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소감 및 내용
30세 전후의 2년간 전세계로 수련 여행을 떠났던 독일 청년의 여행 기록이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였고 졸업할 무렵, 세상을 여행으로 보내면서 디자인 뿐만 아니라 건축, 사진 등 자신의 취미를 살렸고 사회문제에도 관심을 가지면서 자신을 키워갔다. 나 스스로에겐 이미 그런 시기를 한참 지났으니, 환갑을 넘겼고 국민연금도 받기 시작했었고, 그 새 또 한살을 넘겨가는 시기... 그래도 도전적 삶을 잃지는 말자고 스스로 다짐해보지만... 젊은 시절 하지 못했던 트레킹 여행을 꿈꾸면서 하나씩 이뤄보고 싶은데...
12쪽 인간은 두 번 태어난다. 한 번은 어머니의 자궁에서, 또 한 번은 여행길 위에서. 이제껏 한번도 여행을 떠나지 않았다면, 모두에겐 또 한 번의 탄생이 남아있는 셈이었다. 나에게 있어 여행을 통한 두 번째 탄생이란 무엇을 의미할까? 그것은 바로 나 자신의 내적 도약을 의미했다. 기대와 흥분으로 내 안의 모든 피가 서서히 끓기 시작했다.
13쪽 흔히들 지름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은 긴 우회로 일 수도 있지. 반대로 우회로처럼 보이는게 오히려 진짜 지름길이 될 수도 있고 말이야. 자네 마음 속에 있는 그거 한번 실행해봐.
14쪽 일단 가보면 된다. 걱정할 것 없다. 일자리를 얻지 못하면 다시 찾으면 된다. 지금부터 내게 필요한 것은 약간의 뻔뻔스러움과 배짱이다. 소심한 자는 평생 떠날 수 없다.
팩트만 놓고 보자. 나는 돈이 없다. 그러나 돈이 없다고 해서 가난한 건 아니다. 비상금을 충분히 모아 두겠다는 환상은 이제 접기로 한다. 더 이상 안전한 삶에 대한 미련이 내 발목을 잡게 둬서는 안 된다. 꼬박꼬박 고지서를 해결하기 위해 살아가는 삶과 수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미지의 삶 중에서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전자의 삶은 안전하지만 희망이 없고 후자의 삶은 비록 불안하지만 더 나은 삶을 위한 변화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나는 미련없이 후자를 선택했다.
파비안의 수련여행 10계명
하나, 세계의 다섯 대륙에 발자국을 찍는다.
둘, 여행지에서 일을 하고 돈을 번다.
셋, 잠잘 곳과 먹을 것 말고는 바라지 않는다.
넷, 최대한 긍정적인 나그네가 된다.
다섯, 목적지는 길이 정한다.
여섯, 최소한의 도구만 갖고 떠난다.
일곱, 여행지에서의 모든 일을 빠짐없이 기록한다.
여덟, 한군데에 너무 오래 머물지 않는다.
아홉, 집에서 300km 이내의 장소는 피한다.
열, 2년이라는 여행 기간을 지킨다.
23쪽 여행자는 길에서 성장한다는 말처럼 나는 상하이에 도착한 첫날부터 순례자의 마음을 배워 가고 있었다. 나는 무엇보다 가장 낮은 곳을 출발점으로 삼았으며 이제부터 매순간 디디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모두 오르막 길이었다. 중세 수련 여행자들도 이랬을 것이다. 길위에서 스스로 선택한 적극적 가난이야 말로 여행자를 진정 자유롭게 해준다.
42쪽 버스나 전철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나는 이 도시의 진짜 에너지를 느꼈다. 그 에너지란 아마도 전통과 현대의 충돌, 최상의 부와 최저의 빈곤이 상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처럼 보였다. 평화로운 에너지란 없다. 새로운 힘은 언제나 지키려는 관성과 나아가려는 동력 사이에서 발생한다. 끝없는 마찰에 의해서 에너지가 생성 되듯이 초고속으로 발전하는 이 대도시는 그야말로 부조화 속에서 그들만의 조화와 균형을 찾아 가고 있었다.
50쪽 아닌게 아니라 몹시 피곤했다. 말레이시아에서의 여행은 이제 시작되었지만, 한편으로는 상하이 여행을 막 마친 상태였기 때문이다. 익숙해질 만하면 다시 떠나고, 낯익을 만하면 다시 낯선 곳을 찾아 가는 이 무한반복이 마치 영혼의 담금질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렇게 점점 단단해지고 싶었다.
55쪽 어떤 친절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울림으로 남아 다른 이들에게 전파되기도 한다. 뉴욕 핫도그 장수에서 아짐에게로 그리고 또 아짐에게서 다시 나에게로 전해진 이 친절의 파문은 언젠가 또 다른 이들에게도 퍼져 나갈 것이다. ~~~ 농부가 이삭을 줍듯이 여행자는 인연을 줍는 사람인 것 같다.
