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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갈대: 펄 벅 (2025.7.21)

클리오56 2025. 7. 21. 20:20

내용 및 소감

사실 펄 벅 여사의 소설은 시대가 지난 그런 소설이겠다. 하지만 우리는 물론 다음 세대도 읽어 봐야겠지만 지금은 감각적 시대라 젊은이들이 기꺼이 손에 잡지는 않을 듯 하다. 이 소설을 읽게된 것은 좀 우연이다. 쇼츠를 무작위 보다가 펄 벅 여사가 우리나라 방문 중 감나무에 따지 않고 남은 감은 까치를 위한 것이라든지, 소를 몰고 가는 농부가 달구지에 올라타지 않고 걸어가는 상황의 내막을 알게된 후 정말 한국의 아름다운 참모습을 보았다고 감탄한 이야기가 계기가 되었다. 나도 어릴 적 여사의 대표작 '대지'를 읽은 기억은 있다. 스토리 역시 기억나지는 않지만. 

 

살아있는 갈대의 번역은 장영희 교수라 그런지 소설을 읽는 내내 번역이 이상하여 고개를 갸우뚱하는 그런 시간은 없었다. 장 교수의 영문시 해석이라든지 수필 등도 예전에 접한 적이 있는데, 해석과 글의 흐름이 자연스럽고 이해하기 쉬웠다. 본 소설의 줄거리는 '옮긴이의 말'에 잘 요약되어 있으니 630~631쪽에 요약되었다.

 

소설의 주인공 이름이 '일한'인데 유한양행의 창업자이자 독립운동가 유일한씨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충분히 짐작된다. 팔 벅 여사와 유일한 회장은 미국 정보부에서 일본과 중국 관련 사항들을 자문하면서 교류가 있었다. 유일한 박사는 당시 나이 50세, 하지만 조선에 침투하는 공작원에 선발되었지만 전쟁이 원자폭탄으로 일찍 종전되면서 그 기회를 놓쳤다. 

 

'살아 있는 갈대'라는 책의 제목은  일한의 큰아들 '연춘'이 독립운동을 하면서 쓴 가명이다. 갈대는 바람만 불면 흔들리듯이 약하지만, 태풍에도 절대로 부러지지 않을만큼 강인하기도 하다. 한민족역사 그러하였고, 펄벅 여사가 보기에 독립운동하는 한민족이 또한 그러하기에 붙인 제목이 아닌가 생각한다.

 

소설은 해방 후 미군이 인천에 상륙하는 것으로 끝이나지만, 저자의 말을 통하여 일한의 손자  양과 마리가 결혼하였음을 알 수 있다. 
 

관련 유튜브를 검색하다 보니 이승만 대통령의 저술에 관한 글을 보았다. 이승만 대통령이 미국 체류 시절 '일본 내막기'라는 글을 발표했는데 아무도 공감하지 않았다고 한다. 일본이 결국 태평양 전쟁을 일으키고, 미국이 참전하여 전쟁을 끝내게 되니 바로 그 때가 조선 독립의 찬스라고 언급했다고 한다. 하지만 일본이 실제로 진주만을 습격하면서 태평양 전쟁이 발발하였고 그의 예견대로 이어졌다. 일본의 진주만 습격 후 그의 저술은 미국에서 큰 관심을 끌었고  불티나게 팔려 이승만 전 대통령이 집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한다.

 

 

펄 벅: 한국은 고상한 사람들이 사는 보석 같은 나라이다.

 

제 1부 왕조의 몰락
11쪽: 단기 4214년, 서기 1881년. 일한의 둘째 애(연환)가 태어나는 날을 기다리는 장면

 

18쪽: 우리는 그것을(죽순) 먹기 좋아하고 또 봄에만 먹을 수 있지.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그 뿌리에서 싹이 단 한 번밖에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 죽순이 자라나 여름 바람에 그 우아한 잎을 흩날리는 대나무가 될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럴 수 없게 됐다. 봄에 그 싹은 흙을 헤치고 나와 재빠르게 자라나서는 일 년 내에 성장을 마친다. 너는 음식을 못 먹게 만들고 또 생명을 짓밟았다. 대나무는 비록 속이 비었지만 생명이 있는 것이다. 이제 그 뿌리는 네가 짓밟은 것들을 대신하여 다른 싹을 내야 한다. 

