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독서, 영상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자미라 엘 우아실, 프리데만 카릭

클리오56 2024. 6. 7. 11:01

 

이동진 평론가가 2024년을 맞이하면서 2023년 올해의 책 비소설부문 3권을 소개하였으며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와 '이주하는 인류'는 이미 접하였고, 본 블로그에 업로드 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를 읽었다. 우선 이동진 평론가의 본서 소개이다. 

 













 

 

 

 

내용 및 소감

1. 익숙한 세계

20쪽: 이 책에서 우리는 좋은 이야기만큼 강력한 것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다. 우리는 이 세상이 부정의하고 서서히 몰락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다른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우리의 서사 프로그램을 파악하고,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정신적 요소를 바꿀 때 세상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시험해볼 가치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노력을 세가지 단계로 시도해보려고 한다.  

첫째, 스토리텔링이라는 문화기술이 왜 우리 인간에게 그토록 권능을 발휘하고 생존에 중요했는지, 이야기하는 원숭이인 우리가 오늘날 왜 그 무엇보다도 이야기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지를 추적하고자 한다. 또한 우리는 현대의 자아가 왜 궁극적으로 오로지 한 가지 이야기만 하는지, 그리고 오늘날 어떻게 그것을 잘 해낼수 있을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둘째, 우리 삶과 역사, 사회의 어떤 영역이 어떤 내러티브에 의해 어떤 방식으로 형성되는지, 그 결과 수십억 사람들이 그러한 내러티브로 얼마나 고통받는지를 보여주려고 한다......

셋째, 어떤 내러티브가 참되고 더 건강하고 생산적이며 나아가 -유토피아적 미래라는 의미에서- 더 좋을 수 있는지 탐구하려고 한다. 사람들에게 정말로 유토피아가 필요한지, 어떻게 하면 우리가 도덕적으로 가장 잘 배울 수 있는지도 알아보려고 한다.   

 

2. 모험으로의 부름 (구원자, 악령, 영웅)

26쪽: 그들은 자신이 가진 어떤 믿음 때문에 앞으로 계속 나아갔던 거예요!.... 우리는 무엇을 믿어야지?....이 세상에 어떤 선한 것이 존재한다는 믿음이요, 프로도 나리, 그리고 그 선함은 싸워서 지킬 가치가 있어요.... 대부분의 영웅은 자신의 믿음을 마음속 깊은 곳에서 먼저 발견하고 그 믿음을 위해 변화를 꾀한다. 그들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는 이유는 바로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여행을 떠나기 때문이다.... 그들의 모험은 언제나 영웅적 자아로 이르는 험난한 길이다. 영웅의 여정, 그것은 성장인 동시에 하나의 역작이다. 

 

27쪽: 조지프 캠벨: 1945년 출간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에서 수천개의 전세계의 신화와 전설, 이야기를 분석. 하나의 패턴을 확인했고 이를 단일신화라고 명명. 항상 같은 도식이 발견되는데 이는 서사유전자로 육체적 모험인 외적 여정과 더불어 정신적 발견인 내적 변화  

<영웅여정>

40쪽: 칼을 움켜쥐다. 하지만 영웅은 가장 어두운 순간에 결단을 내리고 통찰력을 얻으며 마지막으로 정신을 차리고 기운을 낸다. 영웅은 두려움과 자신에 대한 의심, 때로는 죽음까지도 극복한다. 영웅은 다시 태어나거나 부활하여 새롭고 더 나은 자기 모습을 갖게 된다. 더 용감하고 더 강하고 더 단호해진다. 이제 주인공은 마침내 영웅이 된다. 

 

58쪽: 마스터플롯: 뼈대가 되는 스토리 10종류: 경쟁(스포츠 중계), 구원(동굴에 갇힌 태국 소년 12명 구출), 탐색(연애 기얼리티 쇼), 변신(체중 관련 비포&애프터 쇼), 복수(외모 관리후 전 애인 찾음), 약자(아웃사이더가 한 순간에 출세, 수잔 보일), 러브 스토리, 추적 또는 사냥(도주중인 가해자 추적), 성년(순수, 부끄러움, 두려움을 벗어나 어른으로 성장), 자기희생(쉬지 않고 일하는 구급대원)

 

70쪽: 포스트 영웅 시대의 영웅: 전투에서의 군사적 용기가 오늘날에는 시민의 용기, 비타협적 태도, 공감이 되었다. 

 

3. 거부: 나는 어떻게 나만의 영웅이 되는가?

78쪽: 인간은 가능한 한 좋은 삶, 길고 행복한 삶을 만들어가기 위해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도전 과제를 극복할 때마다 자신의 유한성을 바탕으로 결정을 내린다. 이로써 우리는 성공적인 노력을 성찰하며 그로부터 배우고 그것을 이야기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된다. 

 

84쪽: 말하자면 원인과 결과에 대해 이해하면 우리 적응력에 가장 중요한 행동 원칙이 생겨난다. 즉 어떤 것이 그냥 그렇게 우리에게 닥치거나 이유없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면 우리에게 위협적인 상태를 지속적인 발전과 변화- 오늘날에는 시행착오라고 말하기도 한다- 를 통해 더 나은 상태로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알게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내적, 외적 변화를 통해서다. 어쩌면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영웅여정을 통해서. 

 

85쪽: 여러분이 37,000년 전 호주 초원 지대의 원주민이라고 잠시 상상해보라. 조상 때부터 사냥터였던 땅에 갑자기 화산대가 형성되고 곧 불과 용암을 내뿜기 시작한다. 불과 몇 달 만에 원주민의 고향은 그 모습이 완전히 바뀌고 수많은 동족이 목숨을 잃는다. 이제 여러분은 세상이 예측할 수 없고 가끔은 끔찍한 놀라움으로 가득 차 있고 이치에 맞지도 않으며 아무도 설명하지 못한다는 사실, 죽을 때까지 이런 일이 계속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든지 아니면 이야기를 만들어내든지 둘 중 하나다.

