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독서, 영상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2. 아스카, 나라 (2017.7.24)

클리오56 2017. 7. 22. 10:29




읽은 소감 및 내용

여행은 자체만으로도 즐겁지만 좋은 가이드가 있다면 격조를 갖춘 즐거움으로 진화될 수 있는데, 그런 과정의 하나로서 훌륭한 책을 따라 가는 것이다. 유홍준 교수의 문화유적답사기는 그런 의미에서 나의 여행의 가이드이자 스승이다. 다만, 시간적 제한으로 인하여 아주 부분적으로만 따를 수 있음이 유감이지만. 일본 2편은 아스카와 나라를 다루는데,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도래인들이 아스카에 남긴 문화적 결실을 보여주며, 나라에서는 한반도의 영향을 벗어나 당나라 문화를 직접 접하면서 더 국제적인 문화로 나아가 독자적인 일본문화의 모습이 그려진다.


도래인이 남긴 아스카 문화의 결정체라는 법륭사, 그중에서도 백제관음은 비록 사진으로 보는 것이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지닌 불상도 있나할 정도로 충격적이니 훤칠한 몸매의 조각은 정면보다는 측면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백제관음을 알게된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보람을 갖게만든다.


나라와 교토 사찰의 큰 차이점은 나라 사찰에는 아기자기한 정원이 없다는 것인데, 그런 의미에서 나라의 답사는 당탑과 불상 답사이고, 교토의 답사는 명원 답사라고 할 수 있다. 왜 그랬을까? 언뜻 생각하기로는 초기 고대국가에서 불교는 백성을 한 마음으로 결속하기 위한 국가종교였고 사찰은 가세를 과시하기 위한 씨사의 성격이 강했지만, 중세로 들어서면 국가체제가 안정되면서 이제 불교의 오묘하고도 깊은 정신세계에서 자아를 성찰하고 인생의 깊이를 더해갔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즉 양적인 확산 있은 다음에야 질적인 비약이 가능했다고나 할까.


메이지정부는 신도에 의한 국가통합을 이루어 천황제를 확립하고자 신불분리령을 포고하고 하루아침에 불교를 배척했다. 이 때 만들어진 국가종교가 천황교라 불리는 국가신도이다. 그 바탕에는 국학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있었다. 일본의 국가정체성을 추구한 국학자들은 일본의 국가정체성은 천황이다라는 이념을 고취하면서 불교는 외래의 종교라며 박해를 가하였다.

 => 공권력 동원하여 불상, 불구, 불경을 파괴하는 등 폐불훼석의 폭풍이 몰아침. 목불을 땔감으로 사용. 흥복사 오중탑 25엔에 매각하여 땔나무로 구입 시도에 항의 


흥복사 국보관 보존 불상

산전사 왼쪽 귀를 잃은 청동불두(685년 작품, 화재로 손상)

. 팔부중상: 특히 얼굴 셋, 팔 여섯의 아수라, 뱀이 몸을 감고 있는 사갈라

. 십대제자상: 한창 수도중인 청년상, 현재 6, 특히 수보리와 라후라의 앳된 얼굴

=> 라후라는 석가모니늬 친아들로 앳되고 천진하기만하여 석가가 마음을 놓지 않았다는 모습.

두 손을 모으고 먼 데를 응시하는 눈빛이 그윽하기만 하다.

. 무착, 세친 두 형제스님상: 5세기 북인도 태생의 실존인물로 법상종 확립

. 인왕상: 근육, 몸동작, 옷자락의 표현에서 12세기 가마쿠라 시대 최고명품.

팔뚝과 장딴지의 힘줄의 표현을 보면 리얼리즘 조각의 극치



토다이지(東大寺)/다이부츠덴(大佛殿)

