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장영희교수 영미문학

If I can...: Emily Dickinson

클리오56 2008. 7. 4. 08:46
[장영희의 영미시 산책] <4> 네 가슴 숨은 상처 보듬을 수 있다면

입력 : 2004.07.05 18:25 39'
- 장영희의 영미시 산책
간혹 아침에 눈을 뜨면 불현듯 의문 하나가 불쑥 고개를 쳐든다. 어제와 똑같은 오늘, 아등바등 무언가를 좇고 있지만 결국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딱히 돈인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명예도 아니다. 그냥 버릇처럼 무엇이든 손에 닿는 것은 움켜쥐면서 앞만 보고 뛰다 보면 옆에서 아파하는 사람도, 둥지에서 떨어지는 기진맥진한 울새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렇게 뛰면서 마음이 흡족하고 행복한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결국 내가 헛되이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하는 두려움은 늘 마음에 복병처럼 존재한다. 불가(佛家)에서는 이 세상에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은 들판에 콩알을 넓게 깔아놓고 하늘에서 바늘 하나가 떨어져 그중 콩 한 알에 꽂히는 확률이라고 한다.

그토록 귀한 생명 받아 태어나서, 나는 이렇게 헛되이 살다 갈 것인가. 누군가가 나로 인해 고통 하나를 가라앉힐 수 있다면, 장영희가 왔다 간 흔적으로 이 세상이 손톱만큼이라도 더 좋아진다면, I shall not live in vain…. 태풍이 지나고 다시 태양이 내비치는 오후의 화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