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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스 크로싱: 존 윌리엄스 (2024.1.19)

클리오56 2024. 1. 20. 06:47

 

소감 및 내용

- 존 윌리엄스는 평생 4권의 소설을 발표, 그중 3편이 장편소설이다. 부처스 크로싱은 그의 첫번째 장편소설로 1960년작  

 

- 존 윌리엄스는 사후에 발굴되어 유명해진 작가, 하여 이동진 평론가는 이를 문학사의 작은 기적이라고 평가했다.  

-  스토리:

* 회의를 느끼고 새로운 삶에 도전하기 위해 서부로 떠난 하버드대 중퇴생 앤드루스

* 하여 앤드루스는 캔자스 주의 작은 마을 부처스 크로싱에 도착, 배경은 서부개척시대

* 앤드루스는 밀러를 만나는데, 그는 10여년전 콜로라도의 산 중턱에서 들소떼 서식지를 발견했었다. 

* 4명으로 들소 사냥팀을 구성, 그들의 험난한 원정. 9월에 떠나 겨울이 되기 전 사냥을 끝내고 돌아오자고 했지만 

산 깊은 곳에서 폭설에 갇혀 겨울을 지내게 되면서 겪는 사투 

 

 

- 소설 스토리 

* 주요 등장인물: 윌 앤드루스(하버드대 3년 중퇴), 맥도널드(들소가죽 상인), 밀러(들소사냥꾼, 리더), 찰리(마부, 요리사), 슈나이더(가죽 벗기기), 프랜신(창녀).

* 사냥대는 밀러가 리더이고, 찰리, 슈나이더, 앤드루스가 참여했고, 각자의 역할과 보상 방법이 분명하였다. 

* 가상의 지명이라 정확하진 않지만 캔자스주와 콜로라도주의 주도간 이동을 가정하면 거리는 540마일, 즉 864km이다.

* 대장 밀러가 사냥 역할을 하고 앤드류스가 종종 보조를 하는데, 첫날 하루에 들소 135마리를 사살했다. 이해가 가지않을 정도로 놀라운 성과이다. 그리고 들소 무리들은 어째서 도망을 못갔나? 밀러는 들소들의 성향을 완전 파악했기 때문. 

* 당초의 계획은 사냥 기간 1주일에 가죽 1,000장. 하지만 사냥은 25일간으로 연장되었고, 가죽은 4,600~4,700장 정도이다. 결국 사냥이 길어지면서 겨울로 접어들고 예상치못하게 일찍 폭설이 내렸다. 생사를 알수없는 사투를 벌여 겨울을 보냈고 결국 다음해 5월 하순이 되어서야 부처스 크로싱에 돌아왔다.  

* 봄이 되어 탈출하면서 가죽 1,500장은 가져가고 나머지는 다음에 와서 가져가기로 한다. 탈출 중 슈나이더는 강물에 휩쓸리는 중 통나무에 맞아 사망하고 가죽을 실은 마차는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결국 나머지 3명이 몸만 빠져나와 부처스 크로싱에 도착. 

* 하지만 상황은 변했다. 그동안 가죽값은 폭락하여 맥도널드는 알거지가 되었고, 팀은 나머지 가죽을 가져온들 돈이 되지않는다. 게다가 기차는 80km나 떨어진 다른 소도시를 지나면서 부처스 크로싱은 쇠락해가는 중.  

* 밀러는 미쳐 마을에 불을 지르고, 주인공 앤드루스는 프랜신과 며칠을 함께 지낸 후 마을을 떠난다. 가진 돈 전부를 프랜신에게 남기고 자신은 지폐 2장만 소지한다. 그중 1장은 숙박비로 지불하고. 

 

- 느낌과 생각

* 앤드루스는 부처스 크로싱에 도착하여 가죽상인 맥도널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이때 앤드류스는 자기가 여기에 온 이유를 정리하고 말한다.