- 751년 건립, 화엄종 대본산

- 남대문: 12세기말, 중국식 목조건축, 장중미, 금강역사상 2

- 고도나라를 상징하는 문화유산은 동대사, 대불전은 세계최대 목조건물, 세계최대 청동불상

. 청동등룡: 형태미 당당하고, 조각이 아름다움

. 중문에서 대불전에 이르는 길: 넓적한 판석을 깔면서 가운데를 약간 볼록하게 올려 물이 잘 흐르도록 하였고,

그 가벼운 곡선미가 은근히 마음에 와닿음

. 네가지 다른 돌: 가운데 까만 돌은 인도산, 그 옆 분홍빛은 중국산, 그 옆 하얀돌은 한국산, 나머지 회색은 일본산

- 正倉院(쇼소인): 왕실 유물창고, 고상건물, 1300년간 보존, 1만여점,

. 신라의 4첩 청동사발의 포장지, 목화자단기국 및 바둑알(백제 의자왕 선물)

- 전해문(원래 전애문 => 맷돌문): 담징이 물맷돌을 만들었음(610) 정창원 부근 서쪽 끝

- 이월당: 특이한 2층 구조와 아름다움으로 국보지정, 참회 의식(우물물 뜨기에서 기원)

. 고라쿠니(신국)신사: 동대사 건립과 대불 주조한 료벤 스님(백제계)의 절터 제공에 감사

. 이월당에서는 동대사 대불전과 넓은 절터가 한 눈에 들어옴, 통쾌할 정도로 호방한 기상

. 본존 십일면관음보살상 두분이 모셔져있는데, 몇 백년을 두고 비공개의 비불

- 삼월당: 법화당이지만 매 3월 법화회가 열려 삼월당으로 불리게 됨

. 정당과 예당이 붙어있는 특이한 구조, 맷돌문과 함께 가장 오래된 건물, 보석같은 건물

. 16구의 불상, 이중 14개가 덴표시대 불상이며 모두 국보 지정

. 4M의 불공견삭관음상: 이마에 눈, 여덟 개의 팔, 광배, 양쪽으로 일광 및 월광 보살

 


호류지(法隆寺)

- 아스카와 나라의 중간지점 이카루가에 소재. 607년 건립, 쇼토쿠 태자의 지원

. 태자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석가삼존상 623년 봉안, 670년 법륭사 전소, 710년 재건

- 아스카에서 싹튼 일본 고대불교문화가 법륭사에서 결실 맺고 그 씨앗이 나라, 교토에 전파

- 남대문: 도열하듯 노송 가로수길이 끝나면 긴 기와 담장을 양 날개로 펼친 남대문

- 중문과 오중탑: 남대문 들어서면 저 멀리 키 큰 소나무들 사이로

서원가람의 장중한 중문과 경쾌한 상승감 보여주는 오중탑이 한 눈에 들어옴

. 중문: 우람하며 생동감있는 목조금강역사상 두 분이 천의 자락을 날리며 위압적 모습

. 오중탑: 아스카 시대 건축미의 상징, 체감률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반듯하여

상승감이 아니라 대지에 뿌리내린 무게감을 보여줌

. 금당: 오중탑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으로 아스카 시대 건축을 대표

- 법륭사 건축의 일본미 특질: 직선의 정갈함과 엄격함, 곡선미 없음

- 법륭사 회랑: 아주 품위를 갖추며 아름다운 건축물. 멀리서 볼 때 막혀있는 벽면처럼 보이나

다가가면 공간이 서서히 열리는 창살의 기능이 슬기롭게 느껴짐

- 오중탑 내부의 우는 부처: 오중탑 4면에는 소조상이 모셔져 있는데,

북면에는 오열하는 제자들 때문에 우는 부처 별명의 열반 장면이 있음

- 금당의 청동석가삼존상: 1 광배 3존불 형식과 옷자락이 좌대까지 덮어내림

- 성령원: 쇼토쿠 태자 45세상과 여의륜한음상, 지장보살상이 모셔져 있고,

그 아래 태자의 세 아들과 멘토였던 고구려 승려 혜자의 조각상이 있음

- 대보장전: 현대식 박물관, 백제관음상, 209cm,

이처럼 아름다운 인체조각상은 이상적인 인간상의 불상을 조각하려는 조형 의지의 반영.

특히 측면관은 정말로 아름답고 신비로워 처음 마주대하는 순간 탄성 외엔 아무말도 할 수 없다. 아 아름다워라, 백제관음이여.

. 옥충주자: 주자는 불상을 모신 미니어처 건축물, 상중하 3단으로 하단은 기단,

중단은 수미산, 상단은 전각으로 구성된 2층 건물 모양. 옥충은 금속장식에 비단벌레 날개를 넣어 비취색 내도록.

