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장영희교수 영미문학

A Drinking Song: W. B. Yeats (1865~1939)

클리오56 2008. 7. 7. 16:45
[장영희의 영미시 산책] <12> 술은 입으로, 사랑은 눈으로…
장영희 서강대 교수·영문학
입력 : 2004.07.14 17:55 45'


▲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1865~1939).
“한 잔 먹세그려 또 한 잔 먹세그려. 꽃 꺾어 술잔 세며 한없이 먹세그려. 죽은 후엔 거적에 꽁꽁 묶여 지게 위에 실려 가나, 만인이 울며 따르는 고운 상여 타고 가나 (매한가지), 억새풀, 속새풀 우거진 숲에 한번 가면 … 그 누가 한 잔 먹자 하겠는가? 무덤 위에 원숭이가 놀러와 휘파람 불 때 뉘우친 들 무슨 소용 있겠는가?”

 

송강(松江) 정철(鄭澈)이 읊은 권주가입니다. 어차피 인생은 허무한 것이니 죽고 나서 후회하지 말고 술이나 마시자는 허무주의적 내용이지만 시의 어조는 사뭇 낭만적이고 풍류적입니다. 예이츠가 노래하는 ‘음주가’의 풍류도 멋집니다. 아름다운 연인을 보며 술 한 잔 마시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죽기 전에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기쁨입니다. 그대를 보면 사랑이 절로 생기고, 사랑에 ‘눈뜨면’ 이제껏 보이지 않던 것이 보입니다. 작은 풀꽃의 섬세함이, 나뭇잎의 푸른 광휘가, 친구의 환한 얼굴이 모두 가슴 벅찬 사랑으로 느껴집니다. 사랑이 눈으로 들어오는 이 세상, 아! 멋진 인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