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독서, 영상

바람의 기록: 저자 박경희 (2018.4.1)

클리오56 2018. 3. 31. 21:57


읽은 내용과 감상

동티베트 여행을 앞두고 읽은 소설인데, 중국의 티베트 침략의 부당성과 역사왜곡을 살펴볼 수 있다. IS나 다른 단체들과는 달리 투쟁을 하되 일반사람들을 대상으로한 테러는 하지 않으며, 스스로 몸을 불태우는 분신을 통하여 항의하고 티베트 정신을 이어가는 모습이 안타깝다. 중국은 한국전에 참전하면서 동시에 티베트를 침공하여 세계 여론의 화살을 피하는 전략을 구사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 일본의 조선 침략과 동일한 방법이 사용되는 중국 공산당의 티베트 침공, 그 이후 인구의 5분의 1이 학살당하는 과정은 그 악랄함이 어떤지 보여준다. 중국은 정상적인 국가의 형태가 지금도 아니지만... 사드에 대처하면서 중국에 진출한 롯데 등을 탄압하고 강탈하는 탈법적이고 비문명성은 중국의 본성이 어떠한지를 확실히 보여준다.

중국은 다음과 같이 핑계를 말한다."우리는 티베트 국민들을 해방시킬 군대를 보내달라는 정중한 탄원을 받았다…"
마오쩌둥이 주장한 티베트인들의 파병 요청, 1950년 1월 => 침공 일자 1950년 10월22일

작년 네팔의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를 다녀오면서 만났던 많은 티베트인들, 살아가는 환경이 척박하고 그를 이겨내는 강인한 정신에 감동하는 마음이었다면, 이번 티베트 소설은 그런 차원을 넘어 중국의 탄압을 받으면서도 평화적 저항을 이어가는 그들에게 마음으로나마 한발 더 다가가고 싶다. 5월의 동티베트 여행도 그런 차원에서 티베트민들에 대한 존경과 지지를 보낼 것이다.    

241쪽: "티베트에서 희생이 이어지는 동안 네팔에 있는 우리들은 촛불을 들고 여기 쟈륭카숄을 돌면서 조용히 기도했어요. 우리는 여기서도 목소리를 높일 수 없으니까요. 그 한 해를 서로 위로하며 가깝게 지냈고, 어제 저녁 함께 마지막 식사를 했어요. 그녀는 울었죠. 헤어질 때까지 결코 말하지 않았지만, 우린 서로 알고 있어요. 지훈! 사원에서 스님도 눈물을 흘리셨고 처음엔 말리셨지만, 결국엔 내 결정을 존중해주셨어요. 얼어붙은 소녀가 마음속에 자리한 이후 나는 조국의 현실에서 분리될 수 없었고, 이것이 나의 길이에요."

242쪽: 한국 전쟁에 전 세계가 보였던 관심과 도움이 우리에겐 없었어요. 카르마를 믿는 어떤 사람들은 그것이 우리의 카르마라고 말하기도 해요. 우리가 과거에 지은 악행이나 잘못에 대한 댓가라고요. 하지만 그거야 말로 어리석고 잘못된 관념이에요. 접근하기 어려운 티베트의 지정학적인 위치와 국제적인 실리관계가 바로 카르마예요. 그것을 악용한 중국 공산당 정부의 거대한 탐욕과 불의가 원인이고, 그것이 티베트의 죽음이라는 결과를 낳고 있어요. 또 어떤 이들은 우리가 종교적이고 영적인 세계에만 관심이 있어서 나라를 잃었다고도 하죠. 하지만 남의 집에 쳐들어온 이웃의 잘못을 거론하지 않고 몽둥이를 준비 못한 집주인에게 잘못을 돌리는 건 옳지 않아요. 우리보다 훨씬 열정적이고 현실적인 한국도 20세기 초에 나라를 잃은  경험이 있고, 2차대전의 종전이라는 국제관계 속에서 나라를 되찾았잖아요. 미안해요, 당신의 나라를 예로 들어서요. 하지만, 어쩌면 당신은 우리의 입장을 좀 더 이해하기 쉽지 않을까요?


243쪽: 한국이 나라를 빼앗길 때 일본에서 작성했던 일방적인 문서가 있었듯이 우리에게도 17조항이라는 것이 있어요. 당시 티베트의 왕이었던 달라이 라마의 정식 인가를 받지 않은 일방적인 위조문서였죠. 중국이 주장하듯 티베트가 독립국이 아니라 원래 중ㄱ구의 일부였다면, 주권과 외교권을 빼앗는 그런 17조항을 그들 스스로 작성할 필요가 없었겠죠. 일방적으로 강요했던 그 17조항에서 군사와 외교적 주권은 빼앗아도 종교적인 자유와 달라이 라마의 지위와 티베트의 정치구조는 예전처럼 존속한다고 명시했으면서도, 그들은 자신들이 작성한 계약서마저 지키지 않았죠.