 

30쪽: 아기를 보았을 때 그 이가 무어라 하던가요?.....미소를 짓더니 저 애를 조그만 금개구리라고 부르지 않겠니. 

 

33쪽: 그런데 이 작은 왼쪽 귀의 굽은 귓볼은 어찌해서일까? 그녀(순희)는 임신하고 있을 동안 꾼 모든 꿈을 기억하려고 신경을 썼는데, 악몽은 없었다. 

 

46쪽: (일한의 부친) "현재를 이해하고 흔들림없이 미래를 맞으려면 과거에 있었던 일을 충분히 알아두어야 하느니라."

 

92쪽: 어딜 가나 자기 세계에 파묻혀 있는 부친에게 그 외의 다른 세계란 없었던 것이다. 일한은 아버지와 달랐다. 어린 시절부터 장성할 때까지 그를 가르쳤던 선생은, 늘 지식을 목마르게 추구해야 하며, 남들에게 배우려면 그들과 같은 입장에 서지 않으면 안된다고 했다.

 

110쪽: 그는 이제 백성들의 참 모습을 소상히 알게 된 만큼 가벼운 마음으로 길을 재촉했다. 조선 사람들은 용감하고 강인했으며, 용기뿐만 아니라 감탄할 만한 낙천성으로 시련을 견뎌내고 있었다. 부처님한테서도  임금님한테서도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은 채 조그만 행운에도 고마워하며 스스로 돕고 또 서로 도왔다. 거칠면서도 순박했고 폭풍우와 추위와 먹구름 아래서 자연과 맞서 싸웠지만 혼자가 아니라 나란히, 다 함께 였다. 일한은 그들을 사랑했다. 

 

153쪽: (일한 -> 중전) 청나라는 주권을 잃을 염려가 없지만 우리는 청나라가 보호해줄 수 없는 형편이기 때문에 나라를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 만큼 현명한 사람입니다. 때문에 그(이홍장)의 충고를 받아들여 새로운 서양 국가를 우리의 우방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미국에서 공사를 파견할 수 있도록 현재 보류해 놓고 있는 수호통상조약을 당장 준비해야만 합니다. 

 

177쪽: 아들이 아비보다 오래 사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기는 하지만, 일한은 이제부터 죽을 때까지 가정과 나라, 그리고 나아가서는 세상의 대소사를 혼자서 짊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고 어두워졌다. 선친과 더불어 한 시대가 마감한 것이다. 그 시대는 조국이 주변국가들을 피함으로써 평화롭게 살고자 은둔의 길을 택한 시대였다. 그러나 외국 배들이 바다를 가로질러 조선을 향해 다가오고, 새롭게 활기에 찬 일본과 노쇠하고 시들어가는 청나라 사이에 전운이 무르익은 지금, 평화는 요원한 꿈이었다. 게다가 북쪽의 거인 노서아는 또 어떠한가? 그는 북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뾰족한 산봉우리의 그 단단한 암봉 위에서 피처럼 붉게 빛나는 북극성을 보았다.

 

192쪽: 그때 너는 내 말을 이해하기엔 나이가 너무 어렸다. 그때 나는 속이 텅 빈 갈대이긴 하지만 살아있는 것이며, 오래된 뿌리에서 새롭게 솟아난다고 했었지.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죽순은 대장부의 굳건한 기상을 상징한다고도 했었다. 그 대장부는 위대한 시인이건 화가건 아니면 나라의 지도자, 심지어는 반역자라도 좋다. 죽순을 짓밟기는 쉽다. 어린아이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짓밟기는 쉽지만 만들기는 어렵다. 뭔가를 짓밟고 싶을 때면 그 말을 명심해라.

 

235쪽: (독선생) 대감의 식구들에게 위험을 알린 사람이 바로 저라는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군요. 제 아버님에게 그러하셨듯이 대감께서 오랫동안 저를 거두어 주신 데 대해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제 저는 지금의 사태가 시작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귀띔해 드려야겠습니다. 농민들은 희망을 잃었어요. 농민들은 동학당의 깃발 아래 하나로 뭉쳤고, 그들이 무슨 일을 벌일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237쪽: (독선생) 톨스토이도 대감처럼 지주였습니다. 그런데 그는 양심의 눈을 떴어요. 그는 자기 백성들, 자기 땅을 부쳐 먹고 살기 때문에 자신의 노예가 된 그 백성들을 봤습니다. 그리고는 그 사람들 또한 인간이라는 것을 깨닫고 양심의 가책에 시달리기 시작했어요. 대감, 대감께서도 고통을 느끼셔야 합니다! 제가 대감을 구한 건 바로 그 때문이에요.

