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장영희교수 영미문학

The experience has shown the truth

클리오56 2008. 6. 1. 06:28
[장영희교수의 英美문학 속 명구들]
카슨 매컬러스 '슬픈 카페의 노래'
The experience has shown the truth
(술을 마신 후) 그 경험들이 보여주는 것은 모두 진실이다
때론 슬프고 때론 추하게 삶은 매일 다른 얼굴로 찾아오고
우린 그 낯섦을 견디기 위해 아니면 잊기 위해 술을 마신다
장영희 · 서강대 영문과 교수

A spinner who has thought only of the loom, the dinner pail, the bed, and then the loom again might drink some on a Sunday and come across a marsh lily. And in his palm he might hold this flower, examining the golden dainty cup, and in him suddenly might come a sweetness keen as pain. A weaver might look up suddenly and see for the first time the cold, weird radiance of midnight January sky, and a deep fright at his own smallness stop his heart. Such things as these, then, happen when a man has drunk Miss Ameila's liquor. He may suffer, or he may be spent with joy―but the experience has shown the truth...

직조기와 저녁 도시락, 잠자리 그리고 다시 직조기, 이런 것들만 생각하던 방적공이 어느 일요일에 그 술을 조금 마시고는 늪에 핀 백합 한 송이를 우연히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손바닥에 그 꽃을 올려놓고 황금빛의 정교한 꽃받침을 살펴볼 때 갑자기 그의 마음속에 고통처럼 날카로운 그리움이 일게 될지도 모른다. 어느 직조공은 문득 눈을 들어 처음으로 1월 한밤중의 하늘에서 차갑고도 신비로운 광휘를 보고는 문득 자신의 왜소함에 대한 지독한 공포로 심장이 멈추어 버리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될지도 모른다. 아밀리아의 술을 마시면 이런 일들을 경험하게 된다…고통이든 기쁨이든 결국 이 경험들이 보여주는 것은 진실이다.

어느 독자에게서 문학작품에 술에 관한 명구가 있으면 소개해 달라는 이메일이 왔다. 아마도 동서양을 막론하고 술을 가장 많이 마시는 직업을 말하라면 분명 작가도 한몫 낄 테고, 그래서인지 유명 작가들이 술에 관한 말을 한 것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테네시 윌리엄스(Tennessee Williams)는 'A drinking man is someone who wants to forget he isn't still young and believing(술 취한 사람은 이제 자신이 젊지 않고 이 세상이 믿을 만하지 못하다는 걸 잊고 싶은 사람이다)'이라 말했고, 빅토르 위고(Victor Hugo)는 'God made only water, but man made wine(신은 물을 만들었을 뿐이지만 인간은 술을 만들었다)', 존 헤이(John Hay)는 'Wine is like rain; when it falls on the mire it but makes it fouler, but when it strikes the good soil wakes it to beauty and bloom(술은 비와 같아서 진흙탕에 떨어지면 더 더러워지고 좋은 땅에 떨어지면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이라고 했고 예이츠(W.B. Yeats)는 Drinking Song(음주가)을 읊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에 남는 술에 관한 묘사는 카슨 매컬러스(Carson McCullers, 1917~1967)의 '슬픈 카페의 노래(The Ballad of the Sad Cafe)'라는 작품에 나오는 위의 인용문이다. 육 척 장신 거구의 몸에 야비하고 인색하기 짝이 없는 아밀리아는 어느 날 자신의 사료가게로 흘러들어온 꼽추 라이먼을 사랑하게 되고, 그에 대한 사랑과 연민으로 아밀리아는 변한다.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하는 라이먼을 위해 그녀는 사료가게를 카페로 만들어 술을 빚어 팔고, 방적공장에서 노동을 하며 오로지 생존을 위해 지리멸렬하게 살아가던 마을 사람들은 이제 삶의 무게를 잊고 술 한잔을 마시고 잠시라도 자신이 "이 세상에 가치 없는 존재라는 아픈 기억을 잊을 수 있는" 휴식의 장소를 갖게 된다. 그러나 꼽추는 감옥에서 돌아온 아밀리아의 전 남편 메이시를 사랑하게 되고, 작품의 클라이맥스에서 메이시와 아밀리아는 꼽추를 차지하기 위해 마을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일대 격투를 벌인다.

'이상한' 사람들의 이상하기 짝이 없는 사랑 이야기이지만 우리의 마음을 잡아 흔드는 이유는 우리가 사는 삶의 모습 자체가 이상해서인지도 모른다. 때로 슬프고 때로 우스꽝스럽게, 때로 아름답고 때로 추한 모습으로 삶은 매일매일 다른 얼굴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그 이상한 낯섦을 견뎌내기 위해, 아니면 아예 잊기 위해 사람들은 망각의 술을 마신다.

하지만 얼마 전 "같이 술 먹자는 사람은 있어도 밥 먹자는 사람은 없더라"는 쪽지를 남기고 자살했다는 젊은이는 그 망각이 얼마나 슬프고 덧없는지를 말해준다.


 

입력 : 2008.05.02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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