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장영희교수 영미문학

A new world, material without being real

클리오56 2008. 6. 1. 06:36
A new world, material without being real
<현실감 없이 물질적이기만 한(꿈이 없는) 세상>
 
[장영희 교수의 英美문학 속 名句를 찾아서]
스콧 피츠제럴드'위대한 개츠비'
서강대 영문과 교수

I have an idea that Gatsby himself didn't believe it would come, and perhaps he no longer cared. If that was true he must have felt that he had lost the old warm world, paid a high price for living too long with a single dream. He must have looked up at an unfamiliar sky through frightening leaves and shivered as he found what a grotesque thing a rose is and how raw the sunlight was upon the scarecely created grass. A new world, material without being real, where poor ghosts, breathing dreams like air, drifted fortutiously about…. (The Great Gatsby, Chap. 8)


개츠비 자신도 전화가 걸려오리라고는 믿지 않았을 것 같다. 아니, 어쩌면 더 이상 개의치 않았을지도 모른다. 만약 정말 그랬다면 그는 옛날의 애틋하고 따뜻한 세계를 이제 잃어버렸고, 오직 하나의 꿈만 마음에 품고 지나치게 오랫동안 산 데 대해 값비싼 대가를 치렀다고 느꼈을 것이다. 장미꽃이 얼마나 괴기스러운 것이었는지, 또 성긴 잔디 위로 쏟아지는 햇볕이 얼마나 생경한 것이었는지 새삼 느끼며 섬짓한 나뭇잎 사이로 낯선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그는 몸서리를 쳤을 것이다. 현실감 없이 물질적이기만 한 새로운 세상은 가여운 허깨비들이 공기처럼 꿈을 마시며 이리저리 방황하는 곳이었다…. ('위대한 개츠비', 8장)

21세기를 맞으며 미국 출판계에서는 유수의 출판사와 도서관들이 '20세기 최고의 소설 100선'을 발표했다. 저마다 다른 목록을 내어놓았지만 모든 목록에서 공통적으로 1등, 혹은 2등으로 선정된 책이 바로 스콧 피츠제럴드(F. Scott Fitzgerald)의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 1925)'였다.

이른바 '재즈시대'라고 불리는 192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에서 성공의 야망을 품은 가난한 청년 개츠비는 1차 대전 중 입대, 남부의 상류층 아가씨 데이지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개츠비가 유럽 전선에 나가 있는 동안 데이지는 돈 많은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하고, 돌아온 개츠비는 데이지의 사랑을 되찾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한다. 그의 꿈은 이루어지는 듯하지만 결국 데이지의 배반으로 허무한 죽음을 맞는다는 내용이다.

위에 인용한 부분은 사랑하는 여인으로부터 배반당한 개츠비가 그래도 그녀의 전화를 기다리다가 죽음을 맞기 직전의 장면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을 때 보는 세상은 이전과 다릅니다. 이른 봄에 피어나는 꽃들이 이렇게 키가 작았었나… 여름날 밤하늘에 이토록 별이 많았었나… 어쩌면 사랑은 잃었던 시력을 찾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연애소설'이라는 영화에 나오는 대사이다. 즉 사랑과 꿈을 잃어버린 세상은 아름다움을 보는 시력을 잃어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아름답던 장미가 괴기스럽게 보이고 찬란하던 햇빛이 생경하고 하늘조차 낯설어 보이는 이상한 세상이고, 오직 하나의 사랑에 집착했던 개츠비의 종말은 그래서 더욱 비참하고 슬프다.

이 작품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위대한'이라는 형용사가 붙은 제목이다. 왜 개츠비가 위대한가? 자신의 야망을 위해 부정 축재를 한 범법자이고 사랑을 되찾기 위해 불륜까지도 불사하는 개츠비의 '위대함'에 대해 피츠제럴드는 꼭 집어서 세 가지를 말한다. "희망을 가질 줄 아는 비상한 재능, 낭만적 준비성, 그리고 경이로움을 느낄 줄 아는 능력"(extraordinary gift for hope, a romantic readiness, capacity for wonder)이 바로 그것이다. 이 작품에서 뉴욕과 롱아일랜드 사이의 재의 골짜기(a valley of ashes)로 상징화된 혼돈의 시대, 영혼의 불모지에서도 꺼지지 않는 개츠비의 낭만적 이상주의를 피츠제럴드는 '위대함'으로 보았다.

▲ 장영희 서강대 영문과 교수
이 대목을 가르칠 때마다 나는 학생들에게 꿈이 없는 세상, 'material but not real'한 세상의 비참함에 대해 역설한다. 단지 육체적으로 경험하는 세상, 오감으로 보고 듣고 만질 수 있지만 영혼과 마음으로 느낄 수 없는, real하지 않은 세상이 얼마나 무의미하고 슬픈 세상인지. 하지만 학생들에게 내가 느끼는 감흥을 전하기는 힘들다. 꿈과 사랑을 잃어버린 세상을 나는 보았지만, 젊은 그들은 그런 세상을 아직 real하게 느끼지 못해서일 것이다.
입력 : 2008.04.11 14:59 / 수정 : 2008.04.12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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