 

238쪽: (독선생) 저는 오늘 동학집회에서 죽여 없앨 대상 중에서 대감은 빼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대감을 죽이면 안 된다고 말입니다! 저는 목숨을 걸고, 대감께서는 진실을 알기만 하면 조정의 부패와 무겁기 짝이 없는 세금, 그리고 자기네 나라에서 싸구려 물건을 들여와서 다른 데서는 물건을 살 수 없는 우리 백성들에게 비싸게 팔아치우는 일본 장사꾼들 따위에 대해서 내놓고 반대하실 수 있는 그런 용감한 분이라고 맹세했습니다.

 

252쪽: 그의 마음은 잘못된 일이라고 외쳤고, 그의 머리는 위험한 일이라고 소리쳤다. 그러나 일개 지주로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인가? 게다가 다산선생이 비록 유배생활은 했다고 하지만 자신은 다산 만큼의 힘도 없었다. 그리하여 일한은 그해 추수가 끝난 뒤 소작인들을 불러 모으는 것으로 자신의 마음을 달랬다. 그는 문 앞에 있는 탈곡장에서 소작인들을 만났다......"긴말은 하지 않겠네. 올해는 자네들 몫을 두 배로 늘려주겠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뿐일세."

 

268쪽: 남을 이해하려면 먼저 머리로 알고 다음에 가슴으로 느껴야 하는 법이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조선민족의 길고 슬픈 역사를 알지 못했고, 우연히 강대국들 틈바구니 사이에 놓이게 된 작은 나라의 공포를 느낄 수도 없었다. 국왕은 너무 많은 것을 기대했다. 왕과 그의 백성들, 심지어 일한까지도 미국인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원했다. 친절함에서 비롯된 가벼운 약속을 진정한 우정의 맹세로 착각한 것은 외국인들에 대한 그들 자신의 무지에 기인한 것이었다. 그렇다. 그들을 미워할 필요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들 없이는 조선 민족의 희망이 없다는 것을 일한은 알고 있었다.

 

290쪽: 모든 일이 흡족하게 마무리되자 국왕은 장례일을 선포했다. 맑고 화창한 날씨였다. 사방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녀의 온갖 변덕과 고집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 아름다움과 쾌활함, 용기와 명석한 두뇌, 심지어는 그 억센 의지까지도 사랑했다. 중전의 죽은 이제, 사람들에게 그녀는두번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조국의 옛 모습을 영원히 상징하는 존재였다. 이미 전쟁에서 승리한 정복자 일본이 조선의 옛 전통과 언어, 생활방식을 말살하는 일에 착수한 것이다.

 

제 2부 살아있는 갈대의 투쟁

295쪽: 고려 말기에도 요즘처럼 세월이 하수상했단다. 그래서 문인들은 예전의 그 기나긴 경기체가를 지을 여유가 없었지. 시조란 이런 사정에서 생긴 특수한 형식의 글이란다. 다시 말해서 문인들이 자신의 가슴 속에 어려 있는 복잡한 감회를 아주 간결한 형식으로 응축시켜 놓은 것이 바로 시조인 게야. 

 

302쪽: (연환) 솔직히 말씀드리죠. 저는 일진회 회원이었습니다. 우리를 노리는 적이 여럿 있지만 그나마 일본이 제일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그들은 우리의 구태를 탈각시켜 새로운 질서를 세우려 노력하니까요. 아버지께서도 잘 알다시피 우리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그 문란한 국가재정 문제입니다......... 아버님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고을 수령들이 닥치는 대로 백성의 고혈을 빨아서 자기들 멋대로 탕진해 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우리 양반들은 언제 세금 낸 적이 있습니까?

 

356쪽: "제 이야기는 ... 아버님께서 제 얼굴을 영영 보지 못하시게 되면 ... 제 이름을 영영 들을 실 수 없게 되면 ... 이 아들 역시 하나의 갈대였다고 생각해 주십시요. 제가 ... 갈대 하나가 꺾였다 할지라도 그 자리에는 다시 수백 개의 갈대가 무성해질 것 아닙니까? 살아 있는 갈대들이 말입니다." 