 

무엇이라 말하든 그것은 자신이 추구해 왔던 자연의 다른 이름임을 알고 있었다. 삶에서 친숙했던 모든 것, 자유롭지도, 선하지도, 희망에 가득 차지도, 활력넘치지도 않았던 그 모든 것 아래 잠재되어 있다는 걸 인식한 자유와 선, 희망과 활력이었다. 그는 자신의 세상을 이루는 원천과 그 세상을 지키는 수호자를 찾고자 했다. 그의 세상은 그 원천을 찾으려 하기보다는 겁에 질려 외면했다. 세상의 원천은 마치 앤드루스 주위에 있는 풀들이 풍부하고 어두운 축축함, 바로 자연속으로 그 끈질긴 뿌리를 내림으로써 매년 스스로 새로워지는 것과도 같다. 

"저는 이 지역을 되도록 많이 돌아보려고 여기 았습니다. 자연을 알고 싶습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이죠" (25쪽)

그는 자연에는 미묘한 자력이 있다고 믿었다. 오래전부터 가졌던 믿음이었다. 무의식적으로 따르기만 하면 그 자력은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줄 것이고, 그 방향은 그가 걸어온 길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자연이 그토록 단순하게 펼쳐진 부처스 크로싱에서 지낸 단 며칠 동안, 자연이 가진 강박적인 충동의 힘은 너무나도 강해서 그의 의지, 습관, 생각에 충격을 주기 충분하다는 걸 느꼈다. 서쪽으로 몸을 돌렸다. 등은 부처스 크로싱과 동쪽 너머에 있는 마을과 도시들을 향했다. 미루나무 숲을 지나 강으로 갔다.  아직 그 강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머릿속에서는 그 강이 그의 본능이 추구해왔던 자연과 자유를 그 자신과 갈라놓는 광대한 경계선의 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61쪽)

 

* 하여 그는 콜로라도의 록키 산속으로 들소를 찾아 떠나는 사냥대에 물주 역할을 하면서까지 뛰어든다. 하지만 들소를 무자비하게 사냥하고 가죽을 벗기는 과정을 겪는다. 자신이 생각했던 자연과는 완전히 다른 현실을 보았을까?  자연을 알기 위해서 서부로 왔고 록키 산 깊은 곳으로 왔지만, 오히려 밀러의 사냥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잔혹함만을 보게된다. 

 

조금 전만 해도 당당하고 고귀하며 생명의 위엄으로 가득했던 존재가 이제 속절없이 가죽이 완전히 벗겨진 채 죽은 고깃덩이가 되어, 존재 자체 또는 그 존재에 대한 앤드루스의 개념을 완전히 빼앗긴 채 기괴하게 조롱하듯 눈앞에 걸렸기 때문에 구역질이 나서 도망쳤다. 그것은 들소 자신도, 앤드루스가 상상했던 들소도 아니었다. 그 들소는 살해당했다. 앤드루스는 그 살해를 통해 자기 안에 있던 무언가가 파괴되는 걸 느꼈다. 그걸 마주할 수 없었다. 그래서 도망쳤다. (188쪽)

 

* 탈출 과정에서 일행이 죽어나가고 가죽은 모두 수장되고 빈털털이로 부처스 크로싱에 돌아왔다. 그리고 마을에 처음 왔을 때 처럼 앤드류스는 다시 맥도널드를 만났다. 앤드루스는 자신이 추구해 왔던 자연, 그리고 자신의 세상을 이루는 원천과 그 세상을 지키는 수호자를 찾고자 했는데, 그 점을 맥도널드는 예리하게, 비웃듯 찾았는지 물어본다. 그런건 원래 없다고 이야기한다. 