76쪽 매스컴이나 홍보영상 같은 세속의 장막을 걷고 진짜 세상으로 들어서자 많은 것이 바뀌었다. 이것은 어쩌면 내가 아직 가보지 못한 지구상의 수 많은 나라 수많은 마을에도 똑같이 적용 될것이다. 진짜 세상은 인터넷 검색창에서 찾을 수 있는게 아니다. 자기만의 눈과 귀를 열고 두 다리로 직접 걸어 들어가야만 알 수 있다.
99쪽 나는 늘 목표가 있었고 시간은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프로세스로 채워졌다. 하지만 강물이 직선으로만 흐르지 않듯이 사람도 언제나 목표한 결말에 유용한 방식으로만 흘러갈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럴 때 마냥 좌절하지 않고 그저 삶 자체를 즐기는 연습도 필요한 것은 아닐까.
103쪽 참으로 여행이란 묘한 힘을 지녔다. 시시각각 예상치 못한 사건과 인연을 툭툭 던져 주지 않는가. 그것은 일종의 신호와도 같다. 변화 할 것인가, 그대로 멈춰 있을 것인가를 묻는 신호. 그 모든 신호를 받아들이는 마음자세에 따라 여행자의 운명은 달라진다. 그 어떤 핑계나 엄살도 허용되지 않는 현실이 매순간 짜릿짜릿하게 나를 살아있게 한다.
117쪽 사람들이 너를 대접하는 것보다 더 높은 자리에 너 자신을 올려 놓아야 해. 일에서 의미와 보람을 못느끼는 것은 일을 준 사람의 책임이 아니다. 일에서 느끼는 가치와 보람은 거저 주어지는게 아니라 찾아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선택한 일이야 말로 자신의 품격을 높이는 가장 큰 수단일 것이다. 여기에는 그 어떤 핑계나 조건도 존재하지 않는다. '어차피 한 두 달 뒤면 떠날 텐데 아무 일이나 하지 뭐'라고 생각했다면 나는 여전히 실습생이나 조수로 일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잠시 머물더라도 의미 있는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그런 마음은 늘 통하게 마련이다.
129쪽 길 떠난 사람은 길 위의 섭리를 따라야 하는 법이다. 다섯 번째 행선지까지 오는 동안 나는 늘 그 나라, 그 도시에 적응하려고 노력했고 그래서 별 탈 없이 잘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더없이 편안한 환경에서 여행자의 마인드를 잠시 내려놓자마자 이런 일(배탈과 병)이 생기지 않았는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자.
173쪽 여행의 전반전에는 그저 나 자신을 시험하고 발전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으나 이제 내가 꾸는 꿈의 방향은 달라졌다. 세상을 바꾸는 가장 명쾌한 모티브는 사랑이다. 사랑하기 시작하자 내가 밟은 땅들이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인도 벵갈루루에서의 억압받는 밤 문화 되찾기 운동)
179쪽 베테랑 여행자와 아마추어 여행자의 차이는 무엇일까? 우선 배낭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아마추어 여행자의 배낭은 딱히 필요 없는 물건들까지 빽빽이 들어차 있어 무겁기 그지없지만, 베테랑 여행자의 배낭은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만 들어있다. 심지어 여유공간마저 남아 있다. 정말로 필요한 것들은 현지에서 구하면 되고, 못구해도 크게 지장이 없다는 사실을 그들은 알고 있다. 아마추어 여행자의 눈에는 모든 것이 필요해 보이지만 베테랑 여행자는 필요 없는 것이 무엇인지 안다. 가장 필요한 것은 적응력이다. 먼 길을 떠나는 여행자일수록 짐이 가벼워야 한다. 배낭속의 짐뿐만 아니라 머리 속에 든 짐까지. 여행이란 내가 알고 있던 지식이나 신념을 공고히 다지기 위한 과정이 아니라 새로운 지식, 새로운 관념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183쪽 웬만큼 틀이 잡히면 일단 행동으로 옮기고 또 그런 움직임 속에서 끝없이 깨닫고 뉘우치고 발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제야 알 것 같다. 철저한 계획이란 행동을 두려워하는자의 변명이라는 사실을.
195쪽 두려움은 우물쭈물하는 자에게만 기생하는 정신의 독버섯과 같다. 그리고 놈은 주로 갈등을 먹고 산다. 두려움을 굶겨 죽이려면 갈등부터 끊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다소 무모하더라도 배짱을 부려야 한다.
209쪽 수련 여행을 시작하면서부터 나는 내가 서 있던 계단보다 한참 아래에 있는 계단을 수 없이 목격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도저히 불평불만을 쏟아낼 수 없을만큼 높은 계단에 내가 서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곤한다. 나에겐 살기 위해 경쟁할 기회는 물론 세상을 여행할 자유와 숙식을 해결할 수 있을 정도의 재능까지 주어져 있지 않은가. 지금 이 계단 만큼이라도 올라서기 위해 필사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되면 절망이니 의욕상실이니 하는 말은 도저히 함부로 사용할 수 없으리라.