 

90쪽: 이야기는 선사 시대의 ‘소셜 콘텐츠Social Content’였으며 감정적 소모가 클수록 더 많이-오늘날의 용어로 표현하자면-공유Share되고 리포스트Repost되었다. 말하자면 우리의 생존은 삶에 필수불가결한 이러한 정보를 전달하는 형식이 얼마나 훌륭한가에 달려 있었다. 달리 표현하면 더 훌륭한 이야기를 가진 부족이 생존 가능성이 더 높았다.

91쪽: 이야기는 더 나은 삶을 위한 실질적 지침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모든 이야기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해결을 정확히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말해준다. 모든 이야기는 우리에게 배움을 가르쳐준다. 모든 이야기는 구체적이고 명백한 적응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이렇게 습관화된 문제해결 능력 덕분에 자신의 현실을, 나아가 끊임없는 적응을 통해 개선한 자신의 삶을 직접 구성하는 존재로 발전했다. 

 

93쪽: 우리 인간은 생존과 진화를 위해 언제부터인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고 이를 통해 발달을 크게 가속할 수 있었다. 우리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비로소 인간이 된 유인원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적절한 이름은 무엇일까? 호모 나랜스, 즉 이야기꾼 인간이다. 

98쪽: ‘있는 일을 이야기하기’가 갑자기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기’, ‘있을 수 있는 일을 이야기하기’로 바뀌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동굴 안이나 앞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사람들은 그곳에 있지도 않았던 검치호랑이에 관해 이야기했는데, 이는 언젠가 정말로 검치호랑이를 마주칠 때를 대비하여 정신적으로 무장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바로 여기서 허구가 시작되었을까? 사냥꾼들의 이야기에 나오는 매머드가 그냥 큰 정도가 아니라 산만큼 거대했을까?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특히 인상적으로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들이 부족에서 완전히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된 것일까?오늘날의 관점에서 볼 때 매머드가 공포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크게 묘사된 이야기가 별 볼 일 없는 토끼 사냥보다 더 많이 이야기되었다는 사실은 일리가 있어 보인다. 내러티브의 진화에서 더 흥미진진하고 더 인상적인 이야기가 확고한 위치를 차지한 이유는 객관적인 정보보다 박진감이 있어서 더 잘 전달되고 더 많이 이야기되었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의 어느 시점부터 미화되거나 완전히 꾸며낸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진화적 우월성으로 이어지는 생존 요인이 되었다.

말하자면 허구에 의한 생존Survival by Fiction이다. 그리고 곧 이야기는 우리가 서로에게 경고하거나 위로하는 방식, 우리가 스스로 세상을 설명하는 방식, 모든 인간이 자신에 대해 말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105쪽: 좋은 이야기를 들을 때 뇌는 아주 중요한 정보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네 가지 화학전달 물질을 방출한다. 

- 코르티솔: 카운트 다운이 끝나기 2초 전에 빨간색 전선과 녹색 전선 사이에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장면에서 느끼는 마력.  => 위험을 알리는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서 방출

- 도파민: 맛이 뛰어난 샌드위치를 먹거나 환상적인 섹스를 할 때 => '계속해, 최고야' 해피엔딩 신호를 방출

- 옥시토신: 공감을 불러 일으키며, 우리가 누군가와 혹은 허구적 인물과 우리 자신을 동일시 할 때 방출

- 엔드로핀: 웃음 신경을 적중할 때 터져나옴 


4장 멘토와의 만남 (단어, 문장, 그림: 이야기의 수단)
162쪽: ‘스토리Geschichte는 이야기되는 내용을 가리키며, 이야기Erzahlung는 이것이 어떻게, 어떤 수단과 동기로 행해지는지를 나타내며, 내러티브 Narrativ는 왜 그리고 무엇을 위해 이야기가 전해지는지를 결정한다. ..... 신약성경을 예로 들 수 있다. 스토리 : 목수의 아들에서 한 종파의 지도자가 된 사람이 유대인 체제와 로마의 통치 세력에 맞서다가 결국 그로 인해(그리고 우리의 죄를 위해) 십자가에 못 박힌다. 이야기 : 종교에 기반을 둔 전형적인 메시아. 내러티브 : 이타심, 자비, 지혜를 통한 초월.

5장 첫 번째 문턱을 넘다 (인터넷은 우리의 서사를 어떻게 벼화시키는가)

213쪽: 스마트폰은 이야기하는 원숭이인 우리가 글자나 그림문자, 사진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코멘트를 달고 반응하는 자기표현을 가능하게 한다. 매체가 현재와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계속 추가되는 각각의 이미지는 끝없는 영웅 여정의 한걸음 한걸음을 나타낸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휴대전화는 자기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우리 자아의 연장된 팔이라고 볼 수 있다. 

 

214쪽: 스마트폰으로 말미암아 호모 나랜스는 그 어느 때보다 무수한 자신의 이야기를 생산할 수 있는 초강력 이야기꾼이 되었다. 이처럼 초강력 이야기꾼이 된 인간은 끊임없이 구성하는 자아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외부를 향해 일관되게 유지하려고 더 많이 애쓴다. 우리는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끊임없는 자기관찰을 통해, 또한 보이지 않는 무수한 타인의 인지에 비추어 봄으로써 우리 자신이 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서사된 자아가 된다. 그리고 이러한 서사된 자아에 담긴 허구성은 타인의 자기 서사와 경쟁을 벌인다.