244쪽: 당신도 알듯이 티베트 불교는 서쪽에서, 인도에서 왔어요. 지금의 아프가니스탄에서 태어났던 파드마삼바바와 인도 날란다 대학의 전통을 잇는 스승들에 의해 소승, 대승, 금강승 모두가 체계적으로 전승됐고, 산스크리트 문자에서 티베트 문자로 번역됐죠. 우리의 동쪽에 있던 중국과는 의복이나 차 등의 교류가 있었을 뿐이에요. 티베트의 세력이 강화됐던 7세기에 송첸캄포 왕의 왕비들중 하나로 중국의 공주 한명이 왔고, 그녀의 혼수품에 불교 관련 물품들이 조금 있었을 뿐인데, 지금은 역사를 왜곡하는 빌미가 되고 있죠. 당신이 자랑스러워하는 간결하고 과학적인 한글이 만들어지기 전에 한국 사람들은 한자를 사용했지만, 티베트는 아프가니스탄 인근 지역의 샹숭문자를 썼어요. 중국하고 역사와 문화를 공유하지 않았죠. 우리의 학자 툰미 삼보타가 7세기에 티베트 문자를 만들었고, 그때부터 인도의 산스크리트 경전을 번역한 티베트어 경전으로 네팔과 부탄, 인도의 시킴과 라다크, 몽고까지 거대하고 정교한 하나의 불교문화를 형성해 왔어요. 20세기 중반에 동쪽에서 낯선 이웃이 갑자기 쳐들어와 신성한 사원을 파괴한 것이 어떤 의미일지 당신은 상상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암도와 캄이라 부르던 티베트 북동부와 남동부의 많은 지역이 아예 중국의 성에 편입되어 이제 지도에서 이름조차 사라졌어요. 서장자치구라 불리는 축소된 지역만이 겨우 남았죠. 사람들은 살해당하고, 험악했던 시절에 티베트 여성들은 강제로 불임 수술도 당했어요. 티베트는 전방위로 사라져거고 있어요. 나라나 구획은 변화하는 것이고 불교적 내세관에서 궁극적으로 중요한게 아닐수도 있어요. 다음 생에 그들이 티베트인으로 티베트인이 중국인으로 태어날 수도 있으나까요. 하지만 살아있는 국경, 문화, 말과 글을 강제로 파괴하고 역사를 왜곡할 때 많은 고통이 발생하고 결국은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에게 나쁜 카르마가 형성되죠.

  

251쪽: “간신히 샤워를 마치고 카메라에 담긴 그녀의 모습을 보았다. 자륭카숄에서 내려오기 전에 사진 하나를 찍었다. "뭘 찍은 거죠?" "탑 위에 부는 바람을 찍었어요." 카메라를 돌리자 그녀가 기꺼이 고개를 끄덕였다.”


책소개

『바람의 기록』은 티베트를 소재로 한, 존재론을 드러내고자 하는 작가의 진정성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조각을 전공했던 지훈은 어느 순간부터 사진에 끌리고 있었다. 대학 졸업식을 앞두고 조각과 사진 중 선택의 기로에 서 있던 지훈은 인도로 여행을 떠났다. 좀처럼 자신의 길이 무엇인지 갈피를 잡지 못한 지훈은 다람살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큰 기대 없이 명상 수행을 시작했고, 한국으로 돌아온 지훈은 카메라를 선택했다.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을 선택한 탓일까. 차츰 지훈은 상업적인 성공을 이루어가며 잘나가는 사진작가가 되었다. 바쁜 일상에 쉼표를 찍고 싶었던 지훈은 스튜디오를 후배에게 맡기고 외곽지에 자신만의 오두막에서 생활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1년 후 어느 날, 식은땀을 흘리며 꿈에서 깨어난 지훈은 자신의 입에서 나직이 새어 나온 한마디가 칼날이 되어 심장의 한 귀퉁이를 찌른 듯했다. 결국 지훈은 잃어버린 사랑을 찾아 떠난다.


저자 박경희는 서울 출생. 중국 고대와 근현대사에 흥미를 느꼈던 역사학도였지만,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사진 찍기를 더 즐겼다. 각본과 각색 등으로 영화계에 잠시 몸담았었고, 잃어버린 어린 시절의 꿈을 뒤늦게 소환해 장편소설 『바람의 기록』을 썼다.