213쪽 나에게 사진과 음악이라는 취미가 없었다면 여행은 굉장히 힘들었을 것이다. 자기가 몸담은 자리에서 떠나지 않은 채 성공하려는 사람들은 오로지 전공 하나만을 집요하게 파내려간다. 하지만 세상을 좀 더 넓게 껴안으려면 마음이 끌리는 모든 분야에 관심을 열어 놓아야 한다. 취미와 관심사가 다양하다는는 것은 그만큼 세상을 향한 더듬이가 많아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221쪽 떠나면 자유로워진다는 말은 살던 곳에서의 의무와 책임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아무런 제약없이 이제껏 해 보지 못한 다른 생각, 다른 고민에 뛰어들 기회를 얻는 것을 뜻한다. 진정한 여행은 현실과 맞닿아 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길을 설레게 만드는 일, 그것이 여행이다.
228쪽 나는 알몸이었고, 바다는 양수처럼 나를 감싸 안았다. 나는 마치 별들의 세례를 받아 새롭게 태어난 기분이었다. 버려도 될 것들은 버리고 채우지 못한 것들은 계속 채우면서 여행은 끝없이 굴러간다. 끝에 가서 더 이상 버릴 것도, 채울 것도 없는 최적의 상태가 될 때까지.
229쪽 여행은 영혼을 정화한다고들 하는데 정말 맞는 말인 것 같다. 여행중에는 평소와 다르게 생각하거나 설령 계획을 세우더라도 길어야 다음 주까지가 전부다. 이듬해, 혹은 10년, 20년 후의 삶을 미리 계획하지는 않는다. 가능한 한 불필요한 생각들을 머릿속에서 추방하기. 이것이 여행자의 암묵적 수칙이며,나는 이것을 삶의 최적화라고 부르고 싶다. pc에서 모든 불필요한 파일을 제거한 뒤에 메모리 용량을 확보하듯이 정기적으로 최적화 하는 과정이 우리에게도 필요하지 않을까.
234쪽 나는 모델 선발대회 심사위원 자격도 없었고 관중들로부터 분에 넘치는 친절을 받을 자격도 없었다. 그런데도 나는 그 허상의 역할을 은근히 즐긴 것이다.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수련 여행은 나답게 사는 길을 찾기 위한 여정일진대 어째서 전혀 나답지 못한 역할을 그토록 즐겼을까. 자격이란 주어진 역할만큼 내면이 당당할 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어제 하루 나는 무면허 자격으로 인생을 살아버린 셈이다.
245쪽 건물들을 보며 거리를 산책하노라면 지루할 틈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그 무수한 건물 뒤편에 수많은 노숙자들이 숨어 있었다. 매일 밤 길거리에서 잠자리와 먹을 것을 찾아야 하는 사람들. 모두들 알고 있듯이 미국은 국적, 계층, 종교와 상관없이 누구나 꿈을 이룰 수 있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 열심히 일하고 행운의 여신이 웃음을 준다면 누구든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다. 그러나 한적한 골목에 지어 놓은 종이상자 집을 보고 있노라면 아메리칸드림에 대해 좀 더 냉정해지지 않을 수가 없다. 이 노숙자들을 건져줄 사회적 그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이 사회안에서 더불어 살 수 있게 할 사회적 시스템도 없다. 나는 도착한지 2주 반만 이 도시에 완전히 매료되었던 만큼 이런 불평등을 받아들이기가 더욱 어려웠다.
246쪽 관광은 밝은 빛을 보는 여정이지만, 여행은 빛 뒤에 가려진 어둠까지 봐야 하는 여정이다. 그래서 관광객이 단지 눈으로만 즐거워할 때 여행자들에게는 가슴으로 아파할 기회가 주어지며, 그것이 곧 삶의 화두로 이어진다. 중세 이전 혹은 그 이후에 수많은 수련 여행자들이 자발적으로 고행과도 같은 여행을 선택한 까닭은 바로 그 화두를 만나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258쪽 나는 비로소 진짜 쿠바에 도착한 느낌이었다. 유럽과 미국의 젊은이들은 지금도 체 게바라의 얼굴이 찍힘힌 티셔츠를 입고 다니며 아무렇게나 자유와 평등을 이야기 하지만 정작 체 게바라의 상징과도 같은 쿠바의 현지인들은 여행의 자유는커녕 성냥 하나 살 수 있는 기회조차 누리지 못하고 있었다. 나 역시 쿠바를 생각할 때마다 하바나의 해변과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시가 그리고 체 게바라를 떠올리곤 했다. 하지만 그것들은 쿠바의 현실과 동떨어진 낭만적 이미지에 불과했다.여행이란 때로 이토록 냉정하다. 낭만을 안고 떠난 자들에게 현실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떠나지 않은 자에게 세상은 낭만이라는 허상으로만 존재한다. 둘 중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본인의 몫이리라. 다만 한가지는 분명하다. 쿠바의 택시기사가 했던 말처럼 모든 여행자는 축복 받은 자라는 것.