6장 시험, 동맹자, 적: 어떤 서사가 우리 세계를 결정하는가 

265쪽: 이제 가장 큰 거짓말을 폭로할 때가 되었다. 우리 삶은 자원과 권력으로의 접근을 체계화하는 몇몇 조작적 내러티브에 의해 결정되었고 지금도 그러하다. 이러한 내러티브는 누가 주인공이고 누가 적대자인지를 분류한다. 그리고 권력과 불의를 아주 믿을 만하게 미화시켜서 우리 사회의 토대가 사물의 질서에 대한 정교한 허구라는 사실을 우리가 더 이상 눈치채지 못하게 한다. 이제 우리는 세상이라는 극장의 등장인물처럼 인간을 연출하는 이러한 강력한 ‘어른을 위한 동화’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중략) 이러한 어른 동화의 일부를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늘날 우리가 더불어 사는 우리 삶에 관해 이야기할 때 수천 년 전과 매우 비슷한 허구를 이야기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이러한 허구가 불의의 진짜 원인을 아주 훌륭하게 감추기 때문이며 무언가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우리의 부담감을 덜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허구를 믿고 싶기 때문이다.

7장 가장 깊은 동굴로 들어가기: 우파의 영원한 유혹

331쪽: "사실을 포기하는 것은 곧 자유를 포기하는 것이다. 아무것도 사실이 아니라면 누구도 권력을 비판할 수 없다. 비판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정치적 현실을 허구화한 트럼프의 악명 높은 행위는 원시 파시즘의 전형적인 예다. 그는 진실조차 자신에게 굴복할 정도로 자신이 강하다는 것을 추종자에게 전달함으로써 힘을 과시한다. 트럼프는 거짓말에 새로운 힘을 부여했다. 그는 자신의 거짓말이 드러나자 앞선 거짓말을 사실로 만들기 위해 거짓말을 계속 이어갔다. 

 

8장 마지막 시련: 독일과 미국은 어떤 스토리를 만들었는가

371쪽: 의무를 다하는 것 - 위계질서와 엄격한 규칙 준수 - 은 일반 대중에게 품위와 덕성의 전형이 되었다. 동시에 다른 유럽 국가들과는 달리 식민지 보유국이 아니라는 열등의식으로부터 철저히 위장된 민족 우월주의에 대한 열망이 샹겨났다. 눈에 띄게 더 커 보이려는 열성적이고 과시적인 노력의 이상은 점차 더 위험한 것으로 바뀌었다. '규율없이 제멋대로인 이웃들이여, 우리가 얼마나 모범적인지 보아라'라는 생각이 '독일적인 것으로 세상이 치유되어야 한다'는 지나치게 자신감 넘치는 생각으로 발전했다. 

 

388쪽: 그러나 다른 많은 나치 당원은 전부는 아니지만 법적 소송에 직면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국가 관료와 군대의 적극적인 권리, 즉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는 핑계를 하나같이 내세웠다. 다시 말해 아무리 잔인한더라도 자신의 의무를 다해야 했다는 것이다.  

 

9. 칼을 움켜쥐다 - 별로 강하지 않은 성별
393쪽: 금단의 열매라는 비유를 인식하고 이를 영원한 본능의 유혹과 연결지어 생각하면 수천년 동안 이어져 온 성 불평등에 대한 서사적 열쇠를 찾을 수 있다. 즉 여성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394쪽: 판도라 이야기는 신화가 다음과 같은 사실을 우리에게 얼마나 명료하게 이해시키는지를 다시 한번 보여준다. 즉, 여자가 사람들이 말한 대로 행동하지 않아서 모든 것이 잘못된다는 것이다. 홀런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그리스인들은 인간의 유한한 운명에 대한 책임을 판도라에게 돌렸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여성을 남성 명제에 대한 반명제, 즉 확고한 경계 안에서 억제해야 하는 타자로 정의했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그리스가 이원론적 현실관, 즉 여성이 수시로 변하고 근본적으로 비열한 이 세계를 대표하도록 영원히 운명지어져 있다는 관점을 위한 철학적-과학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판도라 신화로 여성 혐오의 원초적 내러티브가 마련되었으며, 오늘날까지 많은 이야기가 이 네러티브에 기반을 두었다. 판도라는 물론 이브와 함께 영웅(당연히 남성 영웅)이 자신의 임무를 제대로 완수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혼란스럽고 파괴적인 자연의 힘을 상징하는 수많은 여성 인물 중 최초의 여성이다. 

 

395쪽: 여성 혐오의 두번째 원초적 내러티브는 손에 넣기 힘든 성적 자원이자 동시에 스스로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상품화하는 여성에 대한 것이다. ... 즉 아름다운 매춘부가 부유한 남자로 부터 구원받고 남자의 지위와 부를 대가로 남자에게 독점적으로 자기의 몸을 허락한다. .... 모든 이야기의 공통점은 한 남자가 자신의 낭만적인 상상과 사회경제적 필요에 따라 오로지 자신을 보완해주고 도와주기 위해서 존재하는 여자를 만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상적인 뮤즈에는 복종을 통해 충만함을 발견하는 여성성이라는 내러티브가 숨겨져 있다. 

