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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아름다움은 신과 같아: 저자 이옥순 (2019.1.9)

클리오56 2019. 1. 6. 08:17

 

읽은 소감 및 내용

 

예전의 인도에서는 여성의 아름다움이란 힌두 여신에게서 반영되었던 얼굴이 둥글고 엉덩이와 가슴이 큰 풍만한 모습, 여기에 요란한 장신구, 옷은 그저 아래만 감출 정도. 하지만 이슬람의 무굴제국, 영국의 식민지배를 거치고 현재의 미디어 시대에서는 어림없는 기준이 되는 변화를 맞이한다. 흰 얼굴, 날씬을 최고로 치는 서구의 트렌드를 따라간다. 하나의 지구라는 통합화 과정이 미에 대해서도 변화를 강요하는 것이다. 하지만, 가부장적 지배, 카스트 제도를 벗어난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서적의 내용들... 

 

인도 문화에선 태초부터 꾸며야 아름답다고 여겼다. 아름답게 꾸미는 행동은 신의 축복과 번영을 보장받는 한 가지 수단이었다. 그래서 신의 신전과 신상은 물론 여성의 몸을 장식했다. 신상을 꾸미는 장신구와 여성의 몸을 꾸미는 장신구는 같은 방식과 같은 디자인이었다. 이렇게 인도인은 꾸며야 아름다우며 아름다운 것은 더 꾸며야 한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게 믿는다. 그리하여 인도 여성에게 장신구는 미의 완성이었다. 옷은 한 장의 천을 두를지라도 장신구는 과도하게 하는 것이 관습이었다.

 

아름다움이 신과 같다고 여긴 인도에서 아름다움은 고대부터 여신으로 표현되었다. 반만년이 넘는 긴 역사와 광대한 지역에 따라 서로 다른 여신들이 인기를 끌고 숭배를 받았으나 그들이 가진 단 한가지 공통점은 아름답다는 것이다. => 지금도 인도 여성의 역할 모델은 여신이다. 아름다움이 신에게 가는 길이라고 인정하는 문화에서 인도 여성은 미에 무척 민감하다. 미인이 되려는 여성은 고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신에게 가듯 온갖 난관과 시험을 거쳐 아름다움을 얻는다.

 

“넓적다리는 코끼리의 코와 같고 가슴은 잘 익은 야자나무의 열매 같으며 엉덩이는 접시처럼 넓고 허리는 내 손에 잡힐 듯하오.”
힌두의 문화적 이상형은 육감적인 누드형태로 표현되었다. 서양이나 동아시아권에서는 누드가 부정적이지만, 인도에선 그렇지 않다. 가슴과 허리는 물론, 생식기까지 드러낸 여인상이 아주 많다. 폐허가 된 불교유적지에서 나온 고대의 여인상들도 다 얼굴이 둥글고 엉덩이와 가슴이 큰 풍만한 모습이다. 약간 몸을 굽혀서 에스라인을 만든 것도 힌두사원과 자이나교사원의 여인상들이 가진 비슷한 전통이다. 누드의 여인상은 성적 대상이 아니라 인간이 도달할 수 없는 신성한 형태였다. 보는 남성을 유혹하기보다 모성과 생식력을 상징하는 더 깊은 의미를 가졌던 것이다. 

 

아름다움은 문화와 관련이 있고, 문학은 문화를 반영한다. 문학에서 완벽한 여성은 외모뿐 아니라 생각과 행동이 남편에게 집중되는 영적 아름다움을 가진 여성이었다. 힌두 대서사시와 문학의 여주인공인 그들은 덕분에 힌두 여성의 모델이 되었다. 

=> 남편을 하늘로 여긴 시타, 남편을 천국에 보내기 위해 불타는 장작더미에 올라 황천길을 동행한 사티, 그대가 가는 곳이 나의 길이라면서 남편을 쫒아 저승까지 간 사비트리가 이상적인 힌두 여성, 미의 삼총사로 오랫동안 칭송되었다. 