279쪽 등이 가려우면 누군가에게 긁어달라고 하거나 긴 작대기로 긁으면 된다. 하지만 영혼의 어느 한 곳이 가려울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도 긁어 줄 수 없다. 여행만이 긁어 줄 수 있다.
291쪽 나는 새로운 곳에 도착할 때마다 늘 처음 만나는 파도 앞에 섰고, 어느덧 제일 높은 파도를 타는 것, 즉 보수가 제일 좋은 일을 찾거나 쇼핑 관광으로 행복해지는 것만이 중요한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행복은 모험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흡족하게 다음 여행지로 떠나는 그 순간에 있다. 뭔가를 획득하거나 소유하는 대신 행복했던 그 순간의 흔적을 마음에 남기는 것, 그게 여행이라는 파도타기의 묘미가 아닐까.
319쪽 이 여행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 중에서 가장 우선순위를 꼽으라면 '넌 무엇이든 될 수 있고, 어떤 삶이든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인생이라는 무한한 좌표 위에서 반드시 고정불변의 그래프를 그려놓고 그 직선만을 따라가며 사는 인생은 더 이상 나의 것이 아니다.
325쪽 여행은 돌아옴으로써 완성된다. 하지만 그것은 원점회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옛 이야기 속의 모든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모험을 떠났고, 모험 속에서 무언가를 얻은 뒤에 다시 돌아왔다. 그렇게 돌아온 주인공들은 떠나기 전과는 전혀 다른 내면을 갖고 있었다. 그는 더 나은 존재가 되었고 이전과는 다른 눈으로 삶과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중세의 수련 여행자들, 그리고 그랜드 투어를 마치고 돌아온 청년들 모두가 그랬다. 그럼 나는 뭐가 달라졌을까? 그것은 말로는 설명할 수 없다. 다만 앞으로 살아갈 모습만이 여행의 증거가 될 것이다.
326쪽 나는 정말 운이 좋았다. 자랑스러운 것은 그 운이 그냥 주어진게 아니라 스스로 찾아 나섰다는 것, 아니면 적어도 행운이 나를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는 것이다.
329쪽 고백하건데 여행이 나의 운명이다. 배낭을 맬 때 비로소 나의 삶과 운명이 딱 들어맞는 느낌이다.
삶이 끝날 무렵 어떤 사람들은 친구나 가족과의 관계에 소홀했던 것을 후회하고, 어떤 사람들은 너무 일에만 빠져 살았던 것을 후회한다고 한다. 그러나 죽을 때 가장 후회 하는 5가지 중 첫 번째는 바로 이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바라는 삶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았더라면...."
331쪽 게다가 다시 여행을 떠나고 외국에 들어서면 익숙한 감정이 되살아난다. 나의 모든 감각이 깨어나고 행복한 순간을 감지하는 그 이상이다. 시선을 어디로 돌리던 모든 것이 새로운 광채로 빛난다. 오래된 익숙함조차 새롭게 보인다. 이 낯선 익숙함이야말로 여행에서 얻은 새로운 시선이다. 익숙하고 당연한 것들을 낯설게 보는 것에서부터 나만의 삶이 시작될 것이다.
교보문고 책소개
인생의 그래프를 남들이 함부로 그리게 하지 말라!
실내건축학을 전공한 독일의 평범한 청년이 있다. 구직을 해야 할 나이이지만, 청년은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그러던 중 우연히 중세의 장인들이 떠났던 수련여행에 대해 알게 된다. 수련여행이란 중세시대 기술교육을 마친 수련공들이 자신의 기술을 단련하기 위해 반드시 떠나야 하는 세계 여행이었다.『저니맨』은 스물여덟의 청년 파비안이 단돈 30만 원을 들고 떠난 수련여행의 기록이다.
그는 2년 2개월 동안 10개국을 여행했으며, 먹을 것과 잠자리만 제공받는 조건으로 현지에서 일을 구해 비용을 충당했다. 이 기간 동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끼니를 거른 적도 있으나 세계적인 유명인과 얼굴을 맞대고 일을 하는 기회를 얻기도 했다. 무엇 하나 계획한 것 없이 떠났지만, 수련여행이 끝났을 때 그는 세계적 강연 프로그램 TED의 연사가 된 것과 더불어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하는 등 자기 분야에서 대체 불가능한 전문가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고, 어떤 삶이든 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인생의 그래프를 남들이 함부로 그리게끔 허락하지 말라고 조언하며, 인생의 숨어 있는 가능성 끌어내는 ‘수련 여행’으로 안내한다.
