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희의 영미시 산책] <4> 네 가슴 숨은 상처 보듬을 수 있다면
간혹 아침에 눈을 뜨면 불현듯 의문 하나가 불쑥 고개를 쳐든다. 어제와 똑같은 오늘, 아등바등 무언가를 좇고 있지만 결국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딱히 돈인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명예도 아니다. 그냥 버릇처럼 무엇이든 손에 닿는 것은 움켜쥐면서 앞만 보고 뛰다 보면 옆에서 아파하는 사람도, 둥지에서 떨어지는 기진맥진한 울새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입력 : 2004.07.05 18:25 39'
|
그렇게 뛰면서 마음이 흡족하고 행복한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결국 내가 헛되이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하는 두려움은 늘 마음에 복병처럼 존재한다. 불가(佛家)에서는 이 세상에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은 들판에 콩알을 넓게 깔아놓고 하늘에서 바늘 하나가 떨어져 그중 콩 한 알에 꽂히는 확률이라고 한다.
그토록 귀한 생명 받아 태어나서, 나는 이렇게 헛되이 살다 갈 것인가. 누군가가 나로 인해 고통 하나를 가라앉힐 수 있다면, 장영희가 왔다 간 흔적으로 이 세상이 손톱만큼이라도 더 좋아진다면, I shall not live in vain…. 태풍이 지나고 다시 태양이 내비치는 오후의 화두이다.
'지혜 > 장영희교수 영미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Dust of Snow: Robert Frost (1874~1963) (0) | 2008.07.04 |
---|---|
The Man and the Child: Anne Morrow Lindbergh (0) | 2008.07.04 |
The Arrow and the Song: H.W. Longfellow (1807~1882). (0) | 2008.07.04 |
When I Was One-And-Twenty: A. E. Houseman(1859~1936) (0) | 2008.07.04 |
A Birthday: Christina Rossetti (1830-1894) (0) | 2008.07.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