=> 백제에서 보내줬거나, 도래인 작품 가능성

. 금당벽화: 비천상 벽화는 화마를 피하였는데, 천의 자락을 휘날리며 지상으로 내려오는 역동적인 구도의 우아한 포즈

- 몽전의 구세관음: 머리에서 발끝까지 녹나무 하나를 깍아 만든 아스카 시대의 대표적인 불상.

비불로 전해져오다가 19세기말 세상에 드러남

- 주구지(中宮寺): 법륭사 바깥에 있는 쇼토쿠 태자가 세운 비구니 사찰

. 목조반가사유상: 하쿠호시대의 대표적인 불상, 동으로 제작한 것처럼 강한 느낌, 광택



야쿠시지(藥師寺): 730년 준공된 동탑만 제외하곤 20세기 건립

. 높이 33.6M 훤칠한 삼중탑으로 각 층마다 난간과 지붕이 건축적 리듬감을 보여줌.

 100년 전 페놀로사는 얼어붙은 음악이라며 찬미

. 약사사의 아름다움은 동탑 자체보다는 쌍탑 1금당식이라는 가람배치 덕분

. 청동약사삼존상: 전형적인 당나라 불상 스타일, 육감적, 완벽한 청동주조술


  

도쇼다이지(唐招提寺): 당에서 건너온 감진스님이 설립

. 스님 입적후 바로 초상 제작: 최고명작의 초상조각: 겸허, 고요, 깊고, 따뜻한 고승의 혼

. 금당: 남대문 들어서면 바로 장중한 금당과 마주함, 대로에 백사, 양쪽에 고목 도열

대지로 낮게 내려앉는 단정함. 다른 동시대 건물과 달리 전면 벽체 앞에 길게 뻗어나온 겹처마를 받쳐주는

8개의 열주가 있어 회랑 역할하며 열린 공간감을 일으킨다.

. 금당 불상들: 풍만, 육감적인 당나라풍, 대단히 위압적, 이상적 인간상이 보여주는 엄숙성

=> 노사나불: 높이 3M 좌상, 신체와 얼굴 표정이 생생, 광배에 1천구 화불이 촘촘히 장식

=> 천수관음상: 높이 5.4M, 1천개의 손을 조각해 붙임, 엄청난 공력과 정교한 조각 솜씨

 

  


교보문고 책소개《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제2권 《아스카 나라》.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로 한국의 문화기행서로 많은 사랑을 받은 유홍준 교수의 저작이다. '일본 속의 한국문화', '일본문화의 정수'를 찾기 위해 '일본편'을 소개한다. 가깝고도 먼 나라 한국과 일본. 이 책은 한일 관계에서 주요한 주제였던 과거사 문제를 문화사적으로 접근해보려는 저자의 노력으로 한일 양국이 문화적으로 영향을 주고받은 흔적을 일본문화 속에서 찾는 데에서 시작한다.

2권 아스카 나라 편에서는 아스카와 나라 지역에 위치한 옛 절을 답사하면서 일본문화의 친연성과 영향관계, 자생적으로 꽃피운 일본문화의 미학을 알아본다. 한반도가 일본문화에 영향을 끼쳤음을 보여줌과 함께 스스로 이룩한 일본문화의 우수성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미술사와 문화유산에 조예가 깊은 저자가 한일 쌍방향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동아시아적인 시각으로 역사를 바라본다.

북소믈리에 한마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저자가 갖고 있는 역사적 지식과 쉬운 설명으로 문화유산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 유홍준 교수가 이번에는 일본으로 건너간 한국의 문화와, 그곳에서 일본의 문화로 새롭게 만들어진 그들의 문화유산에 대한 답사기를 생생하게 전한다.