저자 파비안 직스투스 쾨르너Fabian sixtus Korner는 1981년생. 그의 나이 스물여덟에, 중세시대 장인들이 세계를 떠돌며 기술을 연마한 '수련여행'에 영감을 받아 단돈 200유로(한화 약 30만 원)를 들고 무작정 세계여행을 떠났다. 디자인을 전공한 본인의 분야를 살려 건축 보조, 사진 촬영, 그래픽 디자인 등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일을 닥치는 대로 했다. 열심히 일한 대가로 그가 받은 것은 오로지 먹을 것과 잠잘 곳뿐.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 이집트, 에티오피아, 호주, 미국, 쿠바, 도미니카 공화국, 콜롬비아를 여행했으며, 그 어떤 여정도 미리 계획하지 않았고 철저히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일들로만 일했다. 그의 모든 여행기는 ‘저니맨 이야기Stories of A Journeyman’라는 이름의 블로그에 빠짐없이 기록되어 있다. 2년 2개월의 여행을 마치고 독일로 귀국해 현재 베를린에 거주하고 있으며, 디자인, 건축, 사진, 영상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약하고 있다. 또한 여행지에서의 통찰을 바탕으로 TED 등 여러 강연활동을 펼치고 있다. 여행지에서의 영상 작업 중 일부는 본문 QR코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홈페이지는
www.fabsn.com이다.
역자 배명자는 책을 원 없이 읽을 줄 알고 영문학과에 지원했다가 ‘이 길이 아니구나’ 깨달았고, 책을 진짜 많이 읽을 줄 알고 출판사에 취직했다가 8년을 헤맸다. 그러던 중 우연히 대안교육을 만났고 ‘이 길인가’ 궁금해져 독일로 유학을 떠나 뉘른베르크 발도르프 사범학교를 다녔다. 여러 길을 돌고 돌아 지금은 독일어 번역을 하고 있으며 인생의 길은 어디서 어떻게 열릴지 모른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 책을 원 없이 다양하게 읽는 소망만큼은 확실하게 이루었다. 《부자들의 생각법》《닥터스》《위키리크스》《독일인의 사랑》등의 책을 번역했으며, 한 분야를 전문으로 번역하는 스페셜리스트가 아니라 모든 분야의 책을 번역하는 제너럴리스트를 꿈꾸고 있다.
목차
[프롤로그] 누구에게나 골방을 떠나야 할 순간이 온다
Station 1. 스스로 길을 선택한 자만이 자유를 누릴 수 있다(상하이, 2010년 1월~3월)
떠나는 순간에야 마주하는 것들
익숙한 것을 버릴 때 진짜 여행이 시작된다
세상이 건네는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여행자에게 배낭보다 무거운 것은 그리움
잠깐 머물다 가는 사람
나만의 에너지와 리듬을 찾기 위하여
Station 2. 여행, 누군가에게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쿠알라룸푸르, 2010년 4월~5월)
만나고 떠나는 영혼의 담금질
낮은 자세가 가지는 특권
나는 미친 뱃사람입니다
잠시 머물더라도 쓸모 있는 사람이기를
주변을 일깨우는 자극제와 같은 사람
Station 3. 낯선 땅을 고향으로 만드는 법(벵갈루루, 2010년 5월~8월)
여행의 반대말은 정착이 아니라 위기다
인터넷 검색창에 진짜 세상은 없다
카슈미르 노인과의 약속
이 모든 것들을 견뎌낸다면
도저히 감사할 수 없을 때 감사하는 마음
소명을 찾은 자, 행복하여라
변화할 것인가 그대로 멈춰 있을 것인가?