 

“젊은 사람들은.” 맥도널드가 말했다. “언제나 상처를 받고 시작하고 싶어 하지. 알아. 다른 사람들은 자네가 하려는 일을 절대 모른다고 생각하지?”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앤드루스가 말했다. “저 자신도 제가 뭘 하려는지 모르기 때문이겠죠.”
“지금은 알겠나?”
앤드루스는 불안하게 몸을 움직였다.
“젊은 사람들은.” 맥도널드는 업신여기듯 말했다. “찾아낼 무언가가 있다고 늘 생각하지.”
“네.”
“글쎄, 그런 건 없어. (…) 자네는 거짓 속에서 태어나고, 보살펴지고, 젖을 떼지. 학교에서는 더 멋진 거짓을 배우고. 인생 전부를 거짓 속에서 살다가 죽을 때쯤이면 깨닫지. 인생에는 자네 자신, 그리고 자네가 할 수 있었던 일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는 걸. 자네는 그 일을 하지 않았어. 거짓이 자네한테 뭔가 다른 게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지. 그제야 자네는 세상을 가질 수 있었다는 걸 알게 되지. 그 비밀을 아는 건 자네뿐이니까. 하지만 그때는 너무 늦었어. 이미 너무 늙었거든.” (306쪽)

 

“서부는 오래 있을수록 감당이 안 돼. 너무 크고 너무 텅 비었어. 그리고 거짓이 자네에게 찾아오게 하지. 거짓을 다룰 수 있기 전에는 거짓을 피해야 해. 그리고 더는 꿈같은 건 꾸지 말게. 난 할 수 있을 때 할 수 있는 것만 해. 그밖에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아.” (327쪽)

 

* 앤드루스는 일종의 깨달음을 갖게된게 아닐까? 결국 맥도널드의 찾을게 없다는 말도 맞는게 아닐까? 인생에 별게없는데, 별게 있는 것처럼 찾고 추구하고 몸부림친다는 것. 결국 꼰대가 되어서야 깨닫게 된다는것. 

 

대륙 절반을 횡단해, 상상 속 불변의 자아를 찾을 수 있으리라 꿈꾸었던 그 황야로 가게 했던 또 다른 열정의 힘도 떠올릴 수 없었다. 이제 그는 이러한 열정들이 솟아올랐던 그 허영심을 거의 후회 없이 인정할 수 있었다. 그 허영심은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깜빡거리던 합숙소 등불의 불빛 아래서 맥도널드가 말했던 그 였다. (336쪽)

 

*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앤드루스가 미루나무 숲을 지나고 좁은 강을 건넜다고 한다. 그리고 뒤에서 서서히 해가 뜨며 공기가 안정되는 걸 느꼈다고 한다. 여러 상황을 보아 그는 서부로 향한다. 앞서 그 강은 그의 본능이 추구해왔던 자연과 자유를 그 자신과 갈라놓는 광대한 경계선의 한 부분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서부의 록키 깊은 산속에서 좌절을 맛보았는데 그는 왜 다시 서부로 가는가? 무를 깨달았다고 했는데, 왜 서부로 가는가? 동부 보스톤으로 돌아가지 않고 다시 서부로 간다... 나는 여기에 그 해답이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동진 평론가는 이 소설이 '노인과 바다'의 서부판, 그리고 '위대한 개츠비'와 주제의식을 공유한다고 말했다. 노인과 바다에서 느껴지는 허무와 위대한 개츠비에서의 마지막 몰락...하지만 서부로 간다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자연을 믿고 세상의 원천과 그 수호자를 찾고자하는 순례와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것이 아닐까? 왜 나(앤드루스)는 젊기 때문에. 

 

지금 어디로 가는지는 대강의 방향을 말고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오늘 늦게는 다다르겠지. 서둘지 않고 말을 몰았다. 그는 뒤에서 서서히 해가 뜨며 공기가 안정되는 걸 느꼈다. (338쪽)

 

* 그리고 놀라운 것은 이 소설의 영화가 있다는 것. 니콜라스 케이지가 주연이다. 우리나라에선 미개봉인듯. 