저자 : 유홍준       

                                                                                    
유홍준 저자 유홍준은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미학과, 홍익대 대학원에서 미술사학 석사과정, 성균관대 대학원 동양철학과 박사과정(예술철학 전공)을 졸업하였다.'공간' 과 '계간미술' 기자를 거쳐 198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부문에 당선된 이래 미술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영남대학교 조형대학 및 대학원 미학·미술사학과 교수로 재직증이며, 영남대학교 박물관장, 한국문화유산답사회 대표 문화재 전문위원을 역임했다.저서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2,3', '창작과비평사 1993∼1997), '다시 현실과 전통의 지평에서' (창작과비평사 1990), '정직한 관객'(학고재 1990), '조선시대 화론연구'(학고재 1998), '나의 북한 문화유산답사기 상' (중앙M&B 1998), '화인열전 상. 하'(근간), 번역서로 '회화의 역사' ( 열화당 1984) 등이 있다.


목차

일본답사기를 시작하면서
일방적 시각에서 쌍방적 시각으로

아스카·나라 답사
도래(渡來)문화의 발자취

제1부 아스카
가까운 아스카
백제인, 가야인의 이민 개척사

다카마쓰 고분과 석무대
도래인 신사에 바치는 동백꽃 한 송이

귤사와 아스카사
아스카 들판에 구다라(百濟)꽃이 피었습니다

이카루가의 법륭사
나는 여기에 오래 머물지 않을 수 없었다

제2부 나라
나라의 명승과 박물관
우리의 옛 모습을 여기서 보는구나

흥복사
폐불훼석도 범하지 못한 아름다움

동대사
동대사에 가거든 삼월당까지 오르시오

약사사와 당초제사
동탑은 노래하고, 조각상은 숨을 쉬네

부록
답사 일정표와 안내지도


책 속으로

일본 고대사회에서 한반도 도래인들이 남긴 문화적 결실은 아스카 북쪽에 있는 법륭사가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법륭사는 일본 고대문화의 꽃이자 동시에 한반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백제의 건축과 조각의 모습을 역으로 보여준다. 그 모든 것을 떠나서 법륭사 건축과 불상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값하는 아름다움이 있다. -일본편 2권 「아스카·나라 답사: 도래(渡來)문화의 발자취」

과거사에 별로 갈등을 느끼지 않는 젊은 세대들은 벌써 그 색안경을 벗어던지고 가까운 이웃으로 넘나들고 있다. 일본 여성들이 한류스타에 열광하여 드라마 「겨울연가」의 현장을 보겠노라고 남이섬으로 관광 오고, 우리 젊은이들은 SMAP, 아무로 나미에의 공연을 보러 도쿄돔으로 달려간다. 기성세대들이 개인적 정략을 위해 구태의연함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미래의 주인공들은 그 장벽을 허물고 있다는 희망을 보면서 나는 그들을 향해 이 책을 썼다. - 「일본 답사기를 시작하며: 일방적 시각에서 쌍방적 시각으로」 중에서


출판사 서평

문명의 빛은 한반도로부터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출간
유홍준의 새로운 안목으로 일본문화의 근원과 정수를 말한다

1993년 제1권 ‘남도답사 일번지’를 시작으로 2012년 제7권 제주편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까지 20년 동안 330만 독자의 사랑을 받아왔고 한국 인문서 최초의 밀리언셀러로 기록된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이번에는 ‘일본 속의 한국문화’와 ‘일본문화의 정수’를 찾아 일본으로 떠난다. 그동안 펴낸 제7권까지의 국내편 ‘답사기’는 전국 각지의 문화유산을 답사하고 소개하면서 그 가치와 의의를 저자 특유의 입담과 안목으로 새롭게 조명해온바, 수준 높은 문화교양서이자 기행문학의 백미로 널리 알려져 ‘답사기’ 자체가 이미 문화유산의 반열에 올랐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올 여름에는 ‘답사기’가 일본편 1권 ‘규슈―빛은 한반도로부터’와 2권 ‘아스카ㆍ나라―아스카 들판에 백제꽃이 피었습니다’로 선보인다. 이번에 출간된 ‘답사기’ 일본편은 그동안 한일 관계의 주요한 주제였던 과거사 문제를 문화사적으로 접근해보고자 하는 의도에서 출발해 한국이 일본에 문화적으로 영향을 흔적을 찾고 그 바탕 위에서 일본문화가 꽃피게 된 과정을 흥미롭게 탐사해 나간다. 결국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한국과 일본이 일방적인 역사인식이나 콤플렉스를 벗어던지고 쌍방적인 시각, 더 나아가 동아시아적인 시각으로 역사를 파악할 때 미래지향적으로 공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답사기’ 국내편이 우리 국토의 문화유산을 널리 알리면서 아끼는 마음을 고취시키는 데에 일조했다면, 이번에 출간된 일본편은 일본의 문화유산을 통해 우리 선조들의 문화적 우수성을 확인하고 상호교류하고 섞이면서 발전해가는 문화의 진면목을 깨우쳐준다고 할 수 있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과 한국