 

399쪽: (윌슨) 미국은 전 세계에 대해 특별한 본보기가 되지 않으면 안됩니다. 이 말은 미국이 전쟁을 하지 않으니까 평화의 본보기라는 의미에서만이 아닙니다. 이것은 평화야말로 세계를 치유하고 고양시키는 위대한 힘을 지니고 있으나 전쟁은 그렇지 못하다는 의미에서도 미국은 평화의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여러분, 늘 정도를 걸음으로써 타국에 대해 폭력을 사용하지 않아도 만국의 본보기로 인정할 수 있는 그런 나라도 있다는 것을 이 세상에 보여줍시다. 여러분, 남과 다투기에는 너무나 자부심이 강한 그런 사람도 있다는 것을 이 세상에 보여줍시다.  

 

402쪽: 도시든 시골이든 조선 방방곡곡에서 윌슨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이들은 모두 윌슨을 그들의 희망이자 구원자로 바라보았다. 이 세상에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윌슨 밖에 없었다. 

 

411쪽: (윌슨의 14개 조항 중 제3조) 모든 민족의 열망은 존중되어야 한다. 피지배 상태는 그 민족의 동의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 민족자결이란 말은 한낱 허구에 지나는 것이 아니라 행동의 지상원리인 것이다......  
 

441쪽: 각하, 다시는 민족자결에 대해 말씀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런 사상을 여러 민족의 마음속에 심어주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그들은 각하나 평화 회담에 실현 불가능한 일들을 요구할 것입니다. 민족자결이라는 말 속에는 다이너마이트가 장치되어 있습니다. 대통령 각하, 저로서는 각하께서 그런 말씀을 이미 하셨다는 것 자체가 유감입니다. 민족자결이란 말 때문에 많은 불행이 야기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제 3부 끝나지 않은 갈등

480쪽: 그렇다면 그들(농민들)이 누구를 적으로 하여 봉기한단 말인가? 그들의 요구는 단지 자기들은 내버려두라는 것이었다. 늙은이든 젊은이든 그에게 수차례 해준 말이 있었는데, 국민을 다스린다는 것은 조그만 생선을 요리하는 것과 같으니, 되도록 손을 대지 않는 것이 좋다는 노자의 가르침이었다.  

 

483쪽: 1924년 겨울, 의열단은 민족주의자 집단, 무정부주의자 집단, 공산주의자 집단으로 삼분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는 이 분열 과정을 점점 냉소적인 눈으로 관찰했다. 더군다나 폭력혁명론자들의 가장 폭력적인 모습은 인간적 부패에 있었다. 그들은 양복을 차려입고 머리에 기름을 바르며 자신의 존재를 과시했다. 그리고 대부분이 키 크고 잘생긴 젊은이들이었기 때문에 여자들이 잘 따랐다. 그들을 가장 열렬히 쫓아다닌 여자들은 시베리아 망명객들의 딸로서 조선인과 러시아인의 혼혈 여인들이었다.

 

487쪽: 만주에 있던 사람들은 조선에서 갓 나온 사람들과 자신들을 차별화했고, 또 이 두 집단은 모두 시베리아에서 온 사람들과 대립했다. 동포들 사이의 이러한 내부 분열 이외에도 연춘은 이들 분파와 중국인 집단들 사이에도 불화가 있음을 발견했다. 특히 중국 공산당은 러시아 고문들의 지도에 따라 자신들이 모두를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자기들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에게 잔인하게 행동했다. 

 

500쪽: 그러나 연춘은 혁명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조만간에 그 중국인들을 떠나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이유는 그들의 잔인성 때문이었다. 아무리 산전수전 다 겪은 그라도 도저히 그처럼 잔인하게 행동할 수 없었다. 그는 중국인이 중국인을 죽이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그것을 숙청이라고 했다. 그러나 숙청이란 그가 볼 때 살인에 불과했다. 우파는 젊은 남녀들을 좌익분자라고 해서 처단하고, 좌파는 지주와 상인들을 우익분자라 해서 처단했다.

 

501쪽: 처음에 연춘은 이성에 호소해서 혁명군의 행동을 제지하려 했으나 살기등등한 병사들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무력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러나 연춘은 끝까지 그 자리를 지켰다. 같이 하려고 했던 사람들이 과연 어떤 사람들인지 지켜보자는 심산에서였다. 권력을 장악한 후에도 그들이 지금과 같은 못된 짓을 반복할 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 광란의 행동을 보고 있노라니 미래에 대한 공포감이 엄습했다. 그들의 핏속에는 잔인성이 숨어 있었다.

