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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백석 시집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2025.11.29)

클리오56 2025. 11. 29. 17:09

백석시집: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한줄 감상: 가난하고 외롭고 쓸쓸하더라도 삶은 높은 고결성을 유지하자
* 기억할 문장: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올 리 없다
* 서울대 추천도서 100선 

 

'백석시전집'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도서가 있지만

소장 중인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라는 백석 시집(다산초당 간행)이 있어 이를 활용하였다.

시집을 읽어본다는게 쉽지는 않는 듯하다. 시간을 들여 하나하나 음미하는게 필요하기 때문이리라.

10편 정도 읽어보았는데 우선 이렇게 업로드하고 앞으로도 틈틈이 한편 한편 추가하겠다. 

 

토속어, 그중에서도 평안도 사투리를 많이 사용하고 말투가 현재와는 사뭇 다른 면도 있어 사전이 필요하기도 했다.

세밀한 감성과 잔잔한 감동, 그리고 자연 친화적인 묘사가 돋보였다.

애잔한 분위기가 지속되지만 일단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며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슬프고 힘든 상황에서도 높은 정신을 잃지 않는게 가장 큰 울림을 준다.  

 

나무위키에 백석의 생애(1912~1995)가 다음과 같이 소개되어 있다. 

1929년 오산고등보통학교에 재학중일 때의 사진인데 지금봐도 멋진 모습이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 출출이 => 뱁새, 마가리 => 오막살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뮤지컬과 가곡으로도 탄생되었다.
 
https://youtu.be/d0n4XX8PsVY?si=GasDMiGV1CX064oR

 
 
https://youtu.be/ptZ2MCLoGQk?si=ByY1ZqEN_i942s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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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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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https://youtu.be/aj1NMVllegE?si=PKYGG9kgR9NCr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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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난골족

명절날 나는 엄매 아배 따라 우리 집 개는 나를 따라 진할머니 진할아버지가 있는 큰집으로 가면
 
 얼굴에 별 자국이 솜솜 난 말수와 같이 눈도 껌벅거리는 하루에 베 한 필을 짠다는 벌 하나 건너 집엔 복숭아나무가 많은 新里 고무 고무의 딸 李女 작은 李女
 열여섯에 四十이 넘은 홀아비의 후처가 된 포족족하니 성이 잘 나는 살빛이 매감탕 같은 입술과 젖꼭지는 더 까만 예수쟁이 마을 가까이 사는 土山 고무 고무의 딸 承女 아들 承동이
六十里라고 해서 파랗게 뵈이는 산을 넘어 있다는 해변에서 과부가 된 코끝이 빨간 언제나 흰옷이 정하던 말끝에 섧게 눈물을 짤 때가 많은 큰골 고무 고무의 딸 洪女 아들 洪동이 작은 洪동이
 
배나무 접을 잘 하는 주정을 하면 토방돌을 뽑는 오리치를 잘 놓는 먼 섬에 반디젓 담그러 가기를 좋아하는 삼춘 삼촌 엄매 사춘 누이 사춘 동생들이 그득히들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는 안간에들 모여서 방안에서는 새옷의 내음새가 나고
 또 인절미 송구떡 콩가루차떡의 내음새도 나고 끼때의 두부와 콩나물과 뽂은 잔디와 고사리와 도야지 비계는 모두 선득선득하니 찬 것들이다
 
저녁술을 놓은 아이들은 외양간섶 밭마당에 달린 배나무 동산에서 쥐잡이를 하고 숨굴막질을 하고 꼬리잡기를 하고 가마 타고 시집가는 놀음 말 타고 장가가는 놀음을 하고 이렇게 밤이 어둡도록 북적하니 논다
 