 

398쪽: 팜므 파탈, 단어 그대로의 뜻인 치명적 여성은 남성을 위험에 빠뜨리는 또 다른 여성성의 표현이다.....쾌락주의적이고 성적으로 자유분방한 여성인 팜므 파탈은 남성을 상징적으로 파괴할 수 있다. 왜냐하면 팜므 파탈은 대체로 아이가 없거나 아이를 갖지 않으려고 함으로써 남성의 생식과 불멸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402쪽: 여성은 최소한 남성만큼 여러 파트너를 갖기를 원하는 성향을 지니며 성적으로 정력적이다. 다만, 수천년 동안 온갖 권력과 잔인함으로 이러한 성향을 강제로 빼앗겼을 뿐이다. 

10. 귀로 : 인류 종말은 텔레비전에서 방송되지 않는다 - 기후 스토리가 실패하는 이유
455쪽: 툰베리는 우리와 달리 감정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숫자로만 판단한다. 그리고 이 숫자들은 기후의 관점에서 충격 그 이상이다. 하지만 그녀는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무력감을 느끼고 체념하는 대신 유일하게 이성적인 행동, 즉 자신의 힘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다. 그녀는 가장 먼저 자기의 학력, 이어서 자신의 젊음, 사생활, 자유를 걸고 모험을 강행한다. 그레타 툰베리는 의회 앞에  앉은 첫날부터 전 세계를 위해 특정한 방식으로 자신을 희생한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여정을 지속해서 이어갈 마음의 준비가 되었기 때문에 세상을 조금씩 변화시킬 수 있게 된다. 

11. 부활 - 지칠 대로 지친 원숭이
491쪽: 이제는 예전 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이 현재의 만물질서와 나아가 다수의 이야기를 쉽게 비판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현실을 어떻게 지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합의가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고 사회가 적대적인 파벌로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분열되고 있다는 두려움이나 내러티브가 생겨난다. 

12. 묘약을 들고 귀환하다 - 우리는 어떻게 세상을 구할 것인가
528쪽: 왜 우리는 유토피아보다 디스토피아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더 좋아할까? 디스토피아가 더 흥미진진하기 때문이다. 유감스럽게도 모두가 모든 것을 가진 유토피아는 지루하다. 그리고 유토피아는 흥할 수도, 망할 수도 없으며 그저 존재할 수만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듣고 싶다. 그 이유는 바로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536쪽: 우리가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한 가지 조언을 한다면 그것은 위기 상황에 대응하는 안보 훈련에서 가장 자주 듣는 조언일 것이다. 위험이 임박했을 때 위험해지기 전에 행동하는 것이 현명하다. 말하자면 주인공이 되지 말고 이야기 하는 원숭이로 남아있는 것이 좋다. 여러분 자신과 여러분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라. 그리고 이야기를 확실한 해피엔딩으로 시작해보라. 여러분이 어느 지점에서 주인공이고 어느 지점에서 적대자인지 솔직하게 자문해보라. 유토피아를 만들고 낙원상태를 상상해보라. 그리고 용기를 가져라. 지금까지 감히 꿈만 꾸었던 다른 사람들과 힘을 합쳐라.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행동하기 전에 방아쇠를 기다리지 않는 것이다. 여러분의 여정을 오늘 바로 시작하길 바란다. 

 

교보문고 소개

 

원시 시대 동굴 속에서 나누던 이야기에서부터 디즈니의 애니메이션까지, 『일리아드』와 같은 고전에서부터 정치인 트럼프의 거짓말까지. 강력한 이야기는 삶을 구할 수 있고, 투표 결과를 좌우할 수 있으며, 사회를 바꿀 수 있다. 또한 전쟁을 일으킬 수 있고 사람들을 영원히 반목시킬 수도 있다. ‘이야기하는 원숭이’인 우리들은 이야기의 힘 덕분에 진화적 이점을 얻고, 문명을 이룰 수 있었다.

2022년 독일 독서문화진흥재단에서 선정한 최고의 논픽션 중 한 권에 들어갔던 이 책에서 저자들은 이야기가 지닌 상반된 영향력을 추적한다. 그들은 어떤 이야기가 오늘날 우리를 위험에 빠뜨리는지 그리고 우리 세상을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이야기가 왜 절박한지를 잘 풀어놓고 있다.

Samira El Ouassil

1984년 뮌헨에서 태어났으며 뮌헨 대학교에서 커뮤니케이션학과 독일 현대문학을 전공했다. 그녀는 온라인포털 ‘위버메디엔’에서 ‘보헨샤우Wochenschau’ 컬럼을 기고하고 있으며, 오더블Audible의 팟캐스트 ‘작 니말스 니체Sag Niemals Nietzsche’에서 크리스티아네 슈텡거와 함께 철학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2020년부터는 〈슈피겔〉 지의 온라인 컬럼 ‘간츠 마이너 마이눙Ganz Meiner Meinung’을 기고하고 있으며, 프리데만 카릭과 함께 팟캐스트 ‘해적방송국 파워플레이’를 진행하고 있다.

 

Friedemann Karig

1982년 슈바르츠발트에서 태어났으며 언론학, 철학, 사회학, 경제학을 전공했다. 그는 〈쥐트도이체 차이퉁〉, 〈쥐트도이체 차이퉁 마가진〉, 〈디 차이트〉, 온라인매거진 〈예츠트〉에 기고하고 있으며, 그림메상 후보에 오른 프로그램 ‘예거 & 잠믈러Jäger&Sammler’(ARD/ZDF 방송)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그는 소설 『정글Dschungel』, 『우리가 사랑하는 법. 일부일처제의 종말Wie wir lieben. Vom Ende der Monogamie』을 출간했다.