내 마음의 수직정원
Station 4. 외로움과의 동행을 받아들여야 진짜 여행(알렉산드리아, 2010년 8월~9월)
카이로 골목에서의 치킨게임
스스로의 선택이 자신의 품격을 결정한다
주어진 시간에 합당한 역할로 산다는 것
변함없이 중요한 한 가지, 사람
Station 5.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것들에 대한 공부(아디스아바바, 2010년 10월~12월)
길 떠난 자, 길 위의 섭리를 따르라
작지만 완벽한 팀
세상의 꿈을 대신 꾸어주는 사람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내야 한다
Station 6. 사랑을 잃고 여행의 2막을 열다(유럽, 2010년 12월~2011년 3월)
내가 설계한 삶에 너의 자리는 없어
비극이 꼭 비극인 것만은 아니듯
Station 7. 구경꾼에서 행동하는 여행자로(벵갈루루, 2011년 3월~5월)
길은 여행자를 버리지 않는다
구경꾼에서 벗어나 현장에 녹아들다
깃털 하나만으로도 바위를 움직일 수 있다
춤출 자유를 빼앗긴 인도의 이웃을 위하여
Station 8. 더 이상 잃을 게 없을 때, 떠나라(쿠알라룸푸르, 2011년 5월~6월)
먼 길을 떠나는 자일수록 짐을 가볍게
불가능한 꿈을 꾸는 리얼리스트
가끔은 멈춰서야 제대로 걸을 수 있다
Station 9. 여행과 방랑 사이에서 외줄타기(브리즈번, 2011년 6월~8월)
두려움은 우물쭈물하는 자에게만 기생한다
‘여행자’와 ‘일하는 여행자’의 차이
지금, 불평하기 전에 얼마나 높은 계단에 올라서 있는지 보라
사랑하는 것이 많을수록 여행은 풍성해진다
잠시 다른 사람이 되어본다는 것
‘삶을 위한 여행’과 ‘여행을 위한 삶’
Station 10. 채워도 모자라고 비워도 남는 여행(쿠알라룸푸르, 2011년 8월~10월)
서른, 알몸으로 다시 태어나다
최적화된 마음으로 살아가기
내면이 당당할 때 ‘자격’이 주어진다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할 때 여행자는 고립된다
Station 11. 어둠, 성장의 다른 이름(샌프란시스코, 2011년 10월~11월)
친구가 된다는 것은 그의 리듬에 나를 맞추는 것
관광객은 빛을 보지만 여행자는 어둠을 본다
성장이란 하고 싶은 일을 확인해나가는 과정
Station 12. 낭만과 현실의 경계에서 자유를 묻다 (아바나, 2011년 11월~12월)
모든 여행자는 축복받은 자들이다
쿠바, 그 깊고 어두운 현실 속으로
내가 공짜로 누리는 자유를 얻기 위해 누군가는 목숨을 건다
낭만과 현실 사이의 알레르기 반응
Station 13. 결국은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길(산토도밍고, 2011년 12월~2012년 2월)
휴식 중의 휴식
‘영혼의 가려운 등’을 긁어주는 여행
파도는 단 한 번도 똑같이 치지 않는다
조작된 열정, 자아를 잃은 에너지
자유란 집착으로부터 벗어나는 것
Station 14. 여행의 끝은 또 다른 여행의 시작이다(메데인, 2012년 2월~4월)
용기가 겸허함을 잃을 때 만용이 된다
설렘, 여행자의 영원한 보호막
오늘은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작품
수련여행은 인생의 압축판이다
길 떠난 자들에게만 주어지는 마법의 힘
당신은 어떤 삶이든 살 수 있다
[에필로그]시선만 바꾸면 누구나 여행자가 된다(베를린, 2012년 6월)
모든 여행은 돌아옴으로써 완성된다
다만 존재함으로써 행복할 뿐이다
익숙함을 낯설게 보는 것에서 나만의 삶이 시작된다
책 속으로
여행에 대한 이 모든 이야기들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바로 ‘한 개인의 삶에도 르네상스의 시기가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두 번 태어난다. 한 번은 어머니의 자궁에서, 또 한 번은 여행길 위에서. 이제껏 한 번도 여행을 떠나지 않았다면, 모두에겐 또 한 번의 탄생이 남아 있는 셈이었다. 나에게 있어 여행을 통한 두 번째 탄생이란 무엇을 의미할까? 그것은 바로 나 자신의 내적 도약을 의미했다. 기대와 흥분으로, 내 안의 모든 피가 서서히 끓기 시작했다.
“나도 도약의 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
꼭 그렇게 하고 싶었다. 지금의 내가...
더보기 여행에 대한 이 모든 이야기들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바로 ‘한 개인의 삶에도 르네상스의 시기가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두 번 태어난다. 한 번은 어머니의 자궁에서, 또 한 번은 여행길 위에서. 이제껏 한 번도 여행을 떠나지 않았다면, 모두에겐 또 한 번의 탄생이 남아 있는 셈이었다. 나에게 있어 여행을 통한 두 번째 탄생이란 무엇을 의미할까? 그것은 바로 나 자신의 내적 도약을 의미했다. 기대와 흥분으로, 내 안의 모든 피가 서서히 끓기 시작했다.
“나도 도약의 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
꼭 그렇게 하고 싶었다. 지금의 내가 아닌 새로운 나, 이제까지 느끼고 생각해왔던 낡은 방식이 아닌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인생을 살고 싶었다. 12쪽
축제에서 보다 쓸모 있는 사람이 되려고 할수록 점점 더 잉여 노동력이라는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누군가가 ‘이곳에서는 독일 특유의 정확한 계산이 통하지 않고, 받은 호의를 똑같이 갚을 필요도 또 갚을 수도 없다’고 말하는 듯했다.
“이런 거 말고 더 할 일은 없어요?”
참다못한 내가 아짐에게 물었다.