 

교보문고 책 소개

『스토너』『아우구스투스』 작가 존 윌리엄스의 마지막 한국어판 미출간 소설 『부처스 크로싱』드디어 출간
서부를 정면으로 다룬 완벽한 안티-서부극이자“고립된 자들의 혼란에 대해 다룬 우아하고 잔인한 명작”
 
1948년 『오직 밤뿐인』
1960년 『부처스 크로싱』
1965년 『스토너』
1972년 『아우구스투스』
 
존 윌리엄스의 데뷔 중편소설인 『오직 밤뿐인』을 포함, 이번 『부처스 크로싱』 출간으로 그가 집필한 네 편의 소설이 드디어 한국어 번역판으로 모두 출간되었다. 『부처스 크로싱』은 덴버 대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치던 시절 존 윌리엄스가 발표한 그의 첫 번째 ‘장편소설’로 에머슨의 자연주의 철학에 심취한 주인공 앤드루스가 캔자스 주 가상의 산골 마을 부처스 크로싱에 도착해 겪는 인간의 폭력성과 자연의 냉엄함, 그리고 반서구주의를 다룬 소설이다. 『스토너』와 전미도서상 수상작인 『아우구스투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덜한 작품이었지만 가장 독특하고 힘이 넘치는 소설로 평가받으며 존 윌리엄스의 위대한 작품 세계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였다.

1870년대 초, 도시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에머슨의 자연주의에 빠진 하버드 대학생 윌 앤드루스는 대학을 중퇴하고 가진 돈을 모아 서부로 향한다. 캔사스 산골 마을 부처스 크로싱에 도착한 앤드루스는 들소 사냥에 심취한 사냥꾼 밀러를 만나고 가진 돈을 그에게 모두 투자하고 로키산맥에 숨겨져 있다는 들소 떼의 은신처를 습격해 한몫 크게 잡아 보기로 한다. 밀러의 마초적 성향과 끝없이 베푸는 낙원과도 같은 대자연, 그리고 야생 생활의 매력에 빠진 앤드루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작된 잔혹한 들소 사냥에 밀러는 미쳐가기 시작하고 앤드루스 역시 현실을 붙잡고 있던 인간성을 잃어가는 자신과 마주한다. 잔인한 살상 파티에 시간 감각까지 상실한 채 부처스 크로싱으로 돌아갈 길을 잃은 사냥꾼 무리들은 지옥과도 같은 산속의 겨울을 버텨내야 한다.

일평생 단 네 편의 소설만 발표한 존 윌리엄스 소설에는 하나의 공통점과 또 다른 차별성이 있다. 네 편의 소설 모두 인생의 변곡점을 겪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데뷔작 『오직 밤뿐인』이 오로지 24시간 동안 일어나는 짧은 이야기를 다룬 반면, 그로부터 12년 후 발표한 두 번째 소설 『부처스 크로싱』은 계절이 변하는 몇 달 동안의 경험을 다루고 있으며, 1965년과 1972년 출간된 『스토너』와 『아우구스투스』는 한 남자의 일평생을 서술했다는 것. 30여 년 동안 확장되는 인생의 경험을 작가의 눈으로 표현한 것만 같다.
자연의 무자비함 한가운데 놓인 『부처스 크로싱』의 인물들에게 낭만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우아하고 아름답지만 영혼을 짓누르는 압박감과 어둠을 담은 이 이야기는 폭력의 시대에 대한 은유까지 담고 있다. 존 윌리엄스가 장편을 더 발표했다면 미국 문학의 판도는 새롭게 쓰이지 않았을까.
한편『부처스 크로싱』은 2022년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으로 영화화되어 호평을 받았다.