 

목차

  • 1. 익숙한 세계 - 프롤로그

    2. 모험을 소환하다 - 구원자 · 악령 · 영웅

    그들 모두를 변신시키는 여행
    악당 · 멘토 · 동지
    신데렐라와 구약성경의 연결고리
    마스터플롯Masterplot : 뼈대가 되는 스토리
    ‘포스트 영웅 시대’의 영웅

    3. 거부 - 나는 어떻게 나만의 영웅이 되는가?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스토리
    죽은 원숭이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야기꾼 인간-호모 나랜스Homo Narrans
    머릿속 작가의 방Writer’s Room
    완전한 천연 약물
    정신의 3D 프린터 : 뇌
    역사상 가장 유명한 목마
    거울 속 원숭이
    서사적 자아
    다른 시대, 다른 영웅
    모두가 왕이다

    4. 멘토와의 만남 - 단어 · 문장 · 그림 : 이야기의 수단

    무기를 주고 친구를 찾아라
    첫 번째 규칙: 규칙은 없다
    한 단어 스토리
    단어가 지닌 마법
    이미지는 천 명의 영웅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

    5. 첫 번째 문턱을 넘다 - 인터넷은 우리의 서사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저커버그Zuckerberg의 신화
    터보Turbo 서사 기술의 승리
    아이, 폰I, phone
    보는 대로 배운다Monkey see, monkey do
    디지털식으로 진영을 형성하다
    사춘기

    6. 혹독한 테스트 · 동맹자 · 적 - 어떤 서사가 우리 세계를 결정하는가

    내러티브 전쟁
    민주주의를 위한 안전한 세상 만들기
    최초의 어른 동화 : 호모 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
    신은 분명 미쳤다
    왕의 발명
    새로운 동화 : 누구나 자신의 왕관을 만든다
    흑인을 만들어내다
    피비린내 나는 유대인에 관한 어른 동화

    7. 가장 깊은 동굴로 들어가기 - 우파의 영원한 유혹

    와서 가져가라!
    생존을 위한 동맹
    총체적 적대자
    ‘포스가 함께 하길May the Force be with you’ - 스파르타 · 스타워즈 · 디즈니 월드
    트럼프와 같은 원시 파시스트 : 거짓말 · 신화 · 허구
    음모 서사 : 상호작용하는 파시즘 동화

    8. 결정적 테스트 - 독일과 미국은 어떤 스토리를 만들었는가

    왜곡된 의무
    딥 스토리Deep Story와 무한한 허구의 나라
    1933년까지 독일의 딥 스토리
    드라마는 억압을 씻어낸다
    진정 독일적인 유일한 것

    9. 칼을 움켜쥐다 - 별로 강하지 않은 성별

    사과 · 뱀 · 여자
    남성 영역으로서 신화와 영웅 이야기
    비자발적 독신자Incel과 그들의 여성 혐오

    10. 귀로 : 인류 종말은 텔레비전에서 방송되지 않는다 - 기후 스토리가 실패하는 이유

    영화 스토리의 참패
    우리는 왜 기후를 잘못 이야기하는가
    땅을 정복하라
    영웅 그레타Greta

    11. 부활 - 지칠 대로 지친 원숭이

    위기에 처한 자아
    우리가 행복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
    섹스 · 거짓말 · 영화
    점성술과 또 다른 탈정치화
    이야기 광장
    정체성 정치 - 서사 부조화와 서사적 자아의 권리
    이야기에 지친 원숭이

    12. 묘약을 들고 귀환하다 - 우리는 어떻게 세상을 구할 것인가

    카산드라와 코로나
    현재와 미래의 트롤리Trolly 문제
    상상은 근육이고 이야기는 바이러스다
    얼굴을 잃는 것보다 머리와 목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 낫다
    불안정한 시대를 위한 유토피아
    진정한 적대자
    최후의 그림

    감사의 말
    주석
    참고문헌

책 속으로

여러분이 37,000년 전 호주 초원 지대의 원주민이라고 잠시 상상해보라. 조상 때부터 사냥터였던 땅에 갑자기 화산대가 형성되고 곧 불과 용암을 내뿜기 시작한다. 불과 몇 달 만에 원주민의 고향은 그 모습이 완전히 바뀌고 수많은 동족이 목숨을 잃는다. 이제 여러분은 세상이 예측할 수 없고 가끔은 끔찍한 놀라움으로 가득 차 있고 이치에 맞지도 않으며 아무도 설명하지 못한다는 사실, 죽을 때까지 이런 일이 계속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든지 아니면 이야기를 만들어내든지 둘 중 하나다.
3장 「거부」 중 본문 84쪽~85쪽

‘있는 일을 이야기하기’가 갑자기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기’, ‘있을 수 있는 일을 이야기하기’로 바뀌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동굴 안이나 앞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사람들은 그곳에 있지도 않았던 검치호랑이에 관해 이야기했는데, 이는 언젠가 정말로 검치호랑이를 마주칠 때를 대비하여 정신적으로 무장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바로 여기서 허구가 시작되었을까? 사냥꾼들의 이야기에 나오는 매머드가 그냥 큰 정도가 아니라 산만큼 거대했을까?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특히 인상적으로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들이 부족에서 완전히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된 것일까?
오늘날의 관점에서 볼 때 매머드가 공포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크게 묘사된 이야기가 별 볼 일 없는 토끼 사냥보다 더 많이 이야기되었다는 사실은 일리가 있어 보인다. 내러티브의 진화에서 더 흥미진진하고 더 인상적인 이야기가 확고한 위치를 차지한 이유는 객관적인 정보보다 박진감이 있어서 더 잘 전달되고 더 많이 이야기되었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의 어느 시점부터 미화되거나 완전히 꾸며낸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진화적 우월성으로 이어지는 생존 요인이 되었다.
말하자면 허구에 의한 생존Survival by Fiction이다. 그리고 곧 이야기는 우리가 서로에게 경고하거나 위로하는 방식, 우리가 스스로 세상을 설명하는 방식, 모든 인간이 자신에 대해 말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3장 「거부」 중 본문 98쪽~99쪽