“그거면 충분해요. 지금 하고 있는 일도 많잖아요.”
아짐이 여유롭게 말했다.
“왠지 아무것도 안 하는 기분이에요. 다른 팀원들과 똑같이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축제를 돕느라 정신없이 바쁘긴 한데 정작 무슨 일을 했나 싶단 말이에요. 내 일이다 할 수 있는, 뭔가 진짜 과제가 있었으면 해요.” 나는 내 뜻을 제대로 전달하려고 애썼다.
“이미 아주 잘하고 있어요.”
아짐은 똑같은 대답만 했다. 내가 들으려는 대답은 아니었지만 더 설명해봐야 소용없을 것 같았다. 60쪽
“이보쇼, 이건 우리가 주문한 골조가 아니잖소? 우리 건 이것보다 두 배는 더 길어야 하는데, 빌어먹을……. 물건이 도착하기를 얼마나 애타게 기다렸는데, 고작 가지고 왔다는 게 이런 엉뚱한 자재란 말이오?”
“그래도 약속한 날짜에 맞추려고 이렇게라도 온 겁니다.”
“약속한 날짜라니? 3주나 늦게 왔으면서.”
프리맨은 침착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기사도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
“그렇다고 아주 늦었다고 할 수도 없죠. 소형 화물 트럭을 중국까지 보내 반으로 자른 봉을 싣고 서둘러 여기까지 왔단 말입니다.”
너무도 어처구니가 없어 할 말이 없었다. 프리맨은 거의 폭발 직전 상태까지 치닫고 있었다. 그가 이렇게 흥분한 까닭을 나는 알고 있었다. 최소한 수직정원의 기둥을 세우는 모습이라도 내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프리맨에게 슬며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전 괜찮아요. 이미 제 마음속에 아주 멋진 수직정원이 세워져있으니까요.” 107쪽
나는 그날부터 야근을 자처하며 일에 매달렸다. 그렇게 해서 일단 팸플릿부터 새로 만들었고, 사흘 뒤에는 세계시장에 선보일 회사 홍보물 디자인 전체를 맡게 되었다. 그러자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일주일 만에 나의 신분이 실습생에서 갑자기 인턴 헤드디자이너로 급상승한 것이다. 나를 대하는 나이라의 태도 역시 달라졌다. 물론 그녀가 내 소원을 모두 들어주고 내 제안을 무조건 좋다고 인정한 건 아니었지만, 아무튼 내가 바라던 대로 나를 마케팅 프로세스에 끼워주곤 했다. 오래전 모리츠 교수가 했던 말이 새삼 떠올랐다.
“사람들이 너를 대접하는 것보다 더 높은 자리에 너 자신을 올려놓아야 해.”
일에서 의미와 보람을 못 느끼는 것은 일을 준 사람의 책임이 아니다. 일에서 느끼는 가치와 보람은 거저 주어지는 게 아니라 찾아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선택한 일이야말로 자신의 품격을 높이는 가장 큰 수단일 것이다. 여기에는 그 어떤 핑계나 조건도 존재하지 않는다. ‘어차피 한두 달 뒤면 떠날 텐데 아무 일이나 하지, 뭐’라고 생각했다면 나는 여전히 실습생이나 조수로 일해야 했을 것이다. 117쪽
원주민 사내의 이야기를 듣고 난 뒤부터 일거리를 구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다소 옅어지는 기분이었다. 그 대신 생각할 거리가 좀 더 많아졌다. 중국이나 인도, 혹은 동남아시아의 몇몇 나라들을 여행할 때도 그랬지만, 살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사람들, 경쟁에서 밀려난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내 머릿속에는 기다란 계단이 떠오르곤 했다. 세상은 골고루 평범하게 발전하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높은 계단과 낮은 계단이 무수히 생겨나기 마련이다. 그리고 누구나 자신이 서 있는 계단을 출발점으로 삼아 인생을 살아간다. 수련여행을 시작하면서부터 나는 내가 서 있던 계단보다 한참 아래에 있는 계단을 수없이 목격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도저히 불평불만을 쏟아낼 수 없을 만큼 높은 계단에 내가 서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곤 한다. 나에겐 살기 위해.
출판사 서평
인간은 두 번 태어난다
한 번은 어머니의 자궁에서, 한 번은 여행길 위에서
변화를 꿈꾸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수련 여행기”
파비안 직스투스 쾨르너는 실내건축학을 전공한 독일의 평범한 청년이었다. 졸업논문을 마치고 모두들 구직활동에 여념이 없을 때, 파비안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그는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지만, 스펙과 커리어를 생각한다면 1~2년 세계를 여행한다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결정적인 시기를 탕진하는 멍청한 짓이었다. 그는 우연히 중세의 장인들이 떠났던 수련여행에 대해 알게 되었다. 수련여행이란 중세시대 기술교육을 ...