작가정보

저자(글) 존 윌리엄스

John Edward Williams (1922~1994)

미국 텍사스 주 클락스빌에서 태어난 존 윌리엄스는 어릴 때부터 연기와 글쓰기에 재능이 있었고 사우스웨스트의 신문사와 라디오 방송국에서 잠시 일하기도 했다. 1942년부터 미국 공군 소속으로 전쟁에 참전한 윌리엄스는 복무 기간 동안 1948년 발표한 그의 첫 소설 『오직 밤뿐인』의 초안을 작성한다. 전쟁이 끝난 후 콜로라도 덴버로 이주한 그는 덴버 대학교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이 시기에 소설 『오직 밤뿐인』과 시집 『The Broken Landscape』를 출간한다. 이후 미주리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1954년 다시 덴버 대학교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문학과 문예창작을 가르치며 교수의 길을 걷는다. 1960년 출간한 그의 두 번째 소설 『부처스 크로싱』은 1870년대 캔자스 개척자의 삶을 다룬 작품이었으며, 이후 두 번째 시집 『The Necessary Lie』도 발표하였다. 윌리엄스의 세 번째 소설은 미주리 대학교 영문학 교수의 삶을 다룬 『스토너』였고 1965년 출간되었다. 네 번째 소설은 1972년 발표한 로마의 가장 폭력적인 시대를 다룬 『아우구스투스』인데 그는 이 작품으로 전미도서 상을 수상하기에 이른다. 윌리엄스는 1985년 덴버 대학교에서 은퇴한 후 1994년 아칸소 페이예트빌의 집에서 숨을 거두었다. 집필 중이던 소설은 결국 미완성으로 남았다.

 
 
 

번역 정세윤

경희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영미계약법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영상 번역 분야에 종사하면서 여러 편의 다큐멘터리, 드라마, 영화 등을 번역하다 출판 번역가의 길로 들어섰으며 번역작으로는 『출입통제구역』, 『다클리』, 『장르 작가를 위한 과학 가이드』, 『오직 밤뿐인』, 『펀치 에스크로』 등이 있다.

 

목차

  • 1부
    I
    II
    III
    IV
    V

    2부
    I
    II
    III
    IV
    V
    VI
    VII
    VIII
    3부
    I
    II
    III
 

추천사

  • “가혹하고 가차 없지만 또한 고요한 정서의 작품. 코맥 매카시에게 길을 열어준 최초의 수정주의 서부극.”
  • “지금까지 쓰여진 서양의 이해할 수 없는 특성에 관한 가장 훌륭한 소설 중 하나. 고립된 사람들의 혼란에 대해 다룬 우아하고 잔인한 명작.”
  • “서양의 잃어버린 지적 존엄성을 상징하는 주제를 보여주는 작품.”
  • “서부의 신화를 해체하고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의 공포만에 주목한 소설. 단순하지만 우아하고 정확한 산문을 보여준다.”
 

책 속으로

그가 보는 곳, 가려는 곳은 사업과는 관계없었다. 그는 자유롭게 그리로 갈 것이다. 해 지는 곳까지 끝없이 펼쳐진 듯한 서쪽 지평선의 평원으로 자유롭게 갈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자신을 성가시게 할 마을과 도시들이 늘어서 있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이제 어디 살든, 그 후에 어디 살든, 도시와는 점점 더 멀어져 자연으로 들어갈 거라 느꼈다. 이야말로 인생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의미라고 느꼈다. 어린 시절에 일어났던 모든 사건이, 마치 날아오르기 직전의 상태처럼 저도 모르게 바로 지금 이 순간으로 자신을 이끌어 온 것 같았다. 다시 강을 바라보았다. 그는 생각했다. 이쪽에는 도시가, 저쪽에는 자연이 있지. 도시로 돌아가야만 하더라도, 다시 점점 더 멀리 떠나기 위해 돌아갈 뿐이야.
몸을 돌렸다. 앞에는 부처스 크로싱이 현실이 아닌 것처럼 자그마하게 놓였다. 마을을 향해 천천히 걸어 돌아갔다. 길 위에서 먼지를 내며 발을 끌었다. 눈으로는 발길이 만들어내는 먼지들을 쳐다보았다. _본문 중에서