 

서양이나 동아시아권에서는 누드가 부정적이지만, 인도에선 그렇지 않다. 가슴과 허리는 물론, 생식기까지 드러낸 여인상이 아주 많다. 폐허가 된 불교유적지에서 나온 고대의 여인상들도 다 얼굴이 둥글고 엉덩이와 가슴이 큰 풍만한 모습이다. 약간 몸을 굽혀서 에스라인을 만든 것도 힌두사원과 자이나교사원의 여인상들이 가진 비슷한 전통이다. 누드의 여인상은 성적 대상이 아니라 인간이 도달할 수 없는 신성한 형태였다. 보는 남성을 유혹하기보다 모성과 생식력을 상징하는 더 깊은 의미를 가졌던 것이다. => 성적 대상이 아니라 순수하고 신성한 존재로 종교적 숭배의 대상 => 힌두 전통에서 남녀의 성적 결합은 신과 영혼의 진정한 관계로 묘사되며 음양의 만남이 주는 황홀감을 업으로부터의 해방에 비유, 즉 쾌락은 윤회의 사슬에서 영혼을 해방하는 기쁨을 상징

인도에서 아름다운 여성이란 성숙한 여성 즉 결혼한 여성이다. 아이를 낳고 기르며 남편에게 정절을 지키고 가족에게 헌신하는 자기희생적인 여성이기 때문이다. 미적 쾌락을 추구하는 방법으로 아름다운 여성을 묘사한 예술에서도 주인공은 가정주부였다. 

 

인도인의 징신구에는  문화적 의미와 상징이 담겨있다. 결혼했다는 걸 알리는 수단이 그것이다. 장신구란 그저 외모를 아름답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다. 

 

시타는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통제하려는 남성 중심의 힌두 문화권이 만든, 성적으로 순수한 여성의 상징이다. => 인도 여성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도 여성이 수동적으로 남성의 가치를 받아들인 측면이 강하다. 여성이 사회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미를 추구할 수밖에 없는 한계 때문이다.

 

남성도 보석과 장신구로 온몸을 꾸미는 인도였다. 그런 남성의 장신구로 여겨진 여성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경향은 훨씬 강했다. 예쁜 얼굴을 가진 여인이나 좋은 피부와 아름다운 몸매를 가진 여인도 장신구가 없다면 아름답지 않다는 것이 인도인의 입장이었다. => 장신구는 여성에게 자신감, 비상시 쓸 수 있는 수단, 상서로운 행운을 줌, 악과 불길한 징후를 막음


이슬람의 무굴제국시대에는 베일을 쓰고 옷은 속이 비치는 옷을 애용하면서 가벼워졌으나 장신구와 치장은 무거워졌다. 이슬람 영향의 대표적인 장신구는 코 장식과 금으로 만든 발목 장신구 (힌두에서는 신성한 금을 허리 아래에 사용하지 않음)

 

미적 이상형만이 아니라 실제 인도 여성들도 옷을 적게 입었고, 그 사이를 여러 가지 아름다운 장신구로 꾸몄던 모양이다. 오늘날에도 가슴과 배꼽을 보이거나 맨 허리를 드러내는 옷차림이 망측한 일로 여겨지지 않는 곳이 인도다. => 이슬람 시대가 시작되면서 여성이 몸을 드러내기보다 가리는 문화가 생겨났으나 그 옷도 몸을 훤히 드러내 보이는 것이 인기였다. (속이 훤히 보이는 잠자리 날개 같은 옷은 모슬린, 가벼워서 한 벌 무게가 30그램)

 

영국이 오고 선정적이고 음란하다고 비판하면서 몸의 곡선미를 있는 대로 보여주는 투명한 옷감은 뒤로 물러났다. => 상의와 하의를 다 입은 여성이 바람직한 힌두 여성이자 전통적인 미인이 되면서 누드의 여신을 그리는 전통은 사라졌다.

인도 사회에서 여인의 아름다움이란 가부장적 종교와 사회를 지속가능하게 만든 하나의 수단이었다. 힌두교는 여성이 몸을 아름답게 꾸며서 남편과 시댁의 사랑을 받도록 장신구와 꾸미는 방식까지 정해주었다. 남성도 아름다운 여성의 몸과 바람직한 행동거지를 규정했다. 그리하여 이상적인 미인이 결혼한 여성이 되었다. 이상형은 아이를 잘 낳는 여성, 특히 아들을 낳는 여성이 최고였다.    

 

오늘날 아름다움은 가부장제나 지배권력과의 연계, 소수만 누리던 아름다움에서 민주적인 형태로 이동했다. 이제 인도의 특수한 아름다움보다 세계 보편적인 아름다움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생겨나면서 인도 남성이 바라는 가부장적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아름다움을 강요하기 어려워졌다. 부장적인 규제는 줄었으나 소비주의와 미디어의 영향으로 오늘날에도 여성은 여전히 미의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실 흰 피부는 다수 인도인의 피부색이 아니다. 인구의 95%가 유색 피부임에도 흰 피부가 아름답고 사랑스럽다는 신화는 계속된다.