‘스토리Geschichte는 이야기되는 내용을 가리키며, 이야기Erzahlung는 이것이 어떻게, 어떤 수단과 동기로 행해지는지를 나타내며, 내러티브 Narrativ는 왜 그리고 무엇을 위해 이야기가 전해지는지를 결정한다. 예를 들어 나무 열매를 따 먹은 여자 때문에 낙원에서 추방당한 남녀에 대한 스토리의 경우 이야기는 유혹, 죄책감, 추방에 대한 것이지만 이러한 이야기의 지배적 내러티브는 다음과 같다. 즉 ‘여성은 위험하다.’ (중략)
또는 신약성경을 예로 들 수 있다. 스토리 : 목수의 아들에서 한 종파의 지도자가 된 사람이 유대인 체제와 로마의 통치 세력에 맞서다가 결국 그로 인해(그리고 우리의 죄를 위해) 십자가에 못 박힌다. 이야기 : 종교에 기반을 둔 전형적인 메시아. 내러티브 : 이타심, 자비, 지혜를 통한 초월.

4장 「멘토와의 만남」 중 본문 162쪽~163쪽

스마트폰으로 말미암아 호모 나랜스는 그 어느 때보다 무수한 자신의 이야기를 생산할 수 있는 초강력 이야기꾼이 되었다. 이처럼 초강력 이야기꾼이 된 인간은 끊임없이 구성하는 자아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외부를 향해 일관되게 유지하려고 더 많이 애쓴다. 우리는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끊임없는 자기관찰을 통해, 또한 보이지 않는 무수한 타인의 인지에 비추어 봄으로써 우리 자신이 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서사된 자아가 된다. 그리고 이러한 서사된 자아에 담긴 허구성은 타인의 자기 서사와 경쟁을 벌인다.

5장 「첫 번째 문턱을 넘다」 중 본문 214쪽~215쪽

이제 가장 큰 거짓말을 폭로할 때가 되었다. 우리 삶은 자원과 권력으로의 접근을 체계화하는 몇몇 조작적 내러티브에 의해 결정되었고 지금도 그러하다. 이러한 내러티브는 누가 주인공이고 누가 적대자인지를 분류한다. 그리고 권력과 불의를 아주 믿을 만하게 미화시켜서 우리 사회의 토대가 사물의 질서에 대한 정교한 허구라는 사실을 우리가 더 이상 눈치채지 못하게 한다. 이제 우리는 세상이라는 극장의 등장인물처럼 인간을 연출하는 이러한 강력한 ‘어른을 위한 동화’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중략) 이러한 어른 동화의 일부를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늘날 우리가 더불어 사는 우리 삶에 관해 이야기할 때 수천 년 전과 매우 비슷한 허구를 이야기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이러한 허구가 불의의 진짜 원인을 아주 훌륭하게 감추기 때문이며 무언가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우리의 부담감을 덜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허구를 믿고 싶기 때문이다.

6장 「혹독한 테스트·경쟁자·적」 중 265쪽~266쪽

왜 우리는 유토피아보다 디스토피아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더 좋아할까? 디스토피아가 더 흥미진진하기 때문이다. 유감스럽게도 모두가 모든 것을 가진 유토피아는 지루하다. 그리고 유토피아는 흥할 수도, 망할 수도 없으며 그저 존재할 수만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듣고 싶다. 그 이유는 바로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12장 「묘약을 들고 귀환하다」 중 528쪽~529쪽

출판사 서평

이야기는 왜 중요한가

우리는 왜 이야기를 할까? 그리고 왜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빠져들까? 저자들의 답은 분명하다. 이야기는, 특히 뇌리에 박히는 강력한 이야기는 인류가 생존하는 데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저자들에 따르면 우리는 ‘슬기로운 사람’이라는 뜻의 호모 사피엔스라기보다는 ‘이야기하는 사람’인 ‘호모 나랜스Homo narrans’라고 해야 더 알맞다. 우리는 아주 가끔씩만 슬기로울 뿐이지만, 이야기는 항상 하기 때문이다.


그럼 이야기는 어떻게 생존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선사 시대에 한 사람이 자신이 사냥 중에 겪은 위기의 순간을 부족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주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그는 거대한 살쾡이를 마주쳤다. 살쾡이가 공격하자 그는 나무와 돌로 만들어둔 창을 살쾡이 쪽으로 던졌다. 창은 부러지고 그는 팔에 상처를 입었다. 창 없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는 도망친다. 저 뒤에 있는 나무 위로 도망치려 하지만 다친 팔로는 나무 위로 올라가지 못한다. 그는 폭포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계속 달려간다. 그는 절벽 끝에 다다랐고 살쾡이는 그를 갈기갈기 찢으려고 한다. 공격할 힘도 없이 녹초가 된 그는 죽음의 두려움을 이기고 절벽 아래로 뛰어든다. 몇 초간의 자유 낙하 끝에 그는 차가운 수면 위로 떨어진다. 그는 죽었을까? 아니다. 그는 깊은 물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숨을 헐떡인다. 해냈어!