일본을 수식하는 가장 진부하지만 가장 정확한 표현은 바로 ‘가깝고도 먼 나라’일 것이다. 우리 근대사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을 뿐 아니라 틈만 나면 역사왜곡을 시도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그들은 고대국가 형성에 결적적인 기여를 하고 벼농사와 한자문화를 전해준 한반도 ‘도래인(渡來人)’들의 역할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중국의 문화가 한국을 ‘거쳐’ 들어왔노라고 설명하고 있으니 저자 유홍준은 그 말은 곧 “아들이 아버지에게 용돈을 받으면서 ‘아버지 손을 거쳐 회사 돈이 들어왔다’고 말하는 셈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한다.
한편 지리적으로는 어느 나라보다 가깝지만 우리 역시 과연 일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일본은 최근의 경제불황 전까지만 해도 미국과 함께 전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입지를 굳건히 하고 사회ㆍ문화적으로도 선진국의 반열에 섰다. 우리는 근대의 식민지 경험에서 비롯된 고통의 감정 탓에 일본을 제대로 보려고 하기보다 외면하고 증오하는 감정을 앞세웠다. 고대사에서 백제와 왜의 혈맹관계도 잘 알지 못했고 조선시대 일본으로 끌려간 도공들의 삶과 예술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답사기’ 일본편은 단순히 일본의 문화유산을 돌아본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한국과 일본이 어떤 관계였고, 고대 일본문화에 우리 한반도인들이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발로 눈으로 확인하고 쓴 책이다. 두 권으로 구성된 일본편에서 1권 ‘빛은 한반도로부터’(규슈)는 일본이 고대문화를 이룩하는 데 한반도 도래인이 전해준 문명의 영향, 조선 도공들이 일본에 터를 잡고 눈부신 자기 문화를 만들어낸 감동적인 이야기를 역사적인 흐름에 따라 답사한다. 2권 ‘아스카 들판에 백제꽃이 피었습니다’(아스카ㆍ나라)는 아스카와 나라 지역에 위치한 주요한 옛 절을 답사하면서 한반도와 일본문화의 친연성과 영향관계, 그리고 자생적으로 발전해간 일본문화의 미학을 돌아본다.
저자 유홍준은 여기서 우리가 왜, 새삼 지금 ‘답사기’ 일본편을 읽어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준다. 각 권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답사기’ 일본편이 소개하는 문화유산은 일본에 소재하는 문화유산이고 일본의 문화유산이지만 그 안에 숨겨진 우리 조상들의 흔적과 영향관계를 추적하는 것이 주된 테마이다.

일본문화의 근본과 정수를 찾아 떠나는 여정

일본편 2권 ‘아스카 들판에 백제꽃이 피었습니다’에서는 아스카와 나라 지역의 고찰을 돌아보면서 일본에 불교를 전해주고 불상과 건축 등 찬란한 일본의 불교문화를 꽃피울 수 있도록 도와준 도래인들의 자취를 따라간다. 아스카 지역에서는 5세기 가야인들이 건너가 도기문화를 전래해준 흔적이 확연한 ‘가까운 아스카(近つ飛鳥)’, 백제계 도래인들이 불교와 한자문화를 전해준 과정을 따라 석무대(石舞臺), 귤사(橘寺), 아스카사(飛鳥寺)를 거쳐 법륭사(法隆寺)까지 돌아본다.