 

616쪽: 미군 장군이 현문에 나타났을 때 그들은 성조기와 태극기를 흔들면서 뛰쳐나갔다. 장군이 현문을 내랴서면 그에게 인사를 하려는 것이었다. 그와 동시에 일본 경찰들이 총을 쏘았다. 조선인 5명이 죽어 넘어졌고 아홉 사람은 부상했으며, 선물과 꽃다발은 그들의 피로 물들었다. 일한과 연춘, 그리고 두 젊은이는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장면을 믿을 수가 없었지만,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있으니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배에서 내려오던 그 미군 장군은 어땠는가? 그는 일경을 꾸짖지도 제재하지도 않았고, 그들이 한 짓에 대해 책임을 묻지도 않았다. 폭도들을 통제하라고 지시하기까지 했으며, 따라서 그를 환영하러 나왔던 조선인들은 일경에 의해 해산되고 대기하던 일본인 관리들이 환영식의 주인이 되었다.

 

622쪽: 봄이 되면 대나무에 늙은 뿌리에서 푸른 새순이 솟아난다. 늘 그래왔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이야. 인간이 태어나는 한은.

 

*저자의 말 - 펄 s. 벅

627쪽: 지금 생각해보면 양과 마리코는 두 사람 다 옳았다. 그렇다. 역사의 과오에는 가차없는 보복이 따르는 법이다. 태프트와 가츠라가 도쿄에서 체결한 그 비밀 협약과 한국 땅에서 죽은 많은 나라 젊은이들 사이에는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옮긴이의 말 - 장영희

 630~631쪽: 줄거리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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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후반에 이승만 대통령이 미국에서 항일운동을 전개할 때 일본내막기라는 책을 발간하였다. 그 내용은 곧 태평양 전쟁이 발생하는데 일본이 미국을 침략하면 미국은 엄청난 자원을 가진 강력한 국가이기 때문에 일본이 미국을 이길 수가 없다. 그래서 일본이 망하면 조선이 독립할 기회가 온다는 내용이다. 이 책이 발간 당시에는 허무맹랑하다는 비판을 받았으나, 펄 벅 여사는 이 책 두렵지만 내용은 진실하다고 평했다. 일본이 미국을 침략할 것이라는 그 예언적 서적이 실제 현실화되어 전쟁이 발생하였고,  이승만이 누구야라고 하면서 그 책이 불티나게 팔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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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 CIA 전신인 미육군 전략처 OSS (Office of Strategic Services) 자문단 회의에 펄 벅과 유일한이 참석. 중국을 너무나 잘 아는 펄 벅과 애국에 불타는 한국인 유일한은  한국과 중국의 문제를 푸는 과정에 뭔가를 기여하고, 활약할 수 있다라는 욕구와 의지로 참석했다. => 냅코 프로젝트에 한국인 7명 참석, 이때 유일한 나이 50세. 왜 그런 나이에 참석했는가? 미국이 승리하면 건국의 기회가 온다. => 하지만 미국이 일본에 원자폭탄을 투하하고 일본이 무조건 항복하여 침투 작전은 수포로 돌아갔다. 

 
펄벅 여사 한국방문 1960년. 유일한과 만남. 유한양행 공장 부지를 펄벅재단에 기증. 혼혈아에 대한 지원시설 설립. 

 

교보문고 책 소개

1963년 미국에서 출판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어 『대지』 이후 최대의 걸작이라는 찬사를 받은 이 작품은 한국의 구한말부터 해방까지를 배경으로 한 가족의 4대(주인공인 김일한을 중심으로 그의 부친, 두 아들 연환과 연춘, 손자 사샤와 양)에 걸친 굴곡 많은 가족사를 유려하게 담아내 ‘펄 벅이 한국에 보내는 애정의 선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저자(글) 펄 S. 벅

저자 펄 S. 벅 (Pearl S. Buck 1892~1973)는 미국에서 태어난 지 3개월 만에 선교사였던 부모를 따라 중국에서 10여 년간 어머니와 왕王 노파의 감화 아래서 자랐다. 그 후 미국으로 건너가 대학을 마치고 다시 중국으로 돌아와 남경대학의 교수가 되었다. 이후 중국에 대한 그녀의 애정은 평생에 걸쳐 이어졌다. 중국을 배경으로 한 다수의 작품으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고, 1931년 작품 《대지》로 미국의 여류 작가로서는 최초로 193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연인 서태후》, 《북경의 세 딸》, 《사탄은 잠들지 않는다》, 《이야기 성서》 등 다수의 작품이 국내에 출간되었다.