이렇게 감각이 없는 동안에는 자신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걸 의식하지 못했다. 몸 아래 말이 그를 구덩이부터 산마루까지 싣고 갔지만, 말보다는 오히려 땅이 마치 거대한 쳇바퀴처럼 땅의 다른 부분을 통해 그 움직임을 드러내며 싣고 가는 것 같았다.
무감각은 매일 매일 슬금슬금 파고들어 마침내는 그 자신이 된 것 같았다. 자기 자신이 개성도 형체도 없는 땅처럼 느껴졌다. 때로 일행 중 한 사람이 그를 마치 없는 존재인 양 쳐다보거나 살폈다. 자신이 다른 사람들 눈에 보인다는 걸 직접 확인하려고 고개를 급히 젓거나, 팔이나 다리를 들어 올려 쳐다보았다. _본문 중에서

앤드루스는 시선을 들어 위로 가파르게 튀어나온 산의 지면을 따라갔다. 소나무들의 이미지는 사라졌다. 그리고 그 빽빽했던 이미지도, 심지어 산 자체의 이미지마저도 사라졌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솔잎과 가지로 이루어진 짙은 녹색 깔개뿐이었다. 바라보는 동안 그 깔개는 마치 메마른 바다처럼, 고요한 시간 속에서 특징이나 크기와 관계없이 얼어붙었다. 그 물결은 고르고 끝없이 잔잔해 잠시 그 위에서 걸을 수도 있겠지만, 그 위에서 움직이다 보면 가라앉을 것이다. 그 녹색 덩어리 안으로 천천히 가라앉아 마침내는 그 덩어리의 일부인, 공기 하나 통하지 않는 숲의 가장 중심부에 우울하게 혼자 있게 될 것이다. 앤드루스는 강가에서 오랫동안 앉아 있었다. 시선과 생각은 그 상상에 사로잡혔다. _본문 중에서

조금 전만 해도 당당하고 고귀하며 생명의 위엄으로 가득했던 존재가 이제 속절없이 가죽이 완전히 벗겨진 채 죽은 고깃덩이가 되어, 존재 자체 또는 그 존재에 대한 앤드루스의 개념을 완전히 빼앗긴 채 기괴하게 조롱하듯 눈앞에 걸렸기 때문에 구역질이 나서 도망쳤다. 그것은 들소 자신도, 앤드루스가 상상했던 들소도 아니었다. 그 들소는 살해당했다. 앤드루스는 그 살해를 통해 자기 안에 있던 무언가가 파괴되는 걸 느꼈다. 그걸 마주할 수 없었다. 그래서 도망쳤다. _본문 중에서

“젊은 사람들은.” 맥도널드가 말했다. “언제나 상처를 받고 시작하고 싶어 하지. 알아. 다른 사람들은 자네가 하려는 일을 절대 모른다고 생각하지?”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앤드루스가 말했다. “저 자신도 제가 뭘 하려는지 모르기 때문이겠죠.”
“지금은 알겠나?”
앤드루스는 불안하게 몸을 움직였다.
“젊은 사람들은.” 맥도널드는 업신여기듯 말했다. “찾아낼 무언가가 있다고 늘 생각하지.”
“네.”
“글쎄, 그런 건 없어. (…) 자네는 거짓 속에서 태어나고, 보살펴지고, 젖을 떼지. 학교에서는 더 멋진 거짓을 배우고. 인생 전부를 거짓 속에서 살다가 죽을 때쯤이면 깨닫지. 인생에는 자네 자신, 그리고 자네가 할 수 있었던 일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는 걸. 자네는 그 일을 하지 않았어. 거짓이 자네한테 뭔가 다른 게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지. 그제야 자네는 세상을 가질 수 있었다는 걸 알게 되지. 그 비밀을 아는 건 자네뿐이니까. 하지만 그때는 너무 늦었어. 이미 너무 늙었거든.” _본문 중에서

“서부는 오래 있을수록 감당이 안 돼. 너무 크고 너무 텅 비었어. 그리고 거짓이 자네에게 찾아오게 하지. 거짓을 다룰 수 있기 전에는 거짓을 피해야 해. 그리고 더는 꿈같은 건 꾸지 말게. 난 할 수 있을 때 할 수 있는 것만 해. 그밖에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아.” _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