나라 지역에서는 일본 고대문화의 정점이었던 나라시대의 현장인 약사사(藥師寺), 흥복사(興福寺), 동대사(東大寺), 당초제사(唐招提寺)를 돌아보면서 도래인 기술집단과 스님들의 흔적을 쫓는다. 그러나 저자의 시각은 민족주의적 편협성에 빠지지 않는다. 일본이 한국에서 받은 영향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이 스스로 성취해낸 문화적 우수성을 인정하고 평가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나라 시대를 거치면서 일본은 한반도의 영향을 뛰어넘어 고유의 독자적인 문화를 꽃피우고, 더 나아가 국제적인 문화 감각까지 키우기에 이른다. 그렇게 성장한 일본의 역량에 대한 찬사를 보내는 저자는 “우리는 동아시아의 일원으로서 이웃나라 일본의 이런 문화적 성취를 평가하는 데 인색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위한 출사표

『총, 균, 쇠』의 저자 재러드 다이아몬드가 말했듯이 우리와 일본은 “성장기를 함께 보낸 쌍둥이 형제와도 같다”. 서로에 대한 시각을 일방적으로 곡해하거나 오해하면서 비롯된 콤플렉스는 한일 관계와 교류사의 정확한 이해를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나라와 나라를 가르는 물리적인 국경이 여전할지라도 각종 미디어와 인터넷의 발달로 전세계 어디서든 누구든 서로 교류할 수 있게 되었다. 또 설령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당면했을지라도 그 간극과 대립을 허무는 데에 문화의 역할은 지대하다. 그 오랜 세월 전해 내려오는 뼛조각과 돌과 도기와 불상으로 남아 있는 문화교류의 흔적을 통해 한일 관계의 건설적인 회복을 다시금 꿈꾸는 데 이 책은 기여할 것이다.
더 나아가 서로의 근본에 대한 인정과, 올바른 역사인식은 곧 동아시아의 문화적 발전에도 중요한 밑거름이 되리라고 본다. 저자 유홍준은 “한국?일본은 중국과 함께 동아시아 문화에서 각기 당당한 지분율을 갖고 있는 동등한 문화적 주주 국가”라고 주장하며 그런 점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국제사회에서 공생하는 자세라고 짚어준다.

친절한 일본여행 안내서이자 충실한 일본학 개론서

인간ㆍ예술ㆍ역사가 어우러져 총체적인 인문교양서의 장을 열었던 ‘답사기’는 이번 일본편에서도 변함없이 그 성취를 이뤄 일본의 역사, 문화, 인물, 예술 등 그야말로 일본에 대한 이해를 돕는 풍성한 내용을 망라해놓았다.
더불어 1권에는 부록으로 ‘답사기 독자를 위한 일본의 풍토와 고대사 이야기’를 마련해 일본 역사에 대한 개요를 정리해놓았다. 특히 일본의 고대사를 역사ㆍ문화적 시대로 일목요연하고도 꼼꼼히 정리해놓아 일본 역사를 잘 알지 못하는 독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국내편 ‘답사기’와 마찬가지로 실제 답사여행을 위한 지도와 일정표를 부록으로 함께 실었다. 1권에는 북규슈 3박 4일과 남규슈 2박 3일의 일정표가, 2권에는 아스카ㆍ나라 3박 4일의 일정표가 실려 있다.
일본으로 직접 답사여행을 떠날 독자들뿐 아니라 ‘답사기’를 읽으며 일본의 문화와 역사를 공부하는 독자들을 위한 일본학 개론서로서도 손색없도록 꾸몄다.

지난 20년 동안 국내편 ‘답사기’의 대장정이 만들어낸 기록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답사기’는 결코 유행에 따라 뜨고 지는 일회적 베스트셀러가 아니라 오랜 기간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세월을 이겨낸 우뚝한 스테디셀러이다. 특히 이번 일본편은 문화의 힘으로 한일관계의 어둠을 밝히려는 저자의 의지가 빛나는 중요한 성과라 하겠다.