 

영국은 오만과 편견을 담아서 비판했으나 더운 나라 인도에선 옷을 제대로 입지 않는 것이 전통이었다. 인도에서는 예로부터 웃옷을 벗는 것이 예절이었다. 옷을 오염의 매개체, 부정을 타는 수단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성의 미에 대한 기준은 변화한다. 호리호리한 여성이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시대가 있고, 풍만한 여성이 미인으로 숭배되는 시대도 있다. 오늘날 미의 표준은 백색 피부와 비율이 좋은 날씬한 몸매로 성적 매력을 가진 서구 여성이다. 최근까지 각국의 문화는 나름의 미적 이상형을 가졌으나 지금은 온 세상이 서구 미인을 닮아가는 중이다. 인도 미인들도 점점 비슷해진다. 오늘날 인도에서 아름다운 여성은 사원에 있는 힌두 여신이 아니라 여신으로 추앙되는 여배우다.
서구의 영향력이 강해지는 인도에서 서구적인 미의 기준도 진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서구 문화처럼 성적 매력을 가진 여성이 아름답고, 소비주의와 산업화의 영향으로 아름다움이 힘으로 인정받으면서 보이지 않는 것- 영적인 미, 내적인 미-을 강조하던 인도의 미적 이상형이 보이는 미의 세계로 넘어가는 것도 분명하다.

 

교보문고 책소개

아시아의 미를 탐구하다!

『인도, 아름다움은 신과 같아』는 역사학적·예술사적·문화인류학적 접근을 통해 아시아의 미를 탐구하고, 이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한 대중을 위한 인문교양서 「아시아의 미」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이다. 서구 미인이 미의 표준으로 대두되기 이전, 인도 미인의 표준이 무엇이고, 그것이 어떻게 변화하여 오늘에 이르렀는지를 역사·문화적으로 추적한다.

인도에서 신과 같은 미의 개념과 여성과 장식을 아름답게 여기는 문화를 설명하고, 신·장식·여성 세 가지가 집약된 힌두 여신을 소개한다. 모든 여성이 닮고 싶어 하는 인도 여성의 미적 이상형과 이상형을 추종한 여성의 실제 삶과 연계된 아름다움을 들여다본다. 인도의 사회적인 ‘힘’과 아름다움의 아름답지 않은 관계를 다룬다. 이를 통해 아시아의 미를 다시 생각해본다.

 

저자 : 이옥순

저자 이옥순은 인도의 델리대학교 대학원에서 인도사를 연구해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잠시 서강대 교수를 지냈고, 지금은 사단법인 인도연구원 원장이자 연세대 연구교수다. 《인도는 힘이 세다》 《인도에는 카레가 없다》 《인도 현대사》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 등 인도뿐 아니라 그와 비슷한 상황의 역사와 문명을 새롭게 살피는 책을 많이 썼다.

목차

이건 우리 문화가 아닙니다! / prologue

1. 미는 신과 같아
미는 신이 준 선물
여성이 아름답다
꾸며야 아름답다
아름다운 힌두 여신

2. 미의 이상형
문학 속의 미인
조각과 그림 속 미인
벗은 몸이 순수하다
맘이 고와야 미인
긴 머리 여인이 미인
어머니가 아름답다

3. 아름다움은 현실
가부장제 속의 아름다움
기혼 여성이 아름다워
얌전한 여성이 예뻐
장신구는 많을수록 좋아
이슬람 여성과 아름다움
잠자리 날개 같은 옷

4. 미와 정치
여성은 여전히 미의 대상
백설 공주의 피부
춤추는 여자의 미
식민주의와 여성의 미
민족주의와 여성의 미
미인대회와 소비주의

인도와 중국의 미인 / epilogue
참고자료

출판사 서평

‘아시아의 미’는 역사적으로 오랜 기간 공유한 문명 자산에 근거하면서도 지역적 보편성을 나름으로 형성해 온 아시아 미의 특징을 발굴하는 시리즈입니다. 역사학적·예술사적·문화인류학적 접근을 통해 아시아의 미를 탐구하고, 이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펴내는 대중을 위한 인문교양서입니다.

“아름다움은 가슴을 녹이는 것”


이건 우리 문화가 아닙니다!