목차

꿈 5
첫 번째 주 7
두 번째 주 60
세 번째 주 110
네 번째 주 155
다섯 번째 주 175
여섯 번째 주 205
일곱 번째 주 221

추천사

임순례(영화감독)

티베트의 외침에 응답하는 소설이 출간되어 참으로 다행이다. 또한 무거울 수 있는 주제가 다층적 구성과 사랑이라는 보편적 감성을 통해 대중적 접근을 일구어냈다. 이미지를 환기하는 솜씨와 돋보이는 리듬감으로 한국 사회의 풍경, 티베트의 현실, 불교적 세계관을 씨실과 날실 삼아 촘촘하게 엮어낸다. 시간의 자유로운 변주를 통해 장면들은 더욱더 너른 세계를 활보하고, 삶과 사랑에 대한 작가의 오랜 응시와 성찰은 깊은 울림을 남긴다.             

금강(미황사 스님)

위대한 진실, 끝없는 고귀함, 경이로운 지혜가 곳곳에 깃들어 있다.

출판사 서평

천년의 인연 앞에 가로놓인 현실과 선택!

티베트를 소재로 인간의 존재론을 묻다!

티베트라고 하면 그곳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를 떠올린다. 달라이 라마가 전하는 평화적 메시지에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우리는 달라이 라마가 통치하고 중국으로부터 독립하고자 하는 티베트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2009년 이후 중국의 탄압 정책에 항거해 분신(焚身)한 티베트인은 140여 명에 달했다. 그들이 스스로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진실은 무엇인가.
중국 고대와 근현대사를 공부하고 영화계에 몸담았던 작가는 티베트의 현실에 대해 일반인들이 조금이라도 알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집필을 시작했다. 티베트 분신이라는 다소 무거운 소재이지만, 잃어버린 사랑을 찾아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로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인간은 사랑, 사회 정치적 현실, 존재론, 이 세 가지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이것은 시·공간을 넘어 인간 조건의 보편적 공통분모이다. 『바람의 기록』에서는 이 세 가지를 소설이라는 매체를 통해 구현해냈으며, 특히 존재론을 부각시키고자 했다.
“이 소설이 하나의 사람이라면 존재론이 그 뼈대이고, 개인적 혹은 보편적 사랑은 심장 같은 장기이며, 사회 정치적 현실은 살을 이루고 있다. 티베트에 대한 이야기는 그의 몸을 감싸는 옷이고, 장신구이고, 걷게 해주는 신발이다. 이 모두를 통하여 감지할 수 있는 그의 영혼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내가 하려는 말이다.”라고 작가의 의도를 전했다. 

잃어버린 사랑을 찾아가는 7주간의 기록!
조각을 전공했던 지훈은 어느 순간부터 사진에 끌리고 있었다. 대학 졸업식을 앞두고 조각과 사진 중 선택의 기로에 서 있던 지훈은 인도로 여행을 떠났다. 좀처럼 자신의 길이 무엇인지 갈피를 잡지 못한 지훈은 다람살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큰 기대 없이 명상 수행을 시작했고, 한국으로 돌아온 지훈은 카메라를 선택했다.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을 선택한 탓일까. 차츰 지훈은 상업적인 성공을 이루어가며 잘나가는 사진작가가 되었다. 바쁜 일상에 쉼표를 찍고 싶었던 지훈은 스튜디오를 후배에게 맡기고 외곽지에 자신만의 오두막에서 생활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1년 후 어느 날, 식은땀을 흘리며 꿈에서 깨어난 지훈은 자신의 입에서 나직이 새어 나온 한마디가 칼날이 되어 심장의 한 귀퉁이를 찌른 듯했다. 결국 지훈은 잃어버린 사랑을 찾아 떠난다. 마지막 선택을 향한 유예의 시간과도 같은 7주 동안의 기록. 그 일상을 따라가면 6년 전 기억의 편린 속에 한 여인이 떠오른다. 그리고 북인도 계곡마을, 티베트 망명사회의 삶과 정경이 이야기 속으로 흘러든다. 그 안에서 불교의 공사상과 마주한 인간의 실존을 성찰하고, 천년의 인연 앞에 가로놓인 첨예한 현실과 선택의 문제를 제기한다.
영화계에서 각본과 각색으로 필력을 다져온 저자는 과장된 기교를 부리지 않고 서사적인 흐름을 빠르게 진행시킨다. 군더더기 없이 이어지는 문장은 소설이 끝날 때까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하다. 티베트를 소재로 존재론을 담고 있는 『바람의 기록』은 작가의 진정성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쉽게 읽히면서도 독자들에게 생각의 여지를 조금만 남겨둘 수 있다면 그것이 이 소설의 출발이자 결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