밤이 깊어가는 집안엔 엄매는 엄매들끼리 아릇간에서들 웃고 이야기하고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윗간 한 방을 잡고 조아질하고 쌈방이 굴리고 바리깨돌림하고 호박떼기하고 제비손이구손이하고 이렇게 화디의 사기방등에 심지를 몇 번이나 돋우고 홍계닭이 몇 번이나 울어서 졸음이 오면 아릇목싸움 자리싸움을 하며 히드득거리다 잠이 든다 그래서는 문창에 텅납새의 그림자가 치는 아침 시누이 동서들이 욱적하니 흥성거리는 부엌으론 샛문틈으로 장지문 틈으로 무이징게국을 끓이는 맛있는 내음새가 올라오도록 잔다
 1935년 11월 朝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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統營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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統營 2

 

https://youtu.be/RRxxEklLV1I?si=D2dlS_WrlrPe06R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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修羅

거미새끼 하나 방바닥에 나린 것을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문밖으로 쓸어버린다
차디찬 밤이다
 
언제인가 새끼거미 쓸려나간 곳에 큰거미가 왔다
나는 가슴이 짜릿한다
나는 또 큰거미를 쓸어 문밖으로 버리며
찬 밖이라도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하며 서러워한다
 
이렇게 해서 아린 가슴이 싹기도 전이다
어데서 좁쌀알만한 알에서 가제 깨인 듯한 발이 채 서지도 못힌 작은 새끼거미가 이번엔 큰거미 없어진 곳으로 와서 아물거린다
나는 가슴이 메이는 듯하다
내 손에 오르기라도 하라고 나는 손을 내어미나 분명히 울고불고 할 이 작은 것은 나를 무서우이 달어나버리며 나를 서럽게 한다
나는 이 작은 것을 고이 보드러운 종이에 받어 또 문밖으로 버리며
이것의 엄마와 누나나 형이 가까이 이것의 걱정을 하며 있다가 쉬이 만나기나 했으면 좋으련만 하고 슾퍼한다
 
* 修羅: 싸움을 일삼는 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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孤獨

* 낙사랑: 실을 두른 여자
https://youtu.be/TDkdMjo2_zE?si=NhFPQKdRWGAvx2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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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바람벽이 있어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
 
이 흰 바람벽에
희미한 십오촉(十五燭)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
때글은 다 낡은 무명샤쓰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그런데 이것은 또 어인 일인가
이 흰 바람벽에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을 담그고 무이며 배추를 씻고 있다.
 
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
어느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즈막한 집에서
그의 지아비와 마조 앉아 대구국을 끓여놓고 저녁을 먹는다
벌써 어린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
 
그런데 또 이즈막하야 어늬 사이엔가
이 흰 바람벽엔
내 쓸쓸한 얼굴을 쳐다보며
이러한 글자들이 지나간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
그리고 이 세상을 살어가는데
내 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찬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를 위로하는 듯이 나를 울력하는 듯이
눈질을 하며 주먹질을 하며 이런 글자들이 지나간다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 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초생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쓰 쨈'과 도연명과 '라이넬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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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鄕

나는 北關에 혼자 앓어 누워서
어느 아침 醫員을 뵈이었다
醫員은 如來같은 상을 하고 關公의 수염을 드리워서
먼 옛적 어느 나라 신선 같은데
새끼손톱 길게 돋은 손을 내어
묵묵하니 한참 맥을 집더니
문득 물어 고향이 어데냐 한다
평안도 定州라는 곳이라 한즉
그러면 아무개씨 고향이란다
그러면 아무개씨를 아느냐 한즉
의원은 빙긋이 웃음을 띠고
莫逆之間이라며 수염을 쓴다
나는 아버지로 섬기는 이라 한즉
의원은 또 다시 넌즈시 웃고
말없이 팔을 잡어 맥을 보는데
손길은 따스하고 부드러워
고향도 아버지도 아버지의 친구도 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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膳友辭

* 세괏: 매우 기세가 억세고 날카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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八院 - 西行詩抄 3

https://youtu.be/UO_ezjPROwI?si=zFHNNFibyCYJfb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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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僧

여승은 합장(合掌) 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佛經)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의 어느 산 깊은 금덤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어린 딸아이를 때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山)꿩도 섧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山)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 금덤판: 금을 캐거나 파는 산골의 장소로 간이 식료품 등 잡품을 파는 곳 
  섶벌: 울타리 옆에 놓아 치는 꿀벌. 재래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