부족 사람들은 흡사 오늘날의 액션 영화와 같은 이런 탈출 스토리를 흥미진진하게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이런 교훈과 정보도 얻었을 것이다. 이를테면 적과 만났을 때 무기에만 의지해서는 안 되고 폭포 아래 물속은 비상시에 뛰어들어도 될 만큼 매우 깊으며 절벽에 뛰어내리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등의 중요한 정보 말이다. 말하자면 이야기는 성공적인 생존 전략과 정보를 전달하는 훌륭한 도구였다. 용기를 내 적과 맞서 싸운 이야기, 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이야기, 함께 힘을 모아 역경을 극복한 이야기 등은 무엇이 바람직하고 바람직하지 않은지를 사람들에게 알려주었다. 부족 중 한 사람만이라도 이를 따라 하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그 부족은 더 안전해지고 성장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야기는 선사 시대의 ‘소셜 콘텐츠Social Content’였으며 감정적 소모가 클수록 더 많이-오늘날의 용어로 표현하자면-공유Share되고 리포스트Repost되었다. 말하자면 우리의 생존은 삶에 필수불가결한 이러한 정보를 전달하는 형식이 얼마나 훌륭한가에 달려 있었다. 달리 표현하면 더 훌륭한 이야기를 가진 부족이 생존 가능성이 더 높았다. -90쪽

인간에게 내재한 ‘서사 유전자’를 찾아서
-모든 이야기의 보편적 구조를 분석하다

1945년 출간된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에서 조지프 캠벨이 분석한 수천 개에 이르는 전 세계 신화와 전설은 예외 없이 난관을 극복하고 성공에 이르는 패턴을 가지고 있었다. 켈트와 아랍 신화, 인도와 그리스의 반신반인(半神半人), 그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 독자적인 미국 원주민이나 토착민의 고대 이야기에서도 항상 같은 도식이 발견된다. 붓다나 예수 그리고 마호메트의 이야기도 정확히 이런 서사를 따른다. 캠벨은 이를 인간에게 내재한 ‘서사 유전자Narrative Gene’로 처럼 이해했다.


실제로 세상의 다양한 이야기들에는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공통의 서사 유형이 존재한다. 2018년 버밍엄 대학교의 행동경제학 및 데이터과학과의 포그레브나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6,000편의 영화 속에 담긴 감정 곡선을 분석했는데 6,000편의 영화는 여섯 가지 형식(더 크게 보면 세 가지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헐리우드 영화든 발리우드 영화든 K-무비든 마찬가지다.
어떤 범주들일까? 첫 번째 범주에는 가난뱅이에서 백만장자가 되는 이야기(‘누더기에서 재물로’), 또 하나는 거꾸로 주인공이 끝없이 추락하는 이야기(‘재물에서 누더기로’)가 있다. 두 번째 범주에는 누군가 구덩이에 빠졌다가 탈출하는 이야기(‘맨인홀Man in Hole’) 또 하나는 반대로 누군가 한참 상승한 후에 끝없이 추락하는 이야기(‘이카로스’)가 있다. 세 번째 범주에 우리가 익히 아는 신데렐라 이야기가 있으며 그 반대편에는 처음에는 강한 타격을 경험하고 중간에 상승하지만 결국 비극을 맞는 오이디푸스 이야기가 있다.


그러면 사람들은 어떤 영화를 선택했을까? 가장 큰 수익을 거둔, 가장 많은 관객의 선택을 받은 스토리는 누군가 구덩이에 빠졌다가 탈출하는 ‘맨인홀’ 형식이었다. 신데렐라 스토리가 바로 뒤를 이었다. ‘수익’과 ‘평가’는 별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관객들의 최고의 찬사를 받은 형식은 어떤 것이었을까? ‘가난뱅이에서 백만장자’가 되는 형식이었다. 영화 속에서 끝없는 추락을 경험하게 하거나 마침내 비극으로 끝나는 작품은 대개 관객들의 선택이나 찬사를 받는 경우가 드물었다. ‘백만장자에서 가난뱅이’로 이동하는 스토리는 특히 성공적이지 못했다. 사람들은 대체로 해피엔딩을 사랑한다.

정치, 언론, 기업, 전쟁… 모든 것에는 이야기가 필요하다

영화나 소설 속 이야기에만 익숙한 서사 구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성공하는 스토리의 뼈대, 즉 마스터 플롯에는 경쟁, 구원, 탐색, 변신, 복수, 약자, 러브 스토리, 추적, 성인, 자기희생이 끊임없이 반복된다. 허구이든 사실이든, 혹은 뉴스, 교육, 광고를 비롯하여 정보가 교환되는 모든 곳에서 이런 서사 구조가 발견된다.


2018년 6월 12명의 태국 유소년 축구단원이 물이 찬 동굴에 갇혔다. 이들의 이야기가 언론을 타기 시작하자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소년들을 응원했다. 언론의 집중적인 보도는 그들 모두가 생존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은 모두 생존해 돌아왔다. 소년들이 갇혔던 동굴은 이제 매년 100만 명이 찾는 관광 명소가 됐다. ‘구원’ 서사의 마스터 플롯이 잘 작동한 사례다.


반면에 같은 해 예멘 내전 중 굶주림으로 사망한 5세 미만의 어린이 85,000명에 대해서는 훨씬 적게 보도되었다. 이렇게 상반된 보도 횟수의 이유는 명백하다. 이례적 사건이 지속적인 위기 상황에 비해 뉴스 가치가 높다는 요인 외에도 예멘 어린이의 운명이 서사적 측면에서 너무 추상적이었던 것이다. 말하자면 예멘 어린이들을 주인공으로 연출할 수 있을 만큼 상징적인 개별적 사건이 없었고 위기 상황이 너무 애매모호했다. 예멘 어린이 이야기로는 태국 소년을 동굴에서 구출하는 것과 같은 해피엔딩을 기대하면서 확실한 저널리즘 연출을 전개하기가 불가능했다. 아무리 ‘뉴스’의 기능에 대해 따따부따해도 이것이 현실이다. 지금도 큰 재난이나 재해가 일어나면 곧이어 언론은 영웅 혹은 의인 찾기에 골몰하며, 독자는 사건의 원인이나 발단보다 여기에 더 큰 관심을 보일 때가 많다.


