새고길 저녁상에서 먹어 소화하고
이어 한 영아를 낳아 양육하고 있기에,
뜰에 내린 소나기도
거기 묻힌 모란씨를 불리어 움트게 하고
그 꽃대를 타고 올라오고 있었다.
그래 이 마당에
현생의 모란꽃이 제일 좋게 핀 날,
처녀와 모란꽃은 또 한 번 마주보고 있다만,
허나 벌써 처녀는 모란꽃 속에 있고
전날의 모란꽃이 내가 되어 보고 있는 것이다.
* 구글 제미나이에게 위 시를 그림으로 표현해 달라고 하니 순식간에 이렇게 그려졌다....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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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칠환 <노랑제비꽃>
노랑제비꽃 하나가 피기 위해
숲이 통째로 필요하다
우주가 통째로 필요하다
지구는 통째로 노랑제비꽃 화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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