《추천사》
유행에 따라 뜨고 지는 일회적 베스트셀러가 아니라 수십년의 세월을 이겨내며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유홍준 ‘답사기’의 존재는 한국 인문학의 축복이자 기행문학의 우뚝한 성과다. 그 저자가 이번에는 일본의 역사와 인문, 예술적 지식에 그의 남다른 눈썰미를 돌렸다. 우리 문화유산을 다룰 때보다 한결 힘들었을 이런 작업을 해낸 데는 문화의 힘으로 한일관계의 어둠을 밝히려는 충정이 담기기도 했기에 더욱 고맙고 감동스럽다. -백낙청(문학평론가, 서울대 명예교수)

‘한일 역사인식의 최대 장애는 고대사’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고대 이래 한반도와 얽히고설킨 뿌리는 일본 열도 도처에 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편견과 왜곡에 지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은 한일 고대사의 현장이라고 할 일본 규슈 지역을 답사하면서, 한반도가 일본에 미친 문화적 영향의 자취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그 시선은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문화의 소통과 상호작용을 중히 여기며, 독자적인 토양에서 풍요한 문화로 키워나간 일본 사회의 미적 감각과 노력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는다. 국경과 민족의 관념이 지금과는 달랐을 고대의 발자취를 음미하면서 역사와 문화에 대한 ‘쌍방적’이고 수평적인 상상력을 키우는 것이 고개 드는 편협한 민족주의의 악순환을 끊는 길이기도 하다. 거꾸로 가는 지금의 한일관계 속에서 고대사를 둘러싼 선입관에 과감히 도전하는 이 책이 일본의 독자에게도 읽히는 기회가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이종원(일본 와세다대 교수, 국제정치학)

대중서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화려한 지식도, 쉽고 유려한 문장도 아니다. 바로 ‘핵심을 파고드는 통찰력’이다. 이 책은 그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인문서의 전범이다. 이 책이 지난 20년간 독자들에게 사랑받아온, 그리고 이번 책도 여전히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 비법이기도 하다. 특히나 그의 글은 미술, 역사, 풍토, 일본인의 문화적 습성 등을 깊이있으면서도 포괄적으로 고찰한, 이른바 학문간 융복합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이다. -정재승(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중국 고대문헌이나 유적이 우리 고대사를 재구하는 자료가 된다면, 일본 고대사 또한 우리 역사의 한 장으로서 인지되어야 마땅하다. 이 책의 출간을 계기로 일본의 역사와 문화가 우리 민중의 기초적 상식이 되었으면 한다. 우리 고대사가 구한말부터 일본 학자들의 주관에 의하여 마음껏 그려진 산물이라고 한다면 우리도 이제 우리의 관점에서 마음껏 일본 역사를 그려볼 수 있다. 치밀한 연구, 과감한 발상, 자유로운 상상력의 시작으로서 이 책을 읽어주었으면 한다. ‘도래인’이 어찌 ‘도래인’인가? 그들이 곧 일본문명의 주축이요 지배자가 아닐까? 그리고 음성학적으로 더 정밀한 일본어 표기법이 새롭게 국책으로 마련되었으면 한다. -도올 김용옥

일본 문화유산 답삿길에서도 유홍준은 우리 시대의 르네상스인답게 미술사가로서 지식 정보의 전달에 머물지 않고, 시적 상상력과 소설적 서사력 그리고 건축적 지혜를 발휘하여 판단하고 해석한다. 법륭사 서원가람 회랑의 오묘한 공간감이 다름 아닌 ‘창살의 디테일’에 비롯하고 있음을 밝히면서, ‘신은 디테일에 깃든다’라는 건축가 미스의 아포리즘에 그는 ‘명작은 디테일이 아름답다’로 화답하며, 우리에게 그곳의 시각적 리듬을 듣게 하고 인간적 체취를 맡게 한다.
이렇듯 유홍준 사유의 종착은 항상 ‘인간’이다. 더욱이 그 인간은 추상화된 이상형이라기보다 따뜻함이 넘치는 인간이기 때문에 그는 천년 전의 문화유산들이 ‘지금, 우리’ 앞에 생명을 가지고 다가서게 한다. -민현식(건축가)

교수님의 답사기를 읽을 때마다 나는 답사현장에 있는 것 같다. 마치 시간여행을 하듯 자연스럽게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그곳을 거닐면, 어느새 책 속의 활자들이 살아나 교수님 목소리로 들리고 나의 두 눈은 카메라 렌즈처럼 사진 속 문화유산을 바라본다. 때론 그곳의 냄새와 공기도 느끼며! 책 읽기의 재미를 넘는 감동에서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난 후에 남는 깨달음까지. 그곳이 국내든 일본이든 우리 문화유산이 있는 곳이면 함께 존재하는 답사기가 나는 참 고맙다. -임수정(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