번역 장왕록

역자 장왕록 (1924-1994)은 한국 영문학의 역사이자 번역 문학의 태두로 알려진 장왕록 교수는 서울대 영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미국 아이오와 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영문학과 교수로 있으면서 「영문학사」,「미국 문학사」 등 다수의 영미문학 번역서를 펴냈다. 「그리스 로마 신화」, 「인간의 굴레」, 「달과 6펜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의 명작들이 그를 통해 우리말로 소개되었다. 한국영어영문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한국문학번역상’, ‘한국번역문학상(1979)’, 미국 컬럼비아 대학이 수여하는 ‘세계미국문학 번역 공로상(1991)’을 수상했다.

접기

번역 장영희

역자 장영희 (1952-2009)는 수필가이자 영문학자. 서강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주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코리아 타임즈〉,〈중앙일보〉,〈조선일보〉 등 주요 일간지에 칼럼을 기고 하였고, 영문 에세이집 「Crazy Quilt」를 펴냈다. 주요 저서로는 2002년 올해의 문장상을 수상한 「내 생애 단 한번」과 「문학의 숲을 거닐다」,「생일」,「축복」,「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등을 남겼고, 번역서로는 아버지 장왕록 교수와 공동 번역한 「살아있는 갈대」, 「스칼렛」이 있다.

목차

  • *책머리에

    제 1부 왕조의 몰락
    제 2부 살아있는 갈대의 투쟁
    제 3부 끝나지 않은 갈등

    *저자의 말 - 펄 s. 벅
    *옮긴이의 말 - 장영희

책 속으로

* 이 책의 서문

「살아있는 갈대」에 대하여
펄 S. 벅

독자 여러분은 아마 이 소설의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궁금할 것이다. 이 소설의 중심인물인 한국인 가족은 작가의 창조 과정을 거친 사실적 소재에 기초를 두고 있다. 역사적 소재들은 독립군 재판과 일제의 기독교회 방화 사건을 비롯한 여러 사건,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제 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군이 인천에 상륙하던 날 일어난 일들까지 모두 사실이다.
미국과 한국을 포함하여 모든 외교상의 인물은 사실 그대로 제시하였다. 정치적 사건들 역시 역사에서 발췌한 것이다. 윌슨 대통령에 대한 인물 묘사는 기록으로 증명된 사실에 기초를 두고 있으며, 소설에서 하는 말은 모두 그가 실제로 했던 말이다. 그의 말이 아시아인들의 상상력을 사로잡게 된 경위도 모두 사실이며, 한국의 대표가 약소국들의 사절처럼 파리에서 그를 찾아가 만났던 것 역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그러나 내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알게 된 사실과 중국에서 살 때 보았던 것에 기초하고 상상력을 발휘하여 등장인물들을 구상했다. 나는 이 소설에서 한국인들을 묘사할 때마다 항상 그들에게 진실 되려고 노력하였다.

* 본문중에서

"현재를 이해하고 흔들림없이 미래를 맞으려면 과거에 있었던 일을 충분히 알아두어야 하느니라." ― 46p

"제 이야기는 ... 아버님께서 제 얼굴을 영영 보지 못하시게 되면 ... 제 이름을 영영 들을 실 수 없게 되면 ... 이 아들 역시 하나의 갈대였다고 생각해 주십시요. 제가 ... 갈대 하나가 꺾였다 할지라도 그 자리에는 다시 수백 개의 갈대가 무성해질 것 아닙니까? 살아 있는 갈대들이 말입니다." ― 356p

 