본래 아름다움이란 그 나라의 문화적 관습이나 가치와 연계된다. 하지만 요즘은 서구 미인이 미디어의 집중 주목을 받으면서 미에 대한 지역적, 계층적 다양성이 옅어지고 획일적인 미가 기준이 된다. 인도에서도 마찬가지다.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보편적인 아름다움과 인도 여성만의 특수한 아름다움을 동시에 강조하는 모순이 생겨났다.

오늘날의 인도에서는 고전적인 미인이 더 이상 이상적인 여성이 아니게 되었다. 미의 이상형이 변화한 것이다. 이 책은 서구의 표준이 대두되기 이전 인도 미인의 표준이 무엇이고, 그것이 어떻게 변화하여 오늘에 이르렀는지를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추적한다.

아시아의 미를 탐구하는 시리즈 첫 번째인 이 책은 인도에서 아름다움은 무엇이고, 미의 이상형은 어떤 모습이며, 그러한 문화는 어떻게 구성되는가, 인도의 미인은 서구의 미적 이상형과 어떻게 다르며, 다른 아시아, 특히 중국의 미인과는 닮았는가, 아닌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를 물었다.

1장에서는 인도에서 신과 같은 미의 개념과 여성과 장식(꾸밈)을 아름답게 여기는 문화를 설명하고, 이 세 가지-신, 장식, 여성-가 집약된 아름다운 힌두 여신들을 소개한다.
2장에서는 모든 여성이 닮고 싶은 인도 여성의 미적 이상형을, 3장에서는 이상형을 추종한 여성의 실제 삶과 연계된 아름다움을 다양하게 들여다본다. 고대부터 여성들은 결혼하여 아내와 어머니가 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배웠고, 거기서 이탈하지 않도록 몸과 얼굴을 꾸몄다. 미적 이상형은 남성이 만들었어도 여성이 따른다는 점에서 일방통행이 아니다.
4장은 가부장제, 정치, 소비주의와 연계된 여러 종류의 힘과 아름다움의 아름답지 않은 관계를 다룬다. 여기에서는 특히 근대 이후의 현상에 주목한다. 마지막으로, 결론을 대신하여 인도 미인과 중국의 아름다운 여성을 견줘 이 시리즈의 주제인 아시아의 미를 다시 생각한다.

아름다움은 신과 같고, 그래서 신은 아름답다
인도에서는 가슴을 움직이는 것, 즉 감동을 주는 주체를 아름다움이라고 부른다. 또한 힌두교에서는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경험하는 것이 해탈에 이르는 한 과정이자 수단으로 보았다. 여성의 몸을 아름답게 여긴 전통은 고대 힌두 신화에서 시작되었다. "그것이 당신의 아름다움인지 신의 광채인지 알 수 없어요."라고 여성의 아름다움을 신과 동일시했다. 이것이 전통이었다.
기원전 5세기부터 불교와 자이나교 사원을 장식한 관능적인 여성들은 하늘나라의 요정인 약시Yaksi와 압사라Apsara 그리고 힌두 여신 데비Devi 들이다. 굴곡 있는 매력적인 그들의 몸매는 다산과 풍요의 상징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큰 눈과 높은 콧대를 가진 둥근 얼굴, 길게 늘인 검은 머리카락, 가느다란 허리, 큰 가슴과 풍성한 엉덩이, 몸에 딱 붙는 옷을 걸친 통통한 몸매를 갖고 있다.

인도 문화에선 태초부터 꾸며야 아름답다고 여겼다. 아름답게 꾸미는 행동은 신의 축복과 번영을 보장받는 한 가지 수단이었다. 그래서 신의 신전과 신상은 물론 여성의 몸을 장식했다. 신상을 꾸미는 장신구와 여성의 몸을 꾸미는 장신구는 같은 방식과 같은 디자인이었다. 이렇게 인도인은 꾸며야 아름다우며 아름다운 것은 더 꾸며야 한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게 믿는다. 그리하여 인도 여성에게 장신구는 미의 완성이었다. 옷은 한 장의 천을 두를지라도 장신구는 과도하게 하는 것이 관습이었다.