또 ‘경쟁’ 서사는 모든 형태의 선거 운동에서 보이는 표준 서사며, ‘변신’ 서사는 다양한 비포&애프터 쇼에서 나타난다. ‘약자’ 서사는 〈슈퍼스타K〉나 〈미스터트롯〉 같은 경연 프로그램의 성공 보증 수표며, 정치인에게도 그렇다. 아웃사이더가 한순간에 출세하는 이야기를 모두가 좋아한다.

인류를 위험에 빠뜨리기도 하는 이야기의 힘

하지만 이런 ‘서사’가 정치인이나 정치에 이용되기 시작하면 또 다른 상황이 전개된다. 음모 서사가 대표적이다.
한 가정의 아버지였던 남자는 자동 소총으로 무장하고 피자 가게에 쳐들어갔다. 그는 그 피자 가게의 지하실에서는 미국 민주당 의원들이 아동을 상대로 가학적인 조직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믿었다. 힐러리 클린턴을 비롯한 다른 유명 정치인들이 할리우드 스타들이 노화를 방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대사물질인 아드레노크롬을 얻기 위해 어린이를 납치하여 고문한다는 것이다.
이 남자는 큐어넌QAnon 음모론을 믿는 사람이었다. 큐어넌은 ‘딥 스테이트Deep State’라는 숨겨진 권력 집단이 미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으며, 이런 비밀을 폭로하고 맞서 싸우는 것이 ‘영웅’들의 역할이라는 서사를 퍼뜨렸다. 피자 가게에 쳐들어간 남자는 그런 영웅이 되고자 했다. 사실 우리는 이런 (음모) 서사에도 쉽게 빠져든다.


정치인과 기업인들은 그리고 때때로 음모론자들은 이런 상황을 교묘히 이용하며 ‘내러티브’ 전쟁에 뛰어든다. 노예제도를 정당화하기 위해 백인들은 자신들이 다른 인종을 지배해 문명으로 인도해야 한다는 서사를 퍼뜨렸다. 나치는 중세부터 내려온 ‘사악한 유대인’의 이야기를 활용했다. 더 멀리 갈 것도 없다. 일제강점기 간토 대지진 당시 만들어진 ‘불령선인’ 내러티브 때문에 6천 명(추정)이 넘는 조선인들이 일본 자경단에 의해 목숨을 잃었고, 북한이 댐을 터뜨려 남한을 초토화하려 한다는 ‘평화의 댐’ 사건에는 정보기관뿐만 아니라 소위 ‘전문가’들까지 전면에 나서 국민을 현혹시켰다.
일부 기업인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바나나 수출을 독점하기 위해 민의에 의해 선출된 과테말라 정부를 공산주의자로 몰아버린 유나이티드 프루트 컴퍼니 이야기나 여성들의 담배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자유의 횃불’ 이야기를 덧붙인 담배 회사의 이야기는 ‘선전’ 혹은 ‘홍보’의 고전이 되어버렸다. 이야기는 현실을 왜곡하고, 누군가의 이익을 위한 방향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

미래를 위한 새로운 이야기가 필요한 시대

그렇다면 이야기가 우리를, 우리의 미래를 좀 더 좋은 쪽으로 바꾸는 건 어떻게 가능할까? 이 책에서 저자들은 우리에겐 미래를 위한 새로운 서사의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대표적으로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서사를 들 수 있다. 저자들은 오늘날 기후 위기가 잘못 이야기되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생태와 경제가 서로 대립한다는 ‘경쟁’ 플롯이나,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선 우리가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이카로스’ 플롯, 우리가 위기에 빠져 있고 탈출구가 없다는 절반의 ‘맨인홀’ 플롯 같은 것들이 기후 서사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와는 다른 희망적인 서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기후 위기에 맞서 싸우는 ‘영웅 그레타 툰베리’의 서사 같은 것 말이다. 그레타 툰베리의 뒤를 이어 집결된 청년 운동인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은 이제 우리 시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운동 중 하나로 인식되어 각국에서 새로운 영웅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레타가 이끌어 온 길처럼 본보기가 되는 인상적인 이야기가 훨씬 더 많이 필요하다.


하지만 근본적인 변화는 우리가 자신을 서사 이야기, 즉 우리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만드는 것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인류로서 영웅 여정을 하고 있다고 본다면 어떨까? 무엇이 우리에게 경고를 보내고 우리를 움직이게 할까? 우리는 어디에서 우리의 부름을 거부할까? 기후 위기에서 혹은 코로나 팬데믹에서 나타나는 변화의 문턱은 어떤 것일까?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즉 원대한 목표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떤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여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저자들은 더 평화로운 세상을 그리는 우리의 능력, 그리고 그 세상을 위해 단결하는 능력, 즉 나쁜 과거에 대한 인식, 더 나은 미래에 대한 상상 그리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우리의 열정에 주목한다. 오늘날 이러한 능력은 그 어느 때보다 더 필요해 보인다. 말하자면 우리가 이러한 능력을 재발견하고 유용하게 사용한다면 이는 진정한 변화가 될 것이라고 저자들은 말한다.

이 책은 그리스 신화에서부터 넷플릭스까지, 인류가 지나온 긴 이야기의 역사를 씨줄로, 그리고 시나리오 작가에서부터 정치인까지 마침내는 범부에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활용하는 이야기의 내용을 날줄로 이야기에 기대어 사는 모든 이들을 위한 하나의 ‘텍스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