출판사 서평

‘고결한 사람들이 사는 보석 같은 나라’
한국에 전하는 펄 벅의 위대한 유산


1963년 미국에서 출판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어 『대지』 이후 최대의 걸작이라는 찬사를 받은 이 작품은 한국의 구한말부터 해방까지를 배경으로 한 가족의 4대(주인공인 김일한을 중심으로 그의 부친, 두 아들 연환과 연춘, 손자 사샤와 양)에 걸친 굴곡 많은 가족사를 유려하게 담아내 ‘펄 벅이 한국에 보내는 애정의 선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명성황후 시해 사건, 일본의 강제 합병, 항일 독립 운동, 세계 2차 대전, 남북 분단의 조짐 등 파란 아래 놓인 한 가족의 일대기는 도저한 역사의 흐름 앞에서는 개인의 삶조차 자유로울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이 단지 ‘역사 속 개인’의 비극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작가의 말처럼 ‘용감하고 강인하며 감탄할 만한 낙천성으로 시련을 견뎌내는’ 이 작품 속의 주인공들은 펄 벅이 평생 동안 천착했던 ‘휴머니티의 승리’를 역설적으로 상징함으로써 가혹한 역경과 슬픔을 딛고 일어서는 ‘고결한 사람들’의 영혼을 따뜻하게 보듬는다.

* 줄거리

김일한은 둘째아이의 출산 소식을 기다리며 초초해 한다. 그는 주변국인 중국·일본·러시아가 호시탐탐 한국을 넘보던 격동기의 구한말, 왕실의 측근 가족으로 살아왔다. 이 무렵 그는 아버지와 함께 당시 미묘한 조정의 갈등 상황에 깊이 개입해 있었는데, 아버지와 그는 왕실의 미래는 어둡고 세상은 혼란스럽기만 하다며 한탄한다.
그 와중 천인공노할 사건이 벌어진다. 흥선대원군이 축출된 이후, 궁 안에까지 왜병들이 난입해 국모인 명성황후를 시해한 사건을 벌어진것이다. 왕조가 무너지면서 조선의 미래는 어둠 속으로 잠기고, 한국에 대한 주변 강대국들의 주도권 싸움은 더욱 치열해진다.
결과적으로 주도권 싸움의 승기는 일본이 잡는다. 조선은 국가의 통치권을 일본에 넘기고 강제합병의 희생물이 된다. 김일한은 아내와 함께 고향으로 내려가는 길을 택한다. 두 아들 연춘과 연환에게 학문을 가르치며 과거와는 동떨어진 삶을 살아간다.
본격적인 일제 치하가 시작되면서 억압 상황에 놓인 조선 민중들은 하나둘 항일의 깃발 아래 모인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성장한 김일환의 아들 연춘도 독립투쟁을 위해 집을 떠나 지하운동에 가담한다.
반면 학교 교사가 된 둘째 연환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동료 교사와 결혼하고, 한 사람의 식민지 지식인으로서 일제의 탄압에 대항하지만, 3·1운동 때 불타는 교회에 갇힌 아내와 딸을 구하려다가 그들과 함께 목숨을 잃고 만다. 연환이 이 세상에 남긴 것은 오직 어린 외아들뿐이다. 연환의 아버지 김일한은 가족을 떠나보내고 홀로 남은 손자 김양을 거두어 자신의 손으로 키우게 된다.
한편 독립운동을 하다가 붙잡혀 투옥되었던 연춘은 탈옥 후 중국과 만주 일대를 누비며 독립투쟁의 큰 별로 떠오른다. 그의 활약상이 알려지자 사람들은 그를 '살아 있는 갈대'라는 별명으로 부르며 전설적인 인물로 여기게 된다.
그런 연춘에게도 인연이 찾아온다. 북경에서 지내던 연춘은 그곳에서 자신과 비슷한 뜻을 가진 한녀라는 여성과 사랑에 빠지고 그녀와 함께 지내게 되지만, 한녀가 자신의 아이를 가진 것을 알고 독립투쟁에 헌신하기 위해 남경으로 떠난다. 이후 한녀는 연춘의 아들 사샤를 낳은 후 병들어 죽고, 샤샤는 고아원에서 자란다.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사샤는 한국으로 가기 위해 먼 길을 떠난다. 그리고 운명처럼 귀국길에 오른 아버지 연춘과 마주친다. 두 사람은 서울에 있는 할아버지 김일한의 집으로 와서 함께 지내게 되지만, 하늘은 이들의 재회의 기쁨을 오래 놓아두지 않는다.
한국으로 귀국해 정착한 연춘은 미군의 인천상륙작전이 벌어지자 일본 경찰에 의해 살해당하고, 아들 사샤는 자신이 믿는 신념을 따라 북으로 떠나고 난다. 마지막으로 할아버지의 밑에서 자라 의사가 된 연환의 아들 양은 서울의 미국인 병원에 남게 되는 등 서로가 다른 길을 걷게 되면서, 앞으로 벌어질 민족 간 이념 갈등과 분단의 먹구름이 예고된다.