누드가 순수하다
고대 아름다운 여인이란 출산할 수 있는 몸과 젊음이었다. 조각과 신상에서 드러난 풍만한 외모를 가진 여성의 아름다움은 영적인 미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신성하다. 이는 몸의 아름다움을 강조한 유럽이나 다른 세계의 이상형과 다른 인도만의 특성이다. 출산하는 여성이 신성한 아름다움과 새 생명의 창조자로서 인도 여성의 미적 이상형이 되었다.
“넓적다리는 코끼리의 코와 같고 가슴은 잘 익은 야자나무의 열매 같으며 엉덩이는 접시처럼 넓고 허리는 내 손에 잡힐 듯하오.”
힌두의 문화적 이상형은 육감적인 누드형태로 표현되었다. 서양이나 동아시아권에서는 누드가 부정적이지만, 인도에선 그렇지 않다. 가슴과 허리는 물론, 생식기까지 드러낸 여인상이 아주 많다. 폐허가 된 불교유적지에서 나온 고대의 여인상들도 다 얼굴이 둥글고 엉덩이와 가슴이 큰 풍만한 모습이다. 약간 몸을 굽혀서 에스라인을 만든 것도 힌두사원과 자이나교사원의 여인상들이 가진 비슷한 전통이다. 누드의 여인상은 성적 대상이 아니라 인간이 도달할 수 없는 신성한 형태였다. 보는 남성을 유혹하기보다 모성과 생식력을 상징하는 더 깊은 의미를 가졌던 것이다.

“남편이 오래 집을 비우면 여자들은 장신구를 하지 않는다”

인도 문화에서는 아름다운 여성이 미혼이 아니라 임자가 있는 기혼여성이었다. 결혼한 여성이 아름다운 것은 몸을 꾸미고 치장하기 때문이다. 인도 여성들이 하는 장신구의 대다수는 "나, 결혼했어요!"라는 표시로 기혼여성이 착용한다.
아름답게 치장한 여성은 남편의 자부심이자 가문의 자랑이었다. 여성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하고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보석이 박힌 각종 장신구는 가진 자의 부와 위상을 반영하고 때로 권력을 상징했다. 인도인에겐 완전히 꾸민 여성이 완벽한 미인이었다.
미적 이상형만이 아니라 실제 인도 여성들도 옷을 적게 입었고, 그 사이를 여러 가지 아름다운 장신구로 꾸몄던 모양이다. 오늘날에도 가슴과 배꼽을 보이거나 맨 허리를 드러내는 옷차림이 망측한 일로 여겨지지 않는 곳이 인도다.

섬세하고 투명한 옷을 입어서 몸매를 다 드러낸다
어떤 여성이 아름답고 아름답지 않으며 어떤 문화가 아름답고 추한지를 결정하는 것은 힘을 가진 사람들이다. 즉 힘을 가진 남성이자 지배자가 한 사회의 미를 규정하고 제도화할 수 있다. 미의 개념이 특권이나 힘과 연계된 것은 인도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근대에는 정복자의 아름다움이 인도 여성에게 이상형으로 부과되었다. 단순하게 말하면, 인도여성은 아름답지 않고 영국 여성은 아름다웠다. 영국인은 인도인의 부도덕하고 관능적인 옷차림에 초점을 두면서 인도 여성의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를 야만적인 행태로 몰았다. 가벼운 옷차림인 모슬린 사리를 속이 비친다고 음란하다고 비판한 것도 그들이었다.
영국은 오만과 편견을 담아서 비판했으나 더운 나라 인도에선 옷을 제대로 입지 않는 것이 전통이었다. 인도에서는 예로부터 웃옷을 벗는 것이 예절이었다. 옷을 오염의 매개체, 부정을 타는 수단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은 변한다
성의 미에 대한 기준은 변화한다. 호리호리한 여성이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시대가 있고, 풍만한 여성이 미인으로 숭배되는 시대도 있다. 오늘날 미의 표준은 백색 피부와 비율이 좋은 날씬한 몸매로 성적 매력을 가진 서구 여성이다. 최근까지 각국의 문화는 나름의 미적 이상형을 가졌으나 지금은 온 세상이 서구 미인을 닮아가는 중이다. 인도 미인들도 점점 비슷해진다. 오늘날 인도에서 아름다운 여성은 사원에 있는 힌두 여신이 아니라 여신으로 추앙되는 여배우다.
서구의 영향력이 강해지는 인도에서 서구적인 미의 기준도 진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서구 문화처럼 성적 매력을 가진 여성이 아름답고, 소비주의와 산업화의 영향으로 아름다움이 힘으로 인정받으면서 보이지 않는 것- 영적인 미, 내적인 미-을 강조하던 인도의 미적 이상형이 보이는 미의 세계로 넘어가는 것도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