더보기 인간은 두 번 태어난다
한 번은 어머니의 자궁에서, 한 번은 여행길 위에서
변화를 꿈꾸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수련 여행기”
파비안 직스투스 쾨르너는 실내건축학을 전공한 독일의 평범한 청년이었다. 졸업논문을 마치고 모두들 구직활동에 여념이 없을 때, 파비안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그는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지만, 스펙과 커리어를 생각한다면 1~2년 세계를 여행한다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결정적인 시기를 탕진하는 멍청한 짓이었다. 그는 우연히 중세의 장인들이 떠났던 수련여행에 대해 알게 되었다. 수련여행이란 중세시대 기술교육을 마친 수련공들이 자신의 기술을 단련하기 위해 반드시 떠나야 하는 세계 여행이었다. 아무리 부유한 집안의 자제들도 의무적인 여행 그랜드 투어를 통해 문화적 식견과 폭넓은 지적 체험을 하고 돌아와야 자신이 속한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었다. 괴테, 헤르만 헤세, 비틀즈, 스티브 잡스 등 근현대의 걸출한 인물들 또한 여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고 이를 통해 자신의 인생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왔다. 《저니맨: 생에 한 번 반드시 떠나야 할 여행이 있다》(위즈덤하우스 刊)는 스물여덟의 청년 파비안이 단돈 30만 원을 들고 떠난 수련여행의 기록이다. 그는 2년 2개월 동안 10개국을 여행했으며, 먹을 것과 잠자리만 제공받는 조건으로 현지에서 일을 구해 비용을 충당했다. 이 기간 동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끼니를 거른 적도 있으나 세계적인 유명인과 얼굴을 맞대고 일을 하는 기회를 얻기도 했다. 무엇 하나 계획한 것 없이 떠났지만, 수련여행이 끝났을 때 그는 자기 분야에서 대체 불가능한 전문가가 되어 있었다.
5개 대륙, 10개 도시, 12개 직업 체험을 통해 대체 불가능한 프로가 되다
중국 상하이에서 시작한 파비안의 여행은 말레이시아, 인도, 이집트, 에티오피아, 호주, 미국, 쿠바, 도미니카 공화국, 콜롬비아로 이어진다. 그는 록펠러 그룹이 발주한 쇼핑센터 현장의 건축 보조로 일을 시작해 디자인 위크의 홍보대사, 사진 강사, 모델 대회 심사위원, 정원 설계, 공익 광고 영상 제작, 국립미술관의 홍보 디자이너, 세계적 선박회사의 웹 디자이너, 인디 레이블의 앨범 디자이너 등의 직업을 경험하게 된다. 수련여행 동안 그는 161번 잠자리를 바꿨고 침대 예순네 개, 소파 열두 개, 매트리스 일곱 개, 열차 침대 두 개, 매트 한 개를 사용했다. 접시닦이나 하며 시간낭비를 하지 않을까 걱정했던 주변의 우려와는 달리, 그는 각국 최고의 전문가들과 일했으며 여행 중 작업한 영상물로 대회 입상을 했고, 독일로 귀국한 이후에는 세계적 강연 프로그램 TED의 연사가 된 것과 더불어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가 쓴 《저니맨》은 현재 독일 슈피겔 논픽션 분야 33주 연속 베스트셀러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고, 어떤 삶이든 살 수 있다.”
파비안은 생에 처음으로 도착한 땅에서 잠잘 곳과 먹을 것을 제공받기 위해 일자리를 구하면서도 당당함을 잃지 않았다. 비록 아무런 경력도 없는 애송이에 불과했지만 그는 자신을 믿었고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늘어나는 것은 두려움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수련여행을 통해 건축, 디자인, 사진, 영화 등 모든 방면에 대한 꿈을 꾸게 되었고 한 분야의 스페셜리스트가 아닌 모든 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로서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고, 어떤 삶이든 살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야말로 가장 큰 소득이었다. 그는 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인생의 그래프를 남들이 함부로 그리게끔 허락하지 말라고. 책은 고정불변의 그래프를 좇아 턱걸이하듯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젊은이들과 꿈은 접어둔 채 의무감으로 삶을 버티고 있는 중장년들에게 큰 울림을 선사할 것이다.
파비안의 수련여행 10계명
하나, 세계의 다섯 대륙에 발자국을 찍는다.
둘, 여행지에서 일을 하고 돈을 번다.
셋, 잠잘 곳과 먹을 것 말고는 바라지 않는다.
넷, 최대한 긍정적인 나그네가 된다.
다섯, 목적지는 길이 정한다.
여섯, 최소한의 도구만 갖고 떠난다.
일곱, 여행지에서의 모든 일을 빠짐없이 기록한다.
여덟, 한군데에 너무 오래 머물지 않는다.
아홉, 집에서 300km 이내의 장소는 피한다.
열, 2년이라는